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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있음) 도서 '선한 분노' 에 대한 감상
게시물ID : freeboard_8685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H.
추천 : 1
조회수 : 9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25 08:58:48
저자에게 26일까지 책에 대한 감상을 올리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참고로 저자는, 출처의 두 번째 링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한 강단과 용기가 있으신 분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책은 제게 좋은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분들에게도 그럴 것 같지는 않아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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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 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요즘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학력도 높아졌고, 따라서 이런 종류의 책을 소비하는 독자층 가운데에는 자본과 권력이 행하는 거짓말을 제법 많이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 가 많아 보인다. 나 역시도, 솔직히 말해서 출판만 못했을 뿐 똑같은 주제로 책을 두 권이나 썼기에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대충 읽었다. 그런데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읽었을 때 이 책에서 진짜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인간 박성미가 변화한 이유' 라고 말할 수 있다.
 
2. 편하게 살아도 되었을 양반이, 왜?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는 최소 중산층의 가정에서 태어나 풍족한 유년기 및 청년기를 거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왜, 무엇때문에 순응하는 삶 대신 저항하는 삶을 선택했을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독자가 읽어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둬야겠기에 여기서 언급을 하지는 않겠다. 딱 하나의 힌트만 주자면, 그는 아주 작은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고래적부터 내려온 금언을 충실히 지키려 애썼을 뿐이다.
(덧 : 모욕적 언사로 보일 수도 있어 쓰지 않으려 했던 말이 있는데, 일부러 추가한다. 책 겉날개 안쪽을 보면 알겠지만, 연예인들이 흔히 받는 미용적 시술을 받는다면 박성미 감독은 시쳇말로 '얼굴을 뜯어먹고 살았어도 될' 외모를 갖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외모가 갖는 중요도를 생각하자면, 더욱 그가 선택한 저항하는 삶의 무게가 느껴질 것이다.)
 
3. 다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1).
 
앞서 언급한 내가 쓴 책의 결론은, 박성미 감독이 계속 강조하는 것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다. 심지어 누군가가 나와 그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두 사람의 대답이 표현만 다를 뿐 굉장히 유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이 때문에 나는 박성미 감독에게 내가 쓴 책을 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와 나의 생각이 좀 다르다고 느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관점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그가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품고 있는 희망이 좀 못마땅하다.
 
4. 다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2).
 
'망해 봐야 정신을 차린다' 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담긴 거대한 절망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느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심하게 말을 하자면, 아직 한국인들은 진짜 바닥이 뭔지도 모르면서 벌써부터 겁에 질려서 작은 위안에 만족하거나 자신의 생에서 잘못된 점을 찾으려 드는 대신 영웅이나 위인을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는 이 '선한 분노' 가, 박성미 감독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사람들의 얄팍한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그가 겪어온 살벌하고 처절한 싸움이, 많은 독자에게는 '대리만족' 을 하는 도구로 이용될 것이라는 염려가 든다는 의미다. 이 점에서 나와 박성미 감독이 다르다고 느낀 것이다. 나는, 이런 시기에 필요한 책이란 희망을 주는 책이 아니라 현실을 곱씹어 보게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그간 '보고 듣고도 못 보고 들은 척' 했던, 사람들이 회피했던 현실을 보여주고 절망에 빠뜨리는 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절망을 요약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대신, 독자의 등을 떠밀어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버리는 책.
 
5. Nevertheless.
 
선한 분노를 처음 읽었을 때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박성미 감독이 마주했던 현실의 무게이자, 그 무거운 현실 속에서 그가 만났을 '비열하고 사악하며 무심하며 게으른 인간들' 과, 그들로 인해 그와 그가 지키려 했던 사람들이 입었을 '상처' 였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말한 현실이란 것을 박성미 감독도 알고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아니, 변방에서 글로만 싸우며 내 삶 하나를 지키기에 벅찼던 나에 비하자면 적어도 그는 나보다 더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한 그의 마음이, 아주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이유로 인해 지금은 오히려 절망을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2차 대전 이후 인류가 겪은 몇 차례의 호황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바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지배층들의 필요와 계획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 낸 바닥을 바탕으로 일어난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그 호황으로 쌓아올린 부는 모래 위의 성채,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질서, 누가 더 돈을 많이 만들어내고 빨리 만들어내느냐가 아닌 누가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더 넓고 깊게 돈으로 인한 혜택을 누리게 하느냐에 목적을 두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리는 절망을 정면으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 절망을 회피하는 것은, 절망을 묻어두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역사를 반복시키고 과거의 잘못된 질서가 반복되는 데 도움 될 뿐이다.'
출처 1. 도서 이미지 출처 : http://m.gsshop.com/prd/prd.gs?prdid=16251491

2. 경향신문 "이런 대통령은 필요없다" 청와대 게시판 글 온라인서 화제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427200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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