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탱자 무갤... 아니, 여시갤에서 놀다가 문득 이 주제로 진지빨고 이야기 하고 싶어 가입한 무갤럼입니다. 많이 기니 아래 매우 빈약한 세 줄 요약이 있기는 합니다.
양성 평등이 뭘까요?
여자도 군대를 가는 것?
남녀 임금비가 같아지는 것?
어떤 단어가 쓰이는 것?
어떤 단어가 쓰이지 않는 것?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양성 평등은 한 개인의 귀중한 인격이, 그 인격을 담은 몸의 성별에 의해서 그 자유를 구속받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남녀 차별이 꽤 심한 나라죠.
단순히 여자가 약자라는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남자든 여자든 강력한 프레임에 갇혀 산다고,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요.
남자답게 과감하게 해야지.
저 소심합니다. 신중하게 하고 싶은데요?
여자답게 조신해야지.
과격한 여자는 왜 안됩니까?
전업 주부가 되고 싶은 남성. 요리, 가사, 청소, 애 돌보기 좋아하는 남성이 있다 칩시다. 그 남성 전업주부 꿈 이룰 수 있겠습니까? 어려울 겁니다. 남성에게 요구되는 주변 기대는 당연히 기업에 취직해서 돈을 벌어오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일입니다. 그게 남성다운 거죠. 이 경우 배우자가 될 여성을 만나기 힘들 뿐만이 아니라, 이 다음 제가 거론할 문제로 인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성의 경우 볼까요? 우리나라에서 여성을 '사회적 약자'라고 부릅니다. 왤까요? 제가 저 위에 쓴 듯이 조신해야 하니까? 단순히 임금비 때문에?
제가 봐선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출산 후 여성이 직장에 돌아올 자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진짠진 모르겠지만 출산 휴가를 다 쓴 여성은 다른 지방으로 발령해 버린다는 이야기부터(남자도 일한다면 애는 누가 키우죠?) 출산 휴가 이후 돌아와선 일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은근히 따돌림당한다는 말, 결혼하면 퇴사라는 말.
왜 돌아올 자리가 없을까요. 제도적으로 출산 휴가와 여성의 복직에 대해 보호해 줄 법이 제대로 없고,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성은 직장내 고위직으로 올라가기도 어렵고, 높은 수입을 얻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자기 꿈과 자아 실현을 위해 직장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이부분까지 처음 생각하고 현웃 터졌었습니다. 이 나라 출산 장려하고 있는 나라 맞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값은 맞벌이 못하면 댈 수도 없게 오르고 또 오르라고 부채질하는데 출산하면 맞벌이가 안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하는곀ㅋㅋㅋ
휴. 아니, 위 사안은 이 글의 논지를 안드로메다로 보낼 사안이니 이정도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혀튼, 사회적 약자라는 부분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여성들은 사회 진출이 어렵습니다. 이건 남성들의 여성 혐오가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여성들의 남성 혐오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죠. 우리 모두가 동의한 법 사안이 현재 이 상황인 것입니다.
제가 위에 쓴 여성의 사회진출 부분에 있어서 카페에서 최근에 논란이 된 '김 여사' 언급을 이야기 해 볼까요?
김 여사 언급은 왜 퍼졌을까요? 여성들이 싫어서? 여성들을 조롱하려고?
아닐겁니다. 저 관용적 어구는 그냥 경험에서 나온 겁니다. 중년 여성 운전자들이 운전이 많이 서툴더라. 이게 왜 이렇게 됐을까요?
당연하죠. 여성들은 사회 진출해서 여기저기 차 타고 다닐 기회가 적잖습니까?
여성들은 결혼하면 직장을 관두게 됨 -> 강제적으로 전업주부화 -> 차 탈 일 적어짐 -> 상대적으로 운전 실력이 줄음.
'김 여사'라는 지칭만 보더라도 오래도록 전업주부 일을 하신 중년층에 이 말이 붙어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이게 사회적 현상에서 유래한 단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있는 것은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제한되는 현 상황입니까? 아니면 그 단어 자체입니까? 제 생각에는 전자 같습니다.
물론, 해당 단어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어젠가 베오베에 간 글에 잘 설명돼 있더군요.
