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만 해도, 술에 그리 강하지 않았던 저로써는.. '사랑을 떠나보낸 후에야 술을 배웠기에 다행이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합니다..
만약, 지금처럼 소주 12병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 '알콜신공'에 이미 가까이 되었던 때였다면 첫번째 가을의, 뼈에 사무치던 그리움을 가슴속에서 녹이고자 매일같이 술을 마셔댔을 테니까요..
술을 '마셔대기'시작한 때부터는 위가 천천히 아팠었는데 지금은 가끔, 심장도 저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피부에 끼게되는 검은 기미, 수전증 증세, 배가 나오는 등..의 현상은 없기에 겉으로보면 멀쩡한녀석이, 아프다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들 보는군요..
그저께 헌혈을 하는데, 맥박수가 친구들보다 10이상 높게 나오더라구요..혈압은 정상인데. 분명히.. 몸이 거덜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분명히.. 느낍니다..
하지만 친구들이나, 혹은 제 주변인들과 함께 술잔을 마주할 때 떠오르는 얼굴은 왜 항상 한결같아서.. 왜 항상 같은 얼굴이어서.. 그 얼굴 조금만 더 떠올려보고자 하는 건 또 왜이기에... 술잔을 받게 하는걸까요..
헤어진 그날에 몇일 되지 않던 때는.. 눈빛과 피부색마저 변하게 되었는데 2년 반이란 시간이, 저를 말려왔네요.. 눈빛과 피부색을 서서히 돌려주면서..
그런데.. 술을 배우면서, 잊어보려 했던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술을 마시면서 기억을 애써 잡아보려 합니다..
그토록 작은 기억이나마......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 기억만큼은 갖고싶다...고..
이젠, 가장 기억하고싶은, 그녀의 웃던 얼굴도 '생각해내기'가 쉽지않네요..
행복하겠죠.. 감기대장, 감기는 조심하고 있을까요.. 눈병은 항상 걸리곤 했는데, 이번에도 걸렸을텐데, 괜찮을까요.. 비오는 날엔 항상 신발이 젖곤 했는데, 좋은 신발 신고다닌다면 좋을텐데.. 정전이 되면 항상 전화하곤 했는데, 매미가 부산만은 피해가라고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요.. 모닝콜을 하면, 음! 음! 하면서 목 가다듬던 그 소리로..수화기 넘어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비오던 날, 우산이 없어, 손 깍지껴 잡고, 비를 맞으며 걸어가다 춥다고 하길래, 부산 서면 한복판, 그 사람 많던 태화백화점 앞에서 꼭 끌어안아주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