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친구와 역차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즘 사회적 약자 (라고 해야할까요? 약자라고 하는게 옳은건지... 어느 방향으로든 일반적인 역사적 관점에서 차별을 받아온 대상을 말하는 겁니다)를 보호하고 옹호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여러 특혜를 받아온 이들을 비판하는 경향이 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소셜 저스티스 워리어라고도 부르는데요. 이들 중에서 몇몇은 조금 극단적인 발언도 많이 해서 오유에서 말하는 콜로세움을 세우기도 합니다. 이번에 기사가 하나 났는데 정말... 극단적이더군요. 순수 백인은 앞으로 100년 이내에 사라지도록 전부 혼혈이나 다른 인종의 아이들만 낳자 이런 글이었거든요. 저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근데 이 기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 글쓴이가 쓴 문장 중에 하나인 "백인들은 과거 약탈의 역사를 떠올리며 자신들이 백인임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라는 주장을 보고 '아 정말 극단적으로 쓰긴 했지만 이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는 알 것 같다' 라고 했는데 그로부터 두시간동안 토론 (인지 말싸움인지) 했네요.
저는 저대로 '실제로 유럽의 백인들 중에서 다른 인종이나 대륙을 침범하고 약탈한 경우는 역사적으로 많지 않느냐. 물론 저들의 주장처럼 백인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어디서부터 저런 말이 나왔는지 알 것 같다는 이야기다'라고 하고,
친 구는 '그렇다고 저렇게 백인을 싸잡아서 말하는 건 일반화의 오류다. 과거에 일부 유럽인들이 식민지 정책을 한 건 사실이지만 유럽 역시 대륙이고 모든 나라나 사회가 동참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않는 일은 물론 중요하고 옳은 일이지만 나의 정체성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백인으로 태어난 것이 죄라고 생각하냐'라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생각할 수록 제 스스로에게 조금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도 제 주장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백인 친구의 입장에서 보면 혹시 솔로몬병에 걸린 회색분자라고 느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싫고 지긋지긋할 수도 있지만, 또 가해자라고 낙인찍힌 그들에게는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고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