단어는 도구입니다. 어떻게 쓰냐에 따라 무기가 됐다가, 유머가 됐다가 하죠. 아실 분은 아실 마재윤 승부조작 사태 이후, 마재윤씨가 진행하는 아프리카 방송의 금지어 리스트가 얼마나 긴 지 아시는 분들은 이에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조작을 연상시킨다지만, ㅈㅈ, 승부, 주작, 거기에 몇몇 배반자 캐릭터까지 다 금칙어니)
과거 서툰 초보 중년 여성 운전자분들의 가슴 떨리는 운전 사진들을 게시하고 김 여사라는 단어를 쓴 게시글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경우 '김 여사'라는 단어는 해당하는 후덜덜 운전을 하신 여성분들을 지칭합니다. 만일 이 분들의 대응이 상호 존중적이지 않았다면 이런 저런 개그에서 등장한 '김 여사'의 좋은 모델이 되는 셈입니다. 이 경우라면 김 여사 지칭은 이 분들에 한정됩니다. 그리고 정의에도 맞다고 생각되는군요.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이런 경우입니다. '여자들 운전 참 못해.' '운동신경이 둔해서 그런가봐' '집중력이 부족해서 그래' '김여사라는 말 있잖아.' 이 경우 이 대화를 나눈 지성체들은 여성 = 김여사 로 김여사의 정의를 여성 전체에 뒤집어 씌웠으며, 거기다가 몇가지, 여성들의 육체적 특성에 대한 근거 없는 낭설로 이를 정당화 시켰습니다.
운동 신경 뛰어난 여성은 이때 뭐가 되는 거랍니까? 집중력 뛰어난 여성은요? 운전 잘하는 여성은? 살면서 매우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이런 여성들이 이때 여기서 자신들의 인격적 특성을 싸그리 무시당한 겁니다.
이 경우 성 차별적인 발언이 되지요. 왜냐면.
'단어의 대상이 된 인격체의 특성을 육체적 차이로 말미암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 경우엔 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 단어 사용의 대상이 중요한 것이지요.
저 위의 발언에 적용해서 말해 볼까요? 아 저번에 그 아가씨. ㅇㅇ씨 있잖아, 운전 영 못하더라. 그래? 어떤데? 우리 와이프 수준이야. 너네 와이프 어떤데? 얌전한 김 여사 수준?
평범한 뒷땅 대화가 되죠. 뒷땅 대화가 잘했다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오유에 글 올리란 소리도 아닙니다.
다만, 적어도 저 대화는 성 차별적인 대화는 아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양성 평등의 기본은 각 개인의 정신에 대한, 그 정신이 가지고 있는 자유에 대한 성별의 제약을 벗어난 존중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존중이라는 부분입니다. 같은 단어를 가지고도 한 인격체를 조롱할 수도 있고, 혹은 그 인격체를 웃겨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웃겨주는 부분은 그 인격체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고 전 생각합니다.
존중 어떻게 하냐고요? 흠, 어려운 문제죠. 제가 하는 방식은 이겁니다. 상대방을 상대방이 화낼 만한 것으로 함부로 단정짓지 않는 것.
한 인격체에 대한 정의는, 뭐,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인격체의 고유의 권한 영역입니다. 좋은 말로 추켜세워 주는 것이야, 그쪽이 부정하더라도 혀튼 기분 나쁘게 할 말은 아닐 테니 해 줄 수 있지만, 나쁜 말로 그를 정의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해당 인격체는 졸지에 자기 고유의, 자신을 정의할 권리를 뺏긴 것이 됩니다. 보통 이럴 땐 공포와 분노를 같이 느끼게 되더군요.
꼴마초
페미나치
베충이
여시
이 외에도 많지요. 많은 분들이 긴 설명을 대체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단어들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같은 회원분에 대해서요. 음... 제 관점에선 존중 수치가 낮은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성차별에 대한 것은 아니지요. (아니, 맞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여시라고 지칭한 인격체가 사실 남성이거나, 베충이라고 지칭한 인격체가 사실 여성이라면, 대강 들어맞지요.) 혀튼 괄호안 글 무시하고 말하자면, 그러나 이것들 역시 해당 인격에 대한 존중이 손상된 행동이라는 점에서 양성평등의 근간인, 인격체의 정신으로서의 존중에서 멀어져 있지 않나, 그리 생각합니다.
자, 이제 논지가 안드로메다까지 왔군요. 돌아가지요.
그래서 다시 말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양성 평등은 단어나, 단순한 행동이나, 단순한 감상에 메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한 인격체가 자신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소우주인 다른 인격체에 대한 존중을 보임으로서, 그 존중이 성별이라는 육체적 벽을 넘어서 해당 인격체의 자유를 인정해 주는 일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갈길 멀죠. 까마득 합니다.
