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베오베에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추천수 325, 댓글수 210 이니 많은 분들이 보셨으리라 생각되네요.
그 글과 댓글 내용을 읽다 떠오른 생각들을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우선 그 글이나 댓글에 대한 반론이 아님을 말씀드리며,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몇 자 적는 글임을 밝힙니다.
2013년 3월 07일자로 제가 쓴 글이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추천과 응원이 있었습니다.
예. 제 딸아이는 다운증후군입니다. 2급 장애인이죠.
열 다섯 살이나 되었지만 5~7세 정도의 수준입니다.
물론 나은 부분도 있고, 반대로 더 모자란 부분도 많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저희 부부도 '기형아 검사'라는 걸 했습니다.
태아가 '정상'이란 판정을 받았지만 출산하고 보니 다운증후군이었습니다.
만약 검사 결과가 '장애'로 나왔으면 저희 부부는 낙태를 했을까요?
모르겠네요. 아마 했을 지도, 아니 했을 가능성이 높네요.
예전 제 글에도 썼듯이 저희 아이는 다운증후군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1kg에 심실과 심방에 천공, 심장판막 기형 등등...
생후 45일만에 심장 수술을 했는데 수술을 결정하기까지 난관이 참 많았습니다.
부모님, 장인장모님 등등 모두가 수술을 반대했죠.
분명 대한민국에서 장애부모로 살아갈 저희 부부의 앞 날을 걱정하시는 조언이었습니다.
세상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새끼 죽이란 말을 하겠습니까?
쉽사리 수술 결정의 못하던 저를 아침일찍 찾아오신 의사선생님께서
"장애아란 이유로 수술을 포기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장애인은 죽어야 하는 것인가?" 라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바로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2000년도의 일이니 어느덧 15년 전의 일이네요.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의 삶은 참 힘듭니다.
정부지원? 복지?
정상인의 복지도 '배부른 소리'로 치부하는 나라에서 '장애인 복지'는 말 할 필요 없죠.
그 보다 더욱 힘든 건 주변인들의 시선과 손가락질 입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아직도 곱지않습니다.
예. 참 많이도 싸웠고, 앞으로도 계속 싸워야 할 겁니다.
식당에서 대놓고 밥맛 떨어진다는 사람들과 여러 번 싸웠고,
대형마트나 공원 등지에서 공공장소에 장애인를 왜 데리고 오냐는 사람들과도 수 차례 싸웠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표현을 잘 못하는 것을 약점 삼아 폭행하던 복지관 선생 등등...
멘붕게나 사이다게에 쓸 만한 일이 참 많이 겪고 삽니다.
그래도, 저는 우리 딸아이 수술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운증후군' 딸래미 라는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겠지만
낙태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수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한 지난 15년 동안 아이 덕분에 행복했던 적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 엄마가 노력하고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덕에 꽹가리, 대북, 가야금 등을 꾸준히 연습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공연'도 다니고 '대회 수상'도 하더군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는 일반학생들과 함께 폐막식 공연의 일원으로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공연 하는 딸래미를 둔 덕분에 '연아느님'을 면전에서 보던 순간은 정말... ㅎㅎㅎ
각설하고,
태아가 '장애'임을 알게되면 '낙태'를 할 수도 있다는 많은 분들의 의견은
아마도 이 사회가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는 틀림이 아니고 다름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