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연구실에서 시약과 파이펫만 보면서 살다가 강의란것을 시작했을 때 제가 나아가야할 길이 보이더군요.. 세상에서 강의 하는것이 가장 재미있었고.. 그래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교직에 남기 위해 시간강사를 시작했습니다. 그게 벌써 한 3년 된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직장에서 좋은일이 있기도 하고 나쁜일이 있기도 하겠지만.. 참.. 오늘은 어떻게 답답한 마음을 풀 길이 없네요..
제가 하는 수업은 교양 과목 중 상담에 관련된 수업입니다. 약 90명이 강의를 듣는데.. 주 3시간 수업이 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중 두시간은 수업을 하고 한시간은 약 10명씩 상담을 해 주면서 상담에 대한 실습을 하는 과정이죠. 그래서 오늘 매주 10명씩 상담하러 오는 순서를 정하고자 했습니다. 그냥 제가 정해서 누구부터 오세요.. 라고 해버리면 제일 편하겠지만.. 왠지 그런 제가 일일이 정해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종이를 한장 돌리면서 10명씩 오고 싶은 날짜에 이름을 적으라고 하셨습니다.
수업이 마치고 학생이 찾아오더군요... 자기는 앞주에 하고 싶은데 앞에 있는 사람들이 이름을 먼저 적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시간에 자기 이름을 적을 수 없었다. 그러니 형평성에 맞게 다시 나누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월래 매주 나와야 할 수업 시간을 한 학기에 한번만 나올 수 있도록(물론 전 매주 같은 시간에 강의를 하게 되죠..) 배려한 수업인데.. 빨리 나오고 싶은데 뒷자리에 앉아서 빨리 못나오게 되었으니 조정해 달라는 내용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대학에서 90명 이상 강의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주고 싶은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앞의 20명은 한자라도 노칠까봐 적어가면서 수업을 받으면 맨 뒤의 20명은 폰으로 게임하고 메니큐어 고치고..(그 학생들이 그렇게 했다는 건 아니지만.. 뒷자리에 앉은 학생 중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이렇게 합니다..) 솔직히 못마땅한것이 사실이었죠..
그렇다고 찾아온 몇 학생들 때문에 이름을 다 적어낸 학생들에게 다시 정하자고 할 수 도 없고.. 어떤 기준으로 정했으면 좋겠냐고 했더니 그건 저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신다면 전 저 종이에 적힌대로 하겠습니다' 라고 했더니 그건 안된다고 합니다. 복도에서 그 학생들과 적어도 20분 이상 목소리를 높인것 같군요.. 모르겠습니다. 저의 어떤 행동이 그 학생을 그렇게 화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랑 이야기 하면서 캐비넷을 주먹으로 치고 흥분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솔직히 당시에는 딱 한가지 걱정 뿐이었습니다. '이 학생이 혹시나 총장님에게 메일이라도 보내면.. 난 이 대학에서 다시는 강의하지 못한다..' 그래서 설득해 보려고 하고 이해해 보려고 하고 달래 보려고 해도... 힘들더군요.. 결국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들이 조금씩 말리고.. 그 학생도 나중에 와서 잘못했습니다.. 라고 하긴 했지만..
지금 솔직히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하네요.. 제발 학생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메일만 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걱정하던 제 모습과.. 다른 많은 학생들 앞에서 제가 어떻게 보여졌을지 생각을 하니.. 참.. 지금은 힘이 듭니다.
얼마전에 1학년들 수업에서 저랑 띠동갑이라고 저도 아직 총각인데 솔직히 여러분 같은 여자친구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했다가 성추행 강사라고 항의 메일도 받기도 했고요.. 참 사람 앞에서 말 하는게 쉬운일이 아닌가 봅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학생들하고 잘 지내고 싶었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오늘 학생들에게 비쳐졌을 제 모습을 생각하니까 정말 많이 무기력해집니다. 그래서 두서도 없이 오유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