오긴 올까?
지금 당장 양성평등 하려면 여자도 군대 가야 되네, 우리나라 양성 평등 지수가 얼마네... 말 많죠. 다만 이 이야기들에 개인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는 게 들어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제 오유를 볼까요? 지금 오유는 제... 그 뭐, 오유분들이 보시기엔 다소 천박한 감상으로 말씀드리자면, 여성분들의 울분 성토 장소에서 이제 막 좀 벗어나신 셈입니다. 왜 이리 생각하냐고요? 무베(일베-이베-삼베-패베-무베)냐고요? 아뇨, 죄송합니다. 전 그런 노사모에 가입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이전에 읽었던 글들에서 여성 회원분들이 남성 회원 분들을 대할 때 인격체 대 인격체로서의 존중이 다소 모자란다고 느꼈었을 뿐입니다. 꼴마초 베충이로 몰아가는 것 보다는, 긴 글로 조목조목 자신이 불쾌한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 제가 아는 남을 존중하는 방법입니다.
핵노잼이라고요? 죄송합니다. 전 상대방이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말이라면 잼 노잼보다는 존중을 우선시 하고 싶습니다. 에이 씨 뭐, 유머싸이트에서 거기까지 콜로세움 벌이게 되는 것도 잘 이해 안가지만!!
혀튼,
다시 안드로메다로 가려는 논지를 붙잡으면, 오유 분들은 결국 오유가 어떤 형태로 남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성비가 비슷한 유머 사이트라는 오유. 사실 썩 큰 애착이 없는 (어제 가입했습니다. 당연하죠.) 저로서도 이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오유 분들이 어려운 길을 택해 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는 부분입니다.
1. 여시강점기 시절로 돌아갈 것인가.
2. 이대로 여성유저들 다 털게 돼, 남초화 할 것인가.
3. 제 3의 길. 여성과 남성간에 토론하고 존중하여, 말그대로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제 3의 길에 닿는것.
갠적으로 3 가 주면 적어도 인터넷 상에서의 양성평등에 도달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 봐서 만족스러울 만한 수준의 양성평등이요.
근데 개인적으론 젤 가능성 낮다고 생각합니다.
존중이라는 거, 결국 개개인, 하나 하나의 감상을 존중하고 서로 끈기있게 이해하려 하고, 상호작용과 시행착오 끝에 도달할 수 있는 동적 평형의 지점입니다.
말하자면 이것도 실전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그젠가 무도갤에서 싸서 일베까지 올라간 장문의 글 주제가 "실전은 노잼"이라는 주제였습니다. 이것도 실전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런 악조건들을 극복하고 서로간 존중을 되찾으면?
그건 꽤나 흥미롭고 고무되는 결과라 하겠습니다. 특히나 양성평등적인, 그보다 본질적으로 인격체로서 서로간의 존중이라는 관점에서요.
근데 솔까말 안될거 같긴 함 ㅋㅋㅋㅋㅋㅋ여러분들 이 점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무도갤 왜건 다우려면 세줄 요약 해야죠.
1. 양성 평등은 근본적으론 정신적 자유가 육체적 제약을 떠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상이라 생각합니다.
2.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눈앞의 사람 존중하는게 더 중요하다 생각됩니다.(차 두대 아작 난 사람이 더 아플까 김 여사 단어 짜증난 사람이 더 아플까, 같은 식)
3. 그래서 앞으로 오유 어찌될지 매우 궁금. 저로선 관심 집중입니다.
PS. 전 여성도 군대 보내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우리 힘들었으니 쟤들도 힘들게 하자? 차라리 얘들 덜 힘들게 하자가 맞죠. 임금도 올리고 휴가도 자주 보내 주고. 인간대접 해주고. 사대강에 국가예산의 전략 예비부대 다 쓸어넣은 시점에 이것도 글렀지만, 혀튼, 뭐, 제가 아무리 논지 자꾸 안드로메다로 보내는 은하철도 999 차장이라지만 이건 안드로메다 수준이 아니니, 덧글 다시더라도 언급하진 말아 주십쇼.
ps2. 사실상 지금 오유는 전시이기도 하죠. 전시엔 사실 자신의 유지를 위해 과격한 생각이 득세를 하기도 하고, 실제로 그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데에 유용하기도 합니다. 이건 말하자면 3번 부분으로 미래를 열어나가기를 더 어렵게 하는 요소라 할 수 있겠지요.
PS3. 핵노잼인 긴긴글 읽은 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덧글 달아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더더욱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