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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스포일러] 미스트(2007)
게시물ID : movie_440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유적
추천 : 0
조회수 : 174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25 03: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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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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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더 센 태풍이 한 차례 마을을 지나가고, 사람들은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대형 마트로 몰려든다. 그 와중에 아주 짙은 안개가 몰려와 마을을 덮고, 안개 속의 수수께끼의 무엇인가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마트에 갇혀버린 채,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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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와 안개 속에서 나타나는 괴물들의 정체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영화 중반에 한 군인이 괴물들에 대해 '군의 과학자들이 실수로 다른 세계로부터 불러들인 것들'이라고 설명하지만 그 말의 사실성이나 개연성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 안개와 괴물들은 그냥 '미지의 무언가'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무언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앞서 겪은 자연 재해와 다를 바 없지만,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 재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공포와 절망을 불러 온다. 마트의 사람들은 미지의 것들 앞에서 무력하게 떨고, 두려워하고, 미쳐간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그러한, 미지의 것 앞에서의 인간들의 절망과 공포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전기가 들어오고 911을 부를 수 있는 시점에서는 충분히 이성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성적인 사고를 유지하기 힘들다. 모두가 힘을 합쳐도 생존할 수 있을 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먼 미래의 생존을 걱정하기 보다는, 눈 앞에 놓여 있는 공포와 절망을 지우기 위해 서로 반목하고 헐뜯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결국 주인공과 일행들은 자신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제물로써 사용하려고 하는 광신도들의 포위망을 뚫고 어렵사리 차에 올라 마트를 빠져나온다. 한 방향으로 계속 달리다보면 안개를 빠져나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붙들고 안개 속을 헤쳐 나간다. 하지만 그들이 본 것은 마트에서 봤던 것 보다 더욱 더 크고 많은 괴물들과 안개 뿐이었고, 차의 기름이 다 떨어질 때까지 안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절망의 한복판에서, 절망도 삶도 모두 끝내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잔인한 점은, 주인공만큼은, 절망에서 도망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들을 포함한 일행들을 다 죽이고, 총알이 떨어져 괴물들에게 죽을 요량으로 차 밖으로 뛰쳐 나온 주인공에게 다가온 것은 마트 점원을 끌고가던 촉수도, 여직원에게 독침을 놓았던 대형 날벌레도, 군인 몸속에 알을 낳았던 거미도, 웬만한 산보다도 더 거대했던 커다란 짐승도 아니라, 괴물들을 제압하면서 사람들을 구출하고 있는 군인들이었다. 단 몇 분 전, 몇 십 초 전,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고통이라도 줄이자는 생각에 모두를 자기 손으로 직접 죽였건만. 자신은 비로소 안전해 졌지만 아마도 가장 큰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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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개인적으로 이 결말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만약 결말로써 미지에 대한 인간의 무력함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그냥 주인공도 괴물의 손에 죽는 게 나았을 것이다. 반전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다면 주인공이 총을 쏘기 직전에, 일행의 차 옆으로 군인들이 지나갔으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단 한 가지만 빼고 모든 일들을 매듭 지은 직후에, 갑자기 안개가 걷히고 구출되는 사람들의 행렬이 보이고 괴물들을 퇴치하고 있는 군인들이 보이다니. 총을 쏘기 직전 그 적막함 속에서 간간히 괴물들의 울음소리는 들렸건만, 군인들의 화염 방사기 소리와 그 큰 굉음의 괘도 차량 운행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니. 말도 안 된다. 이건 잘 만들어진 반전이 아니라 개연성 없는 질 나쁜 농담일 뿐이다. 거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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