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은 덕업일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게임기획자이며, 취미는 게임이다. 물론 개발하는 게임을 즐길순 없지만(지겹도록 플레이하겠지) 이정도면 덕업일치.
어제 도타를 하는 신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취미는 무엇이었나 생각했다. 지금은 짬이 나면 육아용품을 검색하고, 그때그때 만나는 육아돌부리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인터넷카페와 책을 본다. 아기와 함께하는 잠깐의 외출은 취미라기보다는 나의 답답함해소와 아기의 꿀낮잠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핸드폰은 거의 손에 달고있다. 아기 사진을 찍거나, 회사 챗방과 메일을 확인하고, 오늘의유머와 페이스북을 왔다갔다한다. 현실의 관계 대신, 온라인에서 갈증을 해소한다. 실용서을 제외한 책은 한달에 두권정도 간신히 읽는다. 내 취미는 뭘까. 뭐였을까. 독서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고딩때까지였다. 그 뒤론 살아내느라, 견뎌내느라, 나를 추스리느라 바빴다.
MB가 집권하고, 회사를 관두고 다른 삶을 물색하면서 취미라고 할만한게 생겼던 것 같다. 사회참여라고 해야하나. MB로 인해 눈뜨게 된 정의에 대한 목마름. 그리고 당장 터진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최소한의 참여. 기껏해야 후원금을 내고, 주말에 있는 집회에 나가고 이슈를 열심히 읽어서, 누군가가 궁금해할때 설명할 수 있는 논리를 갖추는 수준이었지만, 나에게는 이게 취미였던 것 같다. 어쩌면 업보다도 내가 진짜 원하는. 내가 뜨거워지고 계속 관심을 갖게되고...
그런데 이제 아기가 있으니 어찌할 수가 없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는건 아직 내 몸이 버겁다. 유모차없이는 30분이 한계다. 이제 내 취미는 무엇이어야 하나. 요즘 자꾸 새벽에 깨서 엄마를 깨워두곤, 자기는 쌔근쌔근 자는 아기 얼굴을 보면서 생각한다. 엄마는 언제쯤 또 취미를 가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