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모가 있다.
아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부모다.
부모는 생각했다.
아이를 몸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키워야겠다고.
부모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문제덩어리였다.
성인용품을 파는 곳, 온갖 욕으로 도배된 드라마, 폭력으로 얼룩진 게임.
위험한 것 투성이었다.
저런 것에 순수한 아이를 노출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부 치워버렸다.
아이의 눈 앞에서.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부모에게서 독립을 했다.
부모는 아이가 바르게 잘 살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느날, 부모는 아이의 집을 몰래 방문했다.
"세상에."
아이의 방은 엉망이었다.
온갖 성인용품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담배와 술병도 가득 쌓여 있었다.
아이는 부모가 온 것도 모른 채 게임에 열중이었다.
부모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우리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뭐가요?"
부모는 아이의 당당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화가 나다 못 해 어이가 없어진 부모는 넋이 나간 얼굴로 말했다.
"이런 건 하면 안 되는 것들이야!"
"왜요?"
"왜냐니! 내가 너를 깨끗하게 키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런 걸 전부 치워버렸는데."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그럼 가르쳐 주지 그러셨어요."
부모의 눈이 뒤집어졌다.
부모는 아이를 때린 후 집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치워버렸다.
그리고 방 안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보던 이웃이 슬쩍 한 마디 했다.
"세상 참 편하게 사시는구려."
그 말에 화가 난 부모가 이웃을 보며 따졌다.
이웃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덧붙였다.
"당신네들은 바보요? 나쁜 것들이 왜 나쁜 지 설명할 자신이 없으니까 애 눈앞에서 그저 치워버린 거 아니요. 아니라고? 그럼 한 번 설명해 보시오. 당신들이 치운 것들이 어디가 어떻게 나쁜지."
그 말에 부모는 원론적인 말들을 꺼내며 반박하려 들었지만 이웃의 집요한 질문에 결국 입이 막히고 말았다.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으면 세상 그 누구도 저것이 어떻게 나쁘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오!"
화가 난 아빠가 그렇게 대답했다.
이웃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것이오. 그러니 당신네들은 아이 앞에서 문제덩이를 치울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그 문제를 보여줬어만 했소.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어야지. 당신네들은 한 사람을 키우고 싶은 것이오, 아니면 한 인형을 키우고 싶은 것이오?"
그 질문에 부모는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저 애의 부모에요!"
그러자 이웃이 말했다.
"당신네들은 인형을 원하는 거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