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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약스포, 장문] 사이코패스 극장판을 보고 드는 몇 가지 생각
게시물ID : animation_3334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빨래통
추천 : 0
조회수 : 38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31 0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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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법알못에다가, 짧은 지식입니다. 비판과 토론은 열려있습니다. 지적과 의견 환영입니다.)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등의 여러 사이버펑크 작품들이 그렇지만 사이코패스의 시빌라 시스템은 우리에게 여러가지 질문들 던집니다.

1. 과연 시빌라 시스템은 악인가?

 작품 밖에서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시빌라 시스템을 좋지 않은 시스템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시빌라를 악으로 아카네를 정의로 세워놓고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묘사되었지만, 이번 극장판은 시빌라 시스템에 대한 평가를 조금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크게 보자면 샴발라 플로트이지만 제 인상에 남은 것은 바로 친구 '미나세 카오리'의 결혼입니다. 그녀는 시빌라 시스템이 추천해준 남성과 결혼은 하게 됩니다만, 본인은 이에 만족합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그녀는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결국 그 사람이 나의 인연이었나봐."라는 말을 합니다. 작품 내에서 시빌라 시스템은 사람의 심리 경향을 나름대로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거의 정확하게 읽어내기 때문에 작품 내에서 몇번 언급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해냅니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이것은 굉장한 일입니다. 사패 내에서 그려지는 가해자 및 피해자들은 이 시스템에서 배제되거나 적응하지 못한 소수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시스템이라도 그 기반에는 구성원들의 (명시적 혹은 암묵적)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시빌라 시스템도 예외가 아닙니다. 작품속의 일본인들은 대부분 시빌라 시스템하에서 안정과 행복을 맛보기 때문에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사패 주요 제작진은 인간을 유물론적인 입장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은 물질세계를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악과 선의 정의는 그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말도 안되는 가치라도 이후 다른 시대(과거든 미래든)에서는 일반적인 가치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 공안이 처벌하는 방식은 공정한가?

 그리고 작품이 주로 그려내는 공안의 일은 현실과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사패 내에서의 공안은 현실에서의 경찰과 공안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범죄(살인, 폭행, 강간 등)에 대해서 공안이 대처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느정도 이해할 수는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2기에서 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정치인들의 연설만 들어도 주변의 범죄계수가 올라간다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고 마사오카 아저씨(기노자의 부친)와 여러 등장인물의 언급에 의하면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은 범죄계수를 올리는 주요 원인입니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시빌라 시스템도 알고 있지만 왜 이것을 범죄계수 상승의 요인으로 보는 걸까요?

 이는 현실에서 '정치범'의 등장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사회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게 됩니다. 사회의 모순이 작은 것일 때에는 온건한 방식으로 전개되겠지만 모순이 절정에 달하고 사회 변화의 열망이 극에 달했을 때 그 사람은 정치범 혹은 혁명가로 변신하게 됩니다. 여기서 혁명에 실패하면 한낱 정치범으로 끝나지만 성공하게 되면 새로운 사회체제를 건설하는 혁명가가 됩니다. 그리고 혁명이 성공하게 되면 기존의 권력층이 밀려나는 것은 필연입니다. 권력만 빼앗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재산이나 목숨을 빼앗기게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그 과정에서 일반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게 됩니다. 그래서 기존의 사회체제를 긍정하는 세력은 그 체제를 부정하는 것을 중대한 범죄로 보고 굉장히 강한 처벌을 가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형법에서 구체적인 범죄는 [내란의 죄]로 시작합니다. 아래는 일부 발췌입니다.

제87조(내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단한다.
1.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수괴는 최소 무기금고인 것이 보이시나요? 절대 다시 사회로 풀어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그리고 수괴(머리 首, 괴수 魁)라는 단어도 상당한 가치판단이 함축된 단어입니다. 또 밑에선 국헌을 문란한다는 것도 무엇인지 정의되어 있습니다.

제91조(국헌문란의 정의) 본장에서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라 함은 다음 각오의 1에 해당함을 말한다.
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

보시다시피 사회를 바꾸고 싶다면 헌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노력해라는 메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사회의 모순이 작은 것이라면 괜찮지만 헌법이 악용되고 있다거나 기존의 방법으로 도저히 사회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할 때는 정치범 혹은 혁명가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국가보안법이나 비밀경찰, 사상검증 등을 통해서 사회불만 세력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물리적으로 실현된 형태가 사람의 마음속을 읽어내는 '시빌라 시스템'인 것입니다.

추가 : 당연히 아사하라 쇼코 같은 명백한 테러리스트 등을 규정하기 위한 내란의 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고 저는 지금 법의 악용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어보시니, 어떤 느낌이신가요? 사이코패스가 상당히 많은 질문들을 던져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지 않나요? ㅎㅎ

아카네짱 다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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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짱! 다시 우리에게 유열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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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을 보니 암 걸릴거 같다. 그런데 마냥 싫진 않다. 나 변태인가?

사패 3기 빨리 내놔라 우로부치 이하 제작진들!
출처 대뇌피질 한 구석탱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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