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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있던 '김여사'를 몰아낸 썰 ( 긴 글 주의 )
게시물ID : freeboard_8730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블라인드kr
추천 : 14
조회수 : 329회
댓글수 : 56개
등록시간 : 2015/05/27 01:26:05
때 늦은 김여사 타령이지만 잠잠해지고 나니 생각나서 끄적여 봐요.
내 안에, 내 머리속에 잠재 되어 있던 김여사를 몰아낸 썰 입니다.



20대 초반에 면허를 딴 여성으로서, 그때쯤 한참 유튜브에
핫핫 했던 김여사 동영상을 보면서 ' 나도 저러면 어쩌지 ' 라는 생각과
차 처음 샀을 때 친구들이 ' 김여사는 되지 마라'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저를 비하할 마음도 없고 제 친구들도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
그냥 재미 삼아 하는 말이었지요.

그러다 운전한지 1년쯤 됐을 때 차 사고가 났습니다.

대교 타고 올라가는 길이었고
저는 1차선, 상대방 차량은 저보다 조금 앞서 3차선에 주행 중이었어요.
대교 진입하고 얼마 안돼서 쾅 ..
상대방 차량이 차 오른쪽 라이트 부분을 박았고
제 차는 중앙선을 넘어 멈췄습니다.

놀란 마음에 파킹 내려놓고 보니
할아버지가 핸들을 끌어안고 고개를 푹 숙이고 계시네요.

괜찮으세요? 물었더니
정신을 어따 팔아 먹고 다니는거야 xx아 , 삿대질을 하며 내리십니다.

경찰이 왔는데 운 나쁘게도
대교 중앙 몇미터 차이로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네요.

5~10분 되는 시간동안 차가 중앙선을 넘어서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들도 멈춰서 있고
하나 둘 내리시더니

' 여자네 여자 ' , 학생이네 아가씨네
다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봅니다.

경찰서에 가서도
" 저는 직진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 차량이 좌회전 하듯이 팍 들어왔어요 "
하니까 어이 없다며 웃으시네요 ㅠㅠ

블랙박스 메모리를 꼽았는데 인식이 안되니까,
" 저기요 여자분, 이거 마지막으로 언제 켜봤어요? "
물으시는데 다 내 잘못 같습니다..


블랙박스는 결국 켜지지 않았고, 우물쭈물 자리에 앉아서 어찌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차 사고 났을 때 경황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막 삿대질 하고 욕 하니까
제 차 뒤에서 쫓아오시던 아저씨가 대신 나서서 따져주셨거든요.
뒤에서 다 지켜봤는데 그쪽이 잘못한 거 맞다구

감사하게도 연락처도 교환해주셨는데, 블박이 먹통이라 하니
일 제쳐두시고 경철서 까지 와주셨습니다.


알고보니 상대방 할어버지는
대교 옆 사이길로 우회전하고 빠져 나갈 참이었다가
담배 불 붙이느라 잠깐 하는 사이 가드레일을 박고 놀래서 핸들을 꺾었다네요.
가드레일에 한번 꽝 , 제 차에 꽝 두번 충돌이 있었던지라
제 잘못이라고 생각 했었나봐요.

2차 사고로 접수돼서 상대방 100% 과실로 끝났어요.
여기까지는 뭐 있을 수 있는 사고였고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지만
사고 후 제 머리속이 굉장히 복잡했습니다.
사고 난 자리에서도 경찰서에서도 위축 됐던 제 모습이 창피해서요.




나는 왜 내 잘못이 아니라고 큰 소리 내지 못했을까.
안전운전 방어운전 생활화 한다고, 모범 운전자라고 나름 자부심을 느끼고 살았는데
왜 그 상황에서는 내 잘못인가? 하고 위축 됐을까.

거진 한주동안은 내내 생각 했어요.
저의 생각들을 더디게 짚어 짚어 올라가보니
제 마음속에, 제 머리속에 " 여자는 남자보다 운전을 못 해 " 라는 생각이
아주 미미하게 나마 뿌리를 내리고 있었더라구요.


그래서 김여사 동영상을 보고도 남일이라, 개인의 잘못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운전 면허를 따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김여사 동영상이 떠올라 ' 엄마는 안돼 ' 칼 같이 잘라 내기도 했었더라구요.

지금은 그래봤자 몇년 차 안되는 초보 티 갓 벗은 여성운전자 이지만.
신호 잘 지키고, 운전하기 전 날엔 맥주 한모금 안하고.
양보 잘 하는 모범 운전자 입니다.


후에 외제차랑 사고 났을 때
내 차가 얼만지 알아? 이정도 선에서 끝내
하는 아저씨에게 ' 나는 잘못 없으니 경찰불러 ! ' 소리도 쳐봤습니다ㅎㅎ
알고보니 음주운전ㅎㅎ

이제 저희 엄마는 이제 운전 1년차 되셨구요.
집앞에서 주차 좀 해달라고 ㅋㅋ 귀찮게 하긴 해도
차 타기 전에 양옆뒤아래 고양이 한마리라도 있을까 살펴보는
귀여운 엄마도 김여사가 아닙니다.
혹시나, 사고가 나더라도
저는 엄마를, 나를 김여사라고 부르지 않을거에요.


도로 위에 남자 여자 없습니다.
개와 사람만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김여사'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혹여나, 길 위에 차고난 차량 차주가 아주머니라면
'김여사' 라고 확정지은 시선으로 쳐다보진 않았는지
남여를 떠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다들 안전 운전하세용~ ♥






출처 블라인드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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