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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독려 1인 시위 123일 한 시민이 노회찬 대표께 전하는 말
게시물ID : sisa_863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지프스
추천 : 13
조회수 : 51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6/04 10:56:46


저는 2009년 1월 31일 부터, 6월 1일까지 123일 동안 6월 2일 지방선거의 투표독려 1인 시위를 했습니다. 123일의 시간은 생각보다 매우 길고 힘든 시간이었으며, 그 긴 시간 동안 오로지 6월 2일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 심판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깨어 있는 국민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안겼기 때문에 이를 참을 수 없어서 행동하고 또 행동 했습니다.

 

그리고 6월 3일 새벽, 1%도 채 되지 않은 박빙의 승부 끝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명숙 총리님을 누르고 다시 서울시장에 당선 되는 모습을 보고 큰 절망감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그 절망감으로 인해, 국민들의 한마음 한뜻이 반영 된 야당 단일화를 거부한 채 홀로 서울시장 선거에 참여해 3.3%의 득표를 한 노회찬 후보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무력감 속에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과연 이번 선거의 결과가 너무나도 아쉽기 때문에 노회찬 대표를 희생양 삼아서 위안을 얻으려는 것은 아닐까? 내가 좀 더 노력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 대신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으로 지금의 이 무력감에서 벗어나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루 종일 생각을 한 끝에 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단 이번 지방선거는 분명 야당과 국민이 승리한 선거입니다. 비록, 너무나도 아쉽게 서울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빼앗겼으며, 그 원인 중 커다란 요인이 바로 '진보'를 외치며 이명박 정권 심판을 운운하던 진보신당에 의해서였다 하더라도(동지에게 등뒤에서 비수를 맞은 기분입니다.) 이번 6월 2일 지방선거는 정권심판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진보신당을 비롯하여 노회찬 대표께 한 마디를 하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2008년의 그 뜨거웠던 6월에 매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조선일보 광고리스트를 정리하여 아고라와 언소주에 올렸습니다. 언론이 바뀌어야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과 열망으로 나선 시민운동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운동의 결과 검찰로부터 출국금지와 압수수색 및 사전구속영장 발부와 기나긴 재판 끝에 징역 3년을 구형 받고 지금은 대법원 상고심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평범한 시민이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규탄하며 온몸으로 맞서 싸우고 있을 때, 노회찬 대표 당신은 조선일보 100주년 기념식에서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다른 야당의 의원들도 참석했다는 말로 회피하려 들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과 상관 없이, 당신은 이미 조선일보 불매운동에 참여했던 수많은 시민들의 마음에 비수를 꼽았습니다.

 

한동안 노회찬 대표님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로 당신이 텔레비전에 나올 때마다 채널을 돌렸지만, 그래도 진보가 뭉쳐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의 분노를 식혔습니다.

 

그리고, 1월 31일 부터 6월 1일까지,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진보가 승리 해야만 한다는 열망 하나로 수많은 핍박과 괴로움 속에서도 그에 굴하지 않고 투표독려 1인 시위를 계속 해왔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노회찬 대표님 당신께서 등뒤에서 비수를 꼽았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민주당이 좋아서 단일화를 부르짖은 것이 아닙니다. 진보신당이 말하는 진보의 가치를 부정해서 진보신당에게 단일화에 응하라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가치와 목적 보다도 지금의 이 몰상식적인 시국 상황에서는 정권심판의 가치가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노회찬 대표 당신은 어땠나요?

여론조사 결과 20%에 가깝게 지지율의 차이가 벌어지자, 어차피 한명숙 총리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스스로의 지지도를 높혀 다음 선거를 대비하자는 마음에서 단일화를 거부하고 선거에 참여했습니다.

 

123일 동안 투표독려 1인 시위를 해온 저는 바보 멍청이라서 20%에 가까운 지지도의 현실을 보고도 포기하지 않았겠습니까? 단일화에 응한 민주노동당과, 투표독려 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시민들은 모두 바보라서 포기하지 않았겠습니까?

 

이번 6월 2일 지방선거는 지지율의 열세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국민들이 만들어낸 기적이 빛나는 선거였습니다. 다만, 어차피 상대도 되지 않게 질 선거라면 스스로의 지지율이나 높이자는 당리당략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노회찬 대표와 진보신당을 제외 한다면요.

 

노회찬 대표와 진보신당에서는 스스로가 단일화에 응하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맞습니다. 진보신당에겐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그런 진보신당을 비판할 권리는 있습니다. 저 이외의 수많은 시민들 역시 진보신당을 비판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동안 촛불 행사에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가 나올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정권심판이라는 대의명분을 함께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더 이상 노회찬 대표께서 촛불행사에 나타난다 하더라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기분에 따라선 박수 대신 야유와 냉소를 보낼 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보신당의 가치와 뜻은 여전히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정권심판이라는 말은 운운하지 말아 주십시오.

말과 행동이 다른 당신의 표리부동한 모습은 저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환멸만을 느끼게 만들 뿐입니다.

 

저는 이제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금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계속 할 것입니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진보신당이 기회주의적인 발상에서 저지른 이번 실수로 인해 정당 자체가 해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을 통해 국민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해 줄 수 있을 만큼의 변화 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겠습니다.

 

 

※추신 : 세 번 실수는 용서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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