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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 받아서 써갈겨내린 프롤로그, 글 처음인데 조언 받아요 :)
게시물ID : readers_199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빼기ON
추천 : 0
조회수 : 52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5/28 03: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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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새장속에서 만난 그녀.



-프롤로그.



손 끝이 서늘하다, 시퍼런 하늘이 타들어간걸까. 구름이 비명을 지르듯 하늘은 뭉개어져 있었다.

세상이 일그러지는듯한 도저히 익숙해질수 없는 이 역한 느낌.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는 초점 잃은 눈으로 내 손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뒷 골목, 어째서인지 내 손에는 ..가 있는것 같다. 끈적대는 촉감덕분에 확신을 더해갔다.

“피?”

직접 발음해보고 나니, 그 현실감을 이내 깨달았다.

드디어 깨달았다, 내 손은 피로 얼룩져 있다. 코피가 아니다. 출혈이 아니다. 생리혈이 아니다. 동물피도 아닐거다.


분명, 저 녀석의 피일 것이다.


초점잃은 동공에서 시력을 회복하자, 눈 앞에 누군가 누워 있었다.

소녀인지, 소년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이미 얼굴은 그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뭉개졌기 때문이다.

머리에서 이따금 하얀 뇌수가 터져나오는것을 잠시나마 유쾌하다고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에게는 피가 잔뜩 묻은 망치가 들려져 있었다.

‘......설마, 이걸로 누가 사람을 죽인건가?‘

내가 했다는 생각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분명 침대 병상에서 누워있어야 옳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다.

적어도, 이 5kg에 달하는 무거운 쇠망치를 들고 사람의 머리를 짓이겨버린 기억은 없다.

“하하, 하하하하하......”

하지만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나는 사람을 죽인 것 같다. 납득할만한 이유는 못 찾겠지만.

아무튼 내가 죽여버린것이다, 왜 죽였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죽였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완벽무결의 살인자다.

그 사실을 깨닫자, 거대한 폭풍이 엄습해왔는지 감당할 수 없는 오한이 찾아왔다.

뇌가 본능적으로 명령하고 있었다. 단 하나만의 명령을 짧고 강하게.

-도망쳐.

아무튼 여기에 있으면 계속 추워진다, 내 인지능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시체가 무섭다기 보다 그저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출구없는 미로를 헤매며 숨을 거칠게 내몰아쉬고있었다.

날 따뜻하게 할 드넓은 초원, 그 곳에서 뛰노는 가젤이 되고 싶었다. 그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그마한 소원을 빌며, 폐가 터지려는 나를.

“거기까지야, 현행범씨.”

누군가 막아섰다. 쫙 빼 입은 제복이 마치 만화를 보는듯한 기시감을 불러일으켰다.

타이트하게 달라붙는 제복, 그리고 빛나는 황금 수갑을 찰그랑거리며 흔들고 있었다.

앳되보이는 큰 눈동자가 장난감을 갖고 노는듯 즐거워 해 보이는것 같았다.

그녀의 입꼬리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 얼굴에 내가 잠시 넋을 잃은 사이였을거다.

“그러면 체포를 해야겠지? 뭐, 사소한 절차같은건 빠르게 생략하고.”

잠깐 방심을 한 사이에, 수갑이 채워져있었다. 그것도 2개씩이나. 팔목, 발목에.

“어?”

“하나 더 추가.”

포승줄까지 내 온몸을 결박했다. 이리 되면 일어설수도 없다. 결국 그 자리에서 뻗어버렸다. 아까 본 시체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눈깜박할 사이에 일어났다.

“가젤이 될거라면 더 빨리 달렸어야지.”

내 이마에 톡톡 딱밤을 때리며 훈계하는 소녀. 뒤이어 그녀는 기분 좋다는 듯 안도의 기지개를 폈다. 잔잔히 흔들리는 밝은 원색의 머리칼. 그 모습은 가히 사자였다.

그녀는 승리를 자축하려는듯, 무전기를 스윽하고 꺼내들었다.

“네네, 드디어 한건 해냈다구요. 그것도 완전 대어로 한 녀석! 저, 실적 올라가는거 맞죠?”

무전기를 너머의 누군가와 즐거운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보고를 마쳤는지 그녀는 내게 시선을 옮겼다. 내 경계심을 풀려는듯 쓰러진 나와 눈높이를 맞춰줬다.

“왜 죽였어?”

“.......”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는 침묵으로 맞섰다. 굳이 여기서 말씨름할 이유도 없다.

“대답하기 싫다, 이거지?”

“하여튼, 넌 정말로 미친놈이구나. 솔직히 나라면 엄두도 못 낼텐데. 그 허약한 몰골로는 아마 넌 하루도 버거울거야.”

“...죄송합니다.”

살인자를 향한 비난인건가, 기억이 없는건 좀 억울하지만 피 묻은 망치를 들고 있던 이상 변명의 여지는 없다.

“아니, 부담스럽게 존대할 필요는 없고. 어차피 몇 분 뒤면 헤어지잖아. 편하게 말 놓아.”

“...네?”

영문을 알 수 없다.

“그 깡 하나만은 인정하지. 아니면 그저 뇌가 텅 빈 바보이거나.”

“...도대체 무슨 말인지.”

길지 않은 머리를 다시묶은 그녀는 설명대신 생긋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신법 적용 대상자 1호씨. 거기서 지옥을 맛보도록 해.”

끝내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사실만은 막연히 예감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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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막상 써보니, 장르도 안 정해놨네요... 무슨 장르같아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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