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야간 근무하고 일찍 퇴근 하는 날이라
무한도전 가요제 예전 노래들을 들으면서 룰루랄라 하고 신나게 차를 몰아 집으로왔다.
유후~오유하고 트위터하고 롤좀 해야지~ 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집 앞 흡연구역에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들어왔는데
나의 슈퍼맨이 끙끙 앓고있다.
나의 슈퍼맨은 잠꼬대가 심한 편이라 엄마는 안방에서 재우고
자신은 거실에서 잔다.
잠꼬대인 줄 알았는데 정말 끙끙 앓고있었다.
"아이고...아이고...아이고 죽겠네....아이고...."
불꺼진 거실을 지나 방문 앞에 서는 그 몇초 안되는 시간 동안 아이고가 몇 번인지...
"아빠."
"으응...아이고..."
"아파?"
"어...아이구야...죽겠다 아주..."
슈퍼맨이 파스를 떼어 달라고 했다. 등허리와 어깨에는 파스가 덕지 덕지 붙어있었고
파스를 떼어내려 손을 갖다 대보니 몸이 후끈후끈 열이 심하게 났다.
세상에서 알통이 제일 멋졌던 팔은 가늘어졌고
나를 올려 세상을 보여주던 어깨는 너무 야위었다.
곧게 서있던 허리도 힘이 없어 보였다.
슈퍼맨의 몸을 주물러 주었다. 어깨 허리...
어렸을 적 목욕탕에서는 내 팔이 떨어져 나갈 듯이 왔다갔다 해도 다 돌아다니지 못하던
튼튼하던 등판은 어느 새 내 손 두어번 지나갈 자리밖에 남지 않았다.
자신감 넘치던 눈빛은 감긴 눈꺼풀 아래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제야 보였다. 슈퍼맨...나의 슈퍼맨이 초능력을 잃었다.
세상이라는 적들과 싸우며 나와 가족을 지키느라 너무 많은 초능력을 쓴 탓인가...
얼굴에 남은 싸움의 흔적들이 주름살이라는 이름으로 곳곳을 수 놓았다.
아프지마 아빠...
이제 내가 아빠가 슈퍼맨이었던 그 나이가 되었으니
내가 슈퍼맨이 되어서 아빠를 지켜주고 싶어.
나의 슈퍼맨이 초능력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