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6년은 된 이야기다.

학창 시절에 맨션에서 자취를 할 때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당시 내가 살던 M현에는 집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가면 E 고원이라는 관광지가 있었다.

그 곳은 굉장히 경치가 좋기 때문에 나도 좋아했고, 종종 친구와 드라이브를 하러 가곤 했다.

꿈에서 나는 그 E 고원에 서서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내 오른쪽에 누군지 모르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대강 나이는 나와 비슷한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그 아이 역시 나와 함께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꿈 속에서 나는 어째서인지 굉장히 위화감이랄까,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째서인지 내 오른쪽, 즉 그 여자 아이가 있는 쪽이 무서운 것이다.

무엇이 무서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아이의 얼굴이 타서 눌어붙어 있는 것 같은 것도 아니다.

나를 노려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은 채 풍경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그 여자 아이가 너무나 무서웠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라고 할까.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고 본능이 계속 경고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상태로 오른쪽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이유도 모른채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장면이 바뀌었다.

나는 대학에 다닐 때 소속되어 있던 연구실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사회면에 [여성이 칼에 찔려 입원] 이라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여자가 아까 함께 경치를 보던 여자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병문안을 가야겠다.] 라는 생각에 차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에 입원해 있는지 알고 있을리가 없는데, 알아서 길을 찾아 나는 것처럼 달려 갔다.

그러나 그 도중 아까 전에 느껴졌던 그 위화감이 다시 내 몸 속에서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가면 안 돼.] 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잠시 운전하는 동안 어느새 밤이 되었고, 나는 병원에 도착했다.

현관 문은 닫혀 있었지만, 그 옆에 있는 야간 출입구에는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리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바로 앞에 기다렸다는 듯이 긴 의자가 보였다.

거기에는 한 명의 아주머니와 어린 아이가 앉아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아주머니가 나와 경치를 보던 여자 아이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아주머니에게 병실을 물어보기 위해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저는 OO라고 하는데요.]

그리고 나는 내가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데, 머릿 속에 [유키] 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그래서 [유키씨의 병실은 어느 쪽입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 회계 쪽에서 물어보세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아주머니가 가르킨 방향에 [회계] 라고 써진 푯말이 붙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감사 인사를 하고 그리로 갔다.

한밤 중인데도 회계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그 줄의 마지막에 섰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솔직히 꿈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게 무엇인가 싶은 생각에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시간은 2시가 되기 얼마 전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잠이 완전히 깨어버렸던 탓에 다시 잘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이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뒤, 어째서인지 기분이 나빠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왼쪽에서 굉장히 무서운 기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발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공포감은 꿈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았다.

단지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에 비교가 안 되게 더 무서웠다.

내 왼쪽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었다.

창문도 커튼도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 창 밖, 베란다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일반적인 것은 아니었다.

본능은 계속해서 [위험하다. 도망쳐라.] 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커튼 너머의 그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것은 꿈에 나왔던 그 여자 아이였다.

그 여자 아이가 베란다에서 나를 미친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직접 보지 않아도 그 원한 서린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미 공포는 절정에 다다라 발은 와들와들 떨리고 머릿 속에서는 계속 [도망가, 도망가라!] 라고 외친다.

그 때 키보드 옆에 있던 휴대폰이 보였다.

폴더를 열자 시간은 2시 반 정도였다.

어쨌든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친구는 깨어 있었고, 나는 친구에게 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방에서 뛰쳐나가 친구의 집으로 도망쳤다.

친구의 방에서도 무서워서 잠은 잘 수가 없었고, 친구와 하룻밤을 새고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다음날 집에 돌아왔지만 이상한 점은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여자 아이의 정체는 지금도 모른다.

단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것이 대단히 위험했다는 것 뿐.

나는 영감 따위는 전혀 없는 사람이지만, 그것은 생명이 위협받을 때 밖에는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당시 살았던 맨션에서는 이런저런 이상한 사건이 많았지만, 이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댓글

 

 

비빕 2017.09.19 09:34 신고

모르는거 빼고 다 알고있는 남자의 이야기네요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395?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