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서로 주고 받는 애정이란 시소와 같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무게추 기우는 순간이 다가오면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했어요. 먼저 다가온 건 그녀였지만, 결국 더 많이 좋아하게 된 건 제 쪽이었습니다.
상대성 이론의 비유적 표현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지난 일년은 소풍같은 기다림의 시간이었어요. 휴대폰이 울리면 카톡 메시지가 와있고 그녀를 기다린 시간들에 대한 보상은 그걸 읽으며 혼자 웃고 있는 내 모습들이 기다려 지는 시간이었어요.
소녀티를 아직 벗지 못한, 모습들.. 여드름 투성이의 젓살 안빠진 통통한 얼굴, 보철기를 낀 채로 환하게 웃던 그 미소. 조잡한 악세사리가 달린 보세옷을 입어도 나한테 가장 예쁘게 보이려던 그 모습들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일년이 지나 우리가 어제했던 일들을 더이상 내일은 해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을때, 당시는 실감이 나질 않더군요.
오늘 새벽 문득 그녀의 근황이 궁금해 한탐 밑으로 내려간 카톡프로필을 열었을때, 몇달 전 내가 있었던 그 자리는 다른 사람이 것이 되어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어요.
그녀는 더이상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젠가 처럼 너는 내 집 앞에서 웃으며 있지 않을까. 유독 추웠던 지난 겨울 내 점퍼에 손을 넣던 네 모습들은 더이상 과거의 시간에 묶인 내 머릿속 기억에 남아 있을뿐이라는것을 그녀의 새 사람과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며 깨달았어요
새로운 사진속 내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환하기 웃고 있던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보았습니다.스쳐갔던 지난 기억들을 뒤로하고, 프로작과 수면제 몇 봉지를 입에 털어 넣었어요.
작년은 학교일에 치여 살며, 정말 힘들었지만 그녀가 옆에 있어 행복했어요. 점점 눈이 감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