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정규직 자녀 ‘채용 특혜’ 요구
단체협약에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담아
비정규직·청년실업 외면…“노조 이기주의” 비판
김소연 기자
현대자동차노조가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줘 우선 뽑도록 회사 쪽에 요구하는 단체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회의 형평성을 무시하는 처사로 사실상 ‘정규직 세습’이나 마찬가지이며,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자동차노조는 민주노총의 최대 사업장 가운데 하나이다.
17일 현대자동차노조 자료를 보면, 2011년 단체협약 요구안에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가점 부여 등 세부적인 사항은 별도로 정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노조는 18일 오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 요구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단체협약은 노사가 맺는 가장 기본적인 협약으로 법적인 효력이 있다.
현대차 정규직노조 관계자는 “현대차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는 데 노동자들이 노력했던 만큼, 기여도를 인정해 자녀가 채용을 원할 경우 가산점을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노조 조합원은 4만5000명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자녀 채용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근속자는 약 200명이고 2018년에는 1000명이 넘을 것으로 노조는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노조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노동계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해부터 투쟁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참담하다”는 분위기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대법원이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회사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고, 비정규직들은 오히려 무더기 징계에 노조 탈퇴 강요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단체협약을 요구한다는 것은 정규직만 계속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업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도 냉담한 반응이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확대에 대해 보수 쪽에서 대기업노조 때문이라고 지적할 때마다 ‘아니다’라고 말해왔는데, 이제 그런 대응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도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서 대기업노조가 자기들 조합원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실리주의에 치우치고 있다”며 “노조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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