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모바일이라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달 17일이면 결혼한 지 딱 2주년 되는 부부의 남편입니다
어렵게 가진 아기가 이달 말에 태어날 예정이었고요
보통때라면 한창 행복의 단꿈에 빠져있어야 하겠지요
아내는 출산준비를 하러 처가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처가는 서울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지방입니다
자주 처가에 가진 못했지만 지난주 금요일에 처가에 가서
아내가 출산예정이었던 병원에서 아기 초음파도 보고
오랜만에 처가식구들과 회포도 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나날들이 계속 될 줄 알았는데
어제 새벽에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행복했던 단꿈은 산산조각나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뇌출혈로 혼수상태가 되어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전화였습니다
서울에서 급하게 처가로 내려가는 저에게
또다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미 출혈량이 많아 아내는 가망이 없고
아이라도 살리기 위해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내야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 시간이 걸릴 차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내를 포기하지 말고
무슨 수단이든 다 해 달라는 부탁밖에 없었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병원에서 이미 와있던 처가식구들에게
아이는 세상에 나와 인큐베이터로 옮겨졌고
아내는 머릿속에 고인 피를 빼내는 수술을
받고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없이 길게만 느껴지던 수술이 끝나고
아내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담당의사는 수술은 잘 끝났지만 예후가 좋지 않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미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서 살아나기 힘들것 같다고 합니다
뇌출혈의 원인은 선청성 희귀질환인 모야모야병 때문이랍니다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병이라 모르고 살고 있다가
뇌혈관이 터져서야 알게되는 케이스가 많다고 합니다
아기는 태어날 당시 청색증때문에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들었답니다
빠른 조치덕분에 다행히 청색증은 사라졌지만
현재 인공호흡기를 달고 인큐베이터에 누워있습니다
상당히 안좋은 상황에서 급하게 세상에 나와
혹시 모를 장애에 대비해서 뇌파검사도 함께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저희 모자를 위해 기도 한번씩만 부탁드립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못난 남편 아빠는
그저 병원에서 기다리는 것밖에 할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