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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출산을 긍정합니다
게시물ID : phil_114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빨래통
추천 : 3
조회수 : 1045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5/23 00:59:23
 어느 정도 발전한 국가들은 모두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 정부는 무조건 낳으라고 하고 국민은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 하며 싸우지만 일단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 이유로는 대부분 '국가경쟁력'을 꼽는다. 얼핏 들으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유 같지만 나는 도저히 '국가경쟁력'이 어디에 쓰는 건지 잘 모르겠다. 국가의 경쟁력이 반드시 구성원의 행복으로 이어질까? 과연 무엇을 위한 경쟁력일까? 그리고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을 별로 긍정하지 않고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도 부정한다. 나는 오히려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인구의 증가와 밀집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은 정치인과 대기업 정도뿐이다. 늘어난 인구와 경제규모를 통해 생산된 잉여가 이들 일부 권력층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먼저 '경제개발'이라는 말을 들으면 당신은 긍정적인 느낌이 드는가,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가? 현대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우리는 '돈 많이 버는 게 나쁜 건 아니다'라고 쉽게 생각한다. 맞다. 물론 개인이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전세계가 무조건적으로 돈을 추구하게 된다면 개인은 합리적이지만 전체로는 비합리적인 '구성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물건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지구의 자원을 채취해서 사용해야한다. 그런데 기업은 이윤추구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기업은 최대한 많은 물건을 만들고 팔려고 하고 이는 곧 자원낭비와 자연파괴로 이어진다. 휴대폰을 예로 들어보자. 과연 국내 휴대폰 이용자 중 몇 퍼센트만이 폰을 끝까지 쓰고 바꿀까? 고장나서 바꾸는 것은 고사하고 2년 약정이나마 채우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 만약 휴대폰을 단순히 유용한 도구(연락, 여가, 정보검색등 개인에 맞는 목적이란 다양할 수 있다)로서만 대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폰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광고를 통해 여기에 '가치'를 덧씌워 사람들이 언제나 새 것을 사도록 유도한다. 만약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공신력 있는 중고장터를 잘 조직하고 활성화한다면 누군가에게 필요 없는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해 덜 생산하고도 지구 전체적으론 더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업과 이에 결탁한 정부는 이윤이 적을 것 같은 이런 행위를 달가워 하지 않는다. 어느샌가 아나바다 운동 같은 재활용과 검소의 가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항상 새로운 것, 더 좋은 것을 사라고 강요한다. 이런식으로 가면 머지 않아 지구의 자원은 거의 다 소진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류는 아마 땅에 묻었던 쓰레기를 다시 파서 재활용을 하려고 할 것이다. 환경오염은 말할 것도 없다. 조삼모사이지만 우리는 눈 앞의 이익에 빠져 이런 것을 무시한다.

 또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대다수의 보통 민중들의 고통이 늘어날 것이다. '환경저항'이라는 개념을 아는가? 환경저항이란 일정 지역에 서식하는 특정 생물 집단의 밀도가 처음에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먹이나 공간의 부족, 노폐물과 질병의 증가, 생존 경쟁과 천적의 증가 등을 이유로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음을 말한다. 우리네 모습과 똑같지 않은가? 한국은 땅이 좁고 사람이 많아서 땅값이 엄청나게 높다. 그리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모여드는 사람들 중 낙오되는 사람들은 옥탑방이나 반지하 혹은 지하철 역사등 노상에서 힘든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치열해진 생존 경쟁은 서로를 서로의 적으로 여기게 된다. 이에 지친 사람들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도 결국 동물이고 물질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만약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면 물질문명의 성장은 조금 느릴지도 모르고 또 나름대로의 고충이 생기겠지만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여유롭게 살게 될지도 모른다. 더불어 인간만의 공간을 자연에 다시 돌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데는 의외로 많은 조건이 필요하진 않다. 그리고 그 조건들은 발전된 물질문명 덕분에 쉽게 충족된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솔직히 굶어죽기는 힘든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끝임없이 욕망하기 때문에 이에 만족하지 않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행복의 형태는 사람 수만큼 다양하고 사소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취미가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거나 큰 돈을 벌어야만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고 주말에 운동 좀 하고 가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것을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잠깐 눈 앞의 일에서 떨어져 생각해보자. 먹고 살기 함들었던 전근대 사회에서는 행복이 없었을까?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라고 고통이 없을까? 그리고 사회나 국가가 풍족하다고 해서 그 구성원들까지 풍족하지는 않다. 당장 주위를 둘러보자. 나름 잘 사는 나라라고 하지만 우리는 GDP만큼 행복한가? 사회나 국가가 요구하는 것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반드시 옳거나 행복으로 가는 길은 아닐 수 있다.
출처 대뇌피질 한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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