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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떻게 경영의 하위개념이 됐을까?
게시물ID : sisa_5951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늙은도령
추천 : 4
조회수 : 43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6/01 03:19:08

재무구조나 배당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야구선수인 요기 베라가 피자를 4등분할지, 8등분할지 묻는 배달원에게 방금 경기를 끝내고 와서 배가 고프니 8등분을 해달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ㅡ 머튼 밀러의 말, 저스틴 폭스의 《죽은 경제학자들의 만찬》에서 인용




미국의 이중성은 ‘자신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지 말고 자신들이 말하는 대로 하라’는 풍자에서 압축적으로 나타납니다. 세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전파하고 이식시켜야 한다면서, 정작 뒤로는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주적 지도자를 암살하거나 군사쿠데타를 사주해 독재정부를 세우는데 전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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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같은 도시 규모의 독재국가와 중동 및 아프리카의 왕정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정경유착이 심하면서도 다른 나라의 정경유착은 악마의 유산인양 비판합니다. 청소년기까지의 성장기가 생략된 미국은 돈 버는 것만 생각하면 되는 천혜의 땅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로비의 천국이 된 것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유효한 정치‧경제‧사회적인 것들이 다른 국가에서는 유효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서 기원합니다.



이런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파들이 지배엘리트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OECD가입국 중에서 최악의 빈부격차와 노인빈곤, 자살률, 출산율, 지니계수, 사회갈등 등을 기록하는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경영과 정치가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과 정치는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최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재벌들의 행태를 보면 경영과 정치는 정말로 비슷해 보입니다. 과학과 기술공학의 발전을 이용하는 것도 경영과 정치의 유사성을 높입니다. 아날로그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도 싱크로율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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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영과 정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차이가 자리합니다. 둘 다 최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경영은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도록 하는 것이고, 정치는 절대다수에게 분산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경영은 피자를 4등분하던 8등분하던 소수가 독식하면 그만이지만, 정치는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경영과 정치의 차이를 어림직한 하는 사람들은 경영도 모든 구성원을 배불리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막대한 이득을 남기면 그것이 종업원과 협력업체까지 배불리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애플 같은 악마의 기업도 그렇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부분별로, 팀별로, 부서별로, 개인별로 점수가 매겨져 연봉이 달라집니다. 반도체 부문처럼 A를 네 개 받는 임직원과 가전 부문처럼 D를 네 개 받은 임직원의 연봉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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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룹사로 넘어가면 더 벌어지고, 협력사로 넘어가면 더 벌어집니다. 팀이나 부문이 없어지면 정리해고를 면치 못합니다. A를 네 개 받은 임직원도 위로 가면 후하고 아래로 가면 박합니다(상후하박). 최고경영자를 거쳐 오너 가문까지 가면 천문학적인 차이가 발생합니다.



거의 모든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애플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삼성전자를 몇 배나 뛰어넘습니다. 임직원이 적을수록 가져가는 몫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것도 삼성전자보다 애플이 심하면 심했지 못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악마의 기업이라 하는 것이고요.



정치는 이것과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국가가 최고의 이익을 거둬야 하는 이유도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함이지, 소수에게 독점시키기 위함이 아닙니다. 현실이야 어떻든 명목상으로의 정치는 그러합니다. 특히 미국식 신자유주의 통치술이 정치를 타락시키기 전까지는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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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통치술이 제일 많이 얘기하는 것이 국익이고 민생입니다. 국익을 최대화해서 민생의 질을 높이겠다고 입이 닳도록 말합니다. 그렇지만 국익이 누구에게 적용되고 어떻게 배분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원가가 얼마나 들어갔는지도, 이익배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국가 업무의 민영화도 무차별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조세정의는 사라졌고,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을 부추기는 시장논리가 모든 정치철학과 국가의 역할을 점령해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것들은 무기력하게 만들거나 아예 고사시켜 버렸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영과 정치가 혼동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들이 보기에 경영과 정치가 다를 것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소수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것이, 그래서 특권층을 형성하는 것이 둘 사이에 별반 다를 것이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40년을 이어오자 정치는 경영으로 대치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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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치가 경영으로 대체되면서 부와 권력은 소수의 상층부에 쌓이고 폐해와 위험은 다수의 하층부에 쌓였습니다. 그 결과가 작금의 대한민국입니다. 분배와 공존, 상생을 중시하는 진보좌파의 가치와 신념, 도덕이 무력화되고 폐기되다시피 한 것도 정치가 경영으로 대체됐기 때문(다른 이유도 있지만 이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입니다. 



우리는 이명박의 임기 내내 경영이 정치를 대체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뼈저리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국정원의 댓글사건도, 국민 모두를 속였던 4대강공사도, 국민의 세금을 마음대로 퍼주었던 자외외교도 정치를 경영으로 격하시킨 이명박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필자가 한 동안 다루지 않았던 진보좌파의 가치와 신념, 도덕에 대해 다시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기득권 보수화를 강력하게 비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노건호의 추도사와 문재인의 SNS의 글을 비교분석한 다음에 글을 올린 것도 같은 이유이고, 하늘이 무너져도 7월에는 지적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첫 번째 모임을 가지려는 이유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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