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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함을 향한 집착 - 드라이플라워, 그리고 죽은 애인을 방부처리하기
게시물ID : plant_101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ly_High
추천 : 10
조회수 : 121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2/03 22: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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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741.JPG


실험적인 드라이플라워(dry flower) 제작에 성공했다. 

높은 온도의 진공에서는 꽃잎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는데, 실리카겔에 파묻지 않더라도 형태 변화 없이 완전히 건조된다. 가장 생생했던 꽃송이는 지금도 살아있는 것만 같다.

함께 살았던 애인을 너무나도 사랑할 때, 서로가 죽으면 어떨지를 상상하며 오랜시간 좁은 침대에서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어느날 아침에 눈을 뜨니 옆의 내 사랑이 숨쉬지 않고 식어 있다면.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놓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몇날 몇일이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내 사랑의 몸을 안고 울며 슬퍼하는 나를 처음으로 방해하는 건, 바로 부패에 따른 벌레들일 것이다. 그 모습은 너무도 충격적이고 가슴아플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비로소 내가 내 사랑을 보내줄 용기가 생길 때까지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 즉 시신의 방부처리에 대해 심도 있게 검색해 보았다. 가장 흥미로운 자료들은 해외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었고. 그 중 일부를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부패방지 방법과 그에 필요한 기술은 대부분 나처럼 애인의 몸이 부패하는 것을 슬퍼한 남자들에 의해 수천년 전부터 연구되어져 왔다. 그리고 이 기술은 현대에는 더 이상의 발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성된 분야라고 한다.

부패방지가 요구되는 시일에 따라 단계가 다양한데, 동맥으로 피를 뽑으며 동시에 방부액을 넣는 것은 몇 일의 단기간을 위한 처치이다. 미국같은 넓은 나라에서는 타향에서 사망한 시신을 고향에서 장례치르기 위해 비행기로 운송할 때, 총 걸리는 시간이 24시간을 넘으면 반드시 이 처치를 하도록 법정화 되어있다고 할 정도로 서양에서는 익숙한 문화이다. 미국 영화의 장례식에서 관 뚜껑을 반쯤 열어두고 살아있는 것처럼 혈색이 좋은 고인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방부액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고인의 몸을 해치는 것이 불효이며 불명예라는 관념에 따라 장례식 동안 시신을 서늘한 곳에 모신다.

다음은 내장과 뇌, 눈알을 빼내고 그 자리를 대체할 인조 재료로 채워 넣는 부분이다. 몇 주 이상의 오랜 방부가 필요할 때 이 처치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무섭게 들리겠지만 이 과정이 끝나면 고인이 마치 살아서 잠든 것처럼 보이게 된다. 아직도 이런 모습으로 자고 있는 시신이 의외로 아주 많다. 북한을 포함해 독재자의 힘이 그의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길 원하는 추종세력에 의해 독재자의 시체는 반드시 방부처리되고 전시된다. 그 외에도, 광적으로 사랑받은 여자들이 그의 애인에 의해 방부처리되어 수백년이 지나도 살아있는 것처럼 보존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죽은 남편을 10년간 안방에 두고 함께 살며 옆에 두고 잔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뉴스를 보았다. 보일러 온기로 썩지 않고 말라 미라가 된 상태였다. 우리나라 법률은 윤리에 따라 시체를 장사지내지 않고 방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모든 댓글러가 미친 여자라며 욕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난 그 여자가 꽤, 많이 이해갔고,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출근할 때 남편에게 매일 인사하고, 자기가 밥 먹을 때 옆에다 남편 몫을 놔 주었다고 한다. 그 여자는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부분이 이해할 수 없는 세기의 사랑을 경험한 거겠지.

시끄러운 기계로 선물받은 꽃을 미라로 만드는 시험을 하며, 완전히 마른 꽃을 이리 저리 감상하며, 감정 또는 아름다움의 영원함을 추구하는 일이 어느 정도로 가치있는 일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꽃은 언젠가 시들기 때문에 더 가치있는 것일까. 꽃의 경우처럼 존재의 유한함으로 인한 희소성이 가치의 증대를 부른다면 단 하루만 받을 수 있는 사랑은 평생을, 또는 (미라가 되어) 영원히 받을 사랑보다 더 값지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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