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지금은 가만히 내 옆에 있어주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때, 조금 섭섭했던 것 같다.
무척 힘든상황에 빠져있는 친구를 보면서
내딴에는 무엇이든 도움이 되고 싶어 애타하던 시절.
내 마음을 몰라주는 친구가 답답하기도 하고
내 친구가 이렇게 힘든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게
화가 나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내가 친구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될때까지
그 긴 시간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다.
혹은 떠나오기도 했다.
너무 많이 걱정하고, 너무 많이 사랑하고, 너무 많이 아파하고, 너무 많이 미안해하고.
그래서 내가 무엇이든 되고싶고 하고싶었던 시절.
그리고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시절.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그토록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아파하느라
나는 번번히 너무 쉽게 지쳐버렸다.
상대 또한 지치게 만들어버렸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건
뜨거운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것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줄 나는 몰랐다.
그래서 참 고마웠다.
그때 내게 지금은 가만히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준 친구가.
날 떠나보내지도, 떠나가지도 않고 오랜 시간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키게 해준 친구가.
언젠가 글을 쓰는 후배의 블로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한 젊은 소설가의 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시대의 아픔을 이렇게 잘 쓰는 작가가 있는데 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걸까
글의 힘이란게 과연 있긴 한걸까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한없이 무력해질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들또한 아무 소용없는, 아무 의미없는 혼잣말은 아닐까
그럼에도 왜 많은 사람들은 또 글을 쓸까.
나또한 음악으로 밥을 먹고 사는 한 사람으로써 참 많이 했던 고민이다.
음악의 힘이란게 있긴 한건지,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시대에
나처럼 음악을 한다는 것이 과연 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때마다 나는 꽤 오래전 내 친구가 했던 말을 다시 꺼내보곤 한다.
가만히 내 곁에 오랫동안 있어달라던 친구의 말.
나는 그 누구에게든 모든 것이 될 순 없다.
내가 그 어떤 문제든 해결할수또한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또한 분명 있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한다.
뜨겁게는 아닐지라도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나는 당신과 함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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