출장을 다녀오셨다고 했던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시면서 한쪽 얼굴이 찢어진 것을 애써 고개를 숙이시며 숨기셨다
돌아오자마자
아무것도 모르는 딸의 투덜거림에
그저 그렇게 넘기며 집이 자기가 없는 사이 너무 더럽다며 당연하게 집안 쓰레기통을 뒤져 분리수거를 하셨다
오자마자 무얼하냐며
되물으려고 했을 때 본 아빠의 얼굴을 충격적이었다
아빠의 나이를 몰랐던 내가
적지 않은 나이를 알게 되었을 때보다도 더
바보같이 왜 말을 하지 않았냐고
속상함에 울먹거리는 내게
별 것이 아니었다고
죽을 뻔 했다며 그저 어색하게 웃는 아빠에 나는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
저녁에 통화를 했지만
여전히 아빠의 교통사고는 내 슬픔이고 아픔이라
생각할 수록 목이 턱턱 죄이는 기분인데
더 생각해보면
그 어린 아이들은 못 지켰다고 생각하는 세월호의 유가족들은 어떨까싶다
짐작으로만 힘드셨겠지, 아프시겠지, 속상하시겠지 했는데
내 가족의 잠깐의 아픔도 나는 이렇게 마음이 저리고 힘든데
그 어린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배 안에서 엄마, 아빠하고 목 놓아 울었을 텐데......
우리는 잊지 말아야한다
세월호의 유가족, 한 아이의 부모들이 아프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