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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가 말하는 "힘들이지 않고"
게시물ID : freeboard_8861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선웅
추천 : 2
조회수 : 32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6/02 17:54:57

무려 14년 전 얘기다.

싸구려 삼겹살 집에서 고기를 먹다가 조수미가 나오는 TV 프로를 보고 있었다. 같이 밥을 먹던 친구랑 그녀의 대단한 삶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가 말을 가로채 이런 얘기를 했다. "저런걸 보면 어떻게든 될 사람은 되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간과하고 산다" 라고...


그 말이 겨냥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가 돈 한푼 없는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들의 삶이 최종적으로 천재적인 음악가가 아니였다면 그건 누구 탓을 해야하는 상황인걸까.


나이를 먹은 지금의 생각은 이렇다. "될 사람은 된다" 이 말처럼 무서운 말은 없다. 사람은 혼자 자라나지 않는다. 환경을 이기든, 꺾이든 그 결정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이유가 되고 영향을 끼친다.


조수미나 그외 성공한, 특히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극소수의 사람들의 삶이 "가능성"을 정당화하거나 사회나 국가의 무능함을 합리화하는데 사용되서는 안된다. 만약 가난하거나, 그럴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태어난 이들이 그들의 성공을 동경하게 된다면 그건 그들의 선택일 뿐이라고...


사람들에겐 환경이 중요하다. 그 환경이 동기를 만들고 삶의 목표를 만든다. 성공한 일부 천재적인 사람의 삶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무능으로 지적하는 사례로 쓰이면 안된다. 그건 매우 저급하고 저열한 지적이고, 끊임없는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단잠과 삶을 버리고 살고 있는 다수의 민초들의 삶을 폄하하는 것과 진배 없다.


아무런 도움 없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극적인 이야기들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아름답게 꾸며질 수 있는지, 그것또한 그들이 정상에 있기 때문이지 그 과정이 아름답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역으로 그들이 그런 고난을 이겨낸 과정을 겪고도 정상에 자리에 없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얼마전 모 메이져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수십억원의 투자를 받은 뮤지션의 얘기를 건네 들었다. 그의 성공담 넘어에는 그 사람 조차도 손가락에 꼽는 재벌집 아들이라는 사실이 숨어있었다. 최근에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성공한 20대 CEO. 외국에서 유명 대학을 나오고, 유명한 기업들의 자재들과 동기인 유능한 20대 CEO에게 수백억원을 투자한 마치 무협지 같은 성공담.


과거에 성공담은 개천에서 용이난 극적 드라마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누가 얼마나 더 돈을 많이 벌었는가? 에 대해 트랜디한 드라마 같은 평이한 플롯의 이야기들만 쌓여가는 것 같다. 한번인가는 한 CEO가 (그도 20대다) 이런 말을 하더라. "하고 또 하고 또 하다보면 언젠가 길이 열린다. 그때까지 포기하지 말자"


사석에서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극단적인 예지만 "당신이 오늘 당장 먹을게 없고, 빚을 갚으라는 독촉전화가 끊이지 않고, 군대 영장이 나와 있으며 당장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큰일 날지 모르는 노모가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타인의 삶을 쉽게 재단하는 건 오만이다. 그리고 그 삶을 쉽게 판단하는건 독선이다. 이 사회에는 자신의 성공을 대단한 것 처럼 포장하는 것도 능력이라며 그것이 마치 선택받은 자들만의 권리인것 처럼 구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많아지고 있다.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포장된, 어처구니없는 다양한 사례들. 내가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이라고 비난할 이유도 없고, 부러워 한느 행위 자체를 고깝게 볼 필요도 없지만, 최근들어 불필요하게 자신의 과거를 고난과 역경으로 포장하는 이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 그 고난과 역경속에 내 던져진 젊음들에겐, 그것이 현재 진행형인 이들에게 "그들이 말하는" 성공담은 지나치게 미화되어있고 지나치게 먼 세상 이야기다.


하물며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같은 젊음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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