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잠밤기에 제가 썼던 글입니다..ㄷㄷㄷㄷ
지금 다시 읽어보니 완전 형편없네요...ㅜㅜ
원본 보시면 정말 비웃음거리가 될 거 같아...출처를 쓸까 말까 고민 했습니다.ㅠㅠ
그렇지만 원본 제일 마지막 댓글이 저를 소름 돋게 해서 링크를 남겨 봅니다... 그 댓글 때문에 소오름이...ㄷㄷㄷㄷㄷ
저의 기억이 왜곡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 준...
안무서워도 욕하지 말아주세요..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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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99년 8월에 운전병으로 입대하여 9월 중순부터 제 x수송교육단(http://todayhumor.com/?panic_79680)에서 5주간 후반기 교육을 받고 그 해 12월에 자대 배치를 받아 막내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내무실과 수송부에서 막내생활을 하고 있던 저는 석 달 먼저 온 선임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좀 까칠한 성격이었지만 저에게 무척이나 잘 대해줬었습니다. (A로 표기하겠습니다.)
A는 XX에서 나름대로 부잣집 아들이었고 그 당시 승용차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씩 자신의 애마 사진을 보여주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A에게도 불행이 있었으니 바로 심장이 좋지 않다는 것.
제가 일병이 되기도 전에 그는 국군 수도통합병원으로 후송되어 갔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못했고,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에 아직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하루하루 고된 수송부 생활은 A를 떠올릴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0년 5월 쯤 유격 가기 직전 A가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복귀를 해도 정상적인 내무반 생활이 힘들어 의무과에 입실한 상태로 지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저는 상병을 달게 되었고 몇달 후 정기 휴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후송과 복귀를 반복하던 A 가 조만간 의가사 제대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군번이 꼬인 탓에 제 앞가림하기도 바빴기에 그냥 흘려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휴가를 간 사이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하 내용은 A선임과 근무를 같이 했던 B 선임의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내무실로 돌아와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A는 자신보다 고참인 B와 새벽 2~4시까지 야간 근무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선임들이 많아서 어지간해서는 짬대우도 못 받던 상황이라 A는 곧 병장 진급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부사수로 초소근무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초소는 부대 막사 뒷편 낮은 야산에 있는 곳이었고 부대 경계는 철조망으로 둘러쌓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루한 근무를 서는 도중 초소 뒤쪽 철조망 쪽에서 풀을 헤치는 소리가 들렸답니다.
산짐승인가 하고 약간 긴장한 상태로 소리 나는 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짐승이 아니라 사람형체를 한 희뿌연 것었답니다.
뚜렷하게는 안보였지만 아저씨였답니다.
같이 근무를 했던 B선임은 정말 겁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상남자 스타일....
그는 그쪽을 유심히 주시했고 거수자가 초소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자 수하를 시작했습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화랑!!"
"......................."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 거수자는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뒤돌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B는 부사수인 A에게
"니 여기 잠시 있어라. 내가 쫓아가께..."라는 말을 하고 A에게 초소를 맡기고 추격했답니다.
B는 속으로 잡으면 포상휴가에 일계급 특진까지.... 좋아했답니다.
상대는 비무장 상태의 나이가 있어 보이는 어른이었기 때문에 굳이 총을 쏘지 않아도 자신의 힘으로 제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쫓았는데 거리가 줄어들 것 같으면서도 줄지 않았답니다.
총을 들고 있어서 그런가 싶어 더 열심히 쫓았는데, 철조망 앞에 다다르자 그 거수자는 그냥 철조망을 통과해버렸습니다.
그때서야 B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뭔가를 느끼면서…….초소를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초소에 도달했을 때 A는 그대로 있었답니다. 초소에는 아무 일도 없었고 A는 뻥찐 얼굴로 서있답니다.
A의 시선에서는 B혼자 느닷없이 수하하고 '여기 있어라'라고 말한 후 혼자 철조망 쪽으로 뛰어가버렸답니다.
초소로 돌아온 B에게 A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B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기분 나쁜 근무를 끝내고 막사로 돌아와 취침한 후 점호 준비로 부산한 아침시간...
그 때 일직하사가 A의 내무실로 직접 찾아와 A에게 집에서 온 전화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아침 점호 준비를 하고 있던 A는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A는 아무 말도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전화는 고향의 가족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그 날 새벽 3시 경 아버지께서 끝내 병으로 숨을 거두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중대원들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뭐라 위로의 말도 제대로 건내지도 못하고....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점호를 받으러 나가야했습니다.
하지만 근무를 같이 섰던 B는 불현 듯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새벽 근무 때 본 정체불명의 거수자. 미친듯이 쫓아갔던 그 거수자.......
B는 A의 아버지가 이 세상을 떠나는 길에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러 온 것을 자신이 쫓아버렸다는 죄책감에 어찌할바를 모르다 집에 가는 차비를 하라며 자신의 지갑에 있던 돈을 다 꺼내주고 "A야 미안해 미안해"라고 계속 읊조리며.. 전투복도 다려주고 전투화도 닦아줘서 보냈답니다....
제가 휴가를 복귀하니 이미 A선임은 특휴를 나간 상태였고 특휴 복귀 후 의무과에서 생활을 하다 몇 달 후 의가사 제대를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A의 특휴복귀 ~ 의가사제대까지 기억이 나는게 하나도 없네요......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에 부쩍 말수가 줄어든 A에게 제가 예전처럼 다가지 못했나 봅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의 얼굴을 떠올리곤 합니다. 어딘선가 건강하게 살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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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잠밤기에 들러 제 글에 달린 댓글을 보다 소오름이......ㄷㄷㄷㄷㄷㄷ
2008년 작성했던 글에...2011년 댓글.... 소름 돋지 않나요??ㄷㄷㄷㄷ
저의 기억이 왜곡되지 않았음에 감사(?)했습니다..ㄷㄷㄷㄷㄷ
이 댓글을 다신 분이 누군지 정말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