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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 간 글 보고 나도 적어보는 군대시절 이야기(좀길어요.)
게시물ID : military_559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볼랑말랑
추천 : 0
조회수 : 13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03 02:22:47
야밤에 출출한데 야식이 없으므로 음슴체....는 무슨 걍 편하게 쓸게요..

나이 서른찍는 남징어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군대를 좀 늦게 갔지요.

헌병...이 됐습니다.

막 자대에 도착해보니 편제 개편이다 뭐다 하면서 정신없게 돌아가다보니 교도병 보직이 주어지더군요.

(밑에 가서 이야기하겠지만 이것도 내막이 있더군요.)

가서 보니 저랑 넉달 차이나는 동기지간 선임 둘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정원은 4명인데 딱히 정원 채울 필요는 없다고 셋이서 돌아가는 구조라고 하데요.

뭐 그려려니 했습니다.

제가 들어갔던 해가 뭔 액이 낀 해였던가...부대 내 굵직굵직한 범죄가 펑펑 터져서 근 일년간 영창이 운영되었죠.

문제는 피의자를 수감시켜놓고는 관리를 안합니다. 전적으로 병사 셋한테 관리를 맡기더군요.

교도반장이라고 배불뚝이 상사 하나가 직함을 달고 있는데 절대 안옵니다.

영창이 부지 내에서 근무자가 자물쇠를 잠그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 누가 들어오려면 내부 근무자에게 신호를 줘야 합니다.

당연하달까...병사 셋이서 있는데 관리가 안되죠. 지금 생각해보면 악폐습이 끝내줬습니다.

3교대로 근무표를 짜서 간부한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간부가 신경을 안쓰니 동기지간 선임 둘이서 장난질을 칩니다.

보통 6시간씩 근무하고 교대해야 하지만 전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두시간 동안 영창에 들어가있었습니다.

뭐랄까...처음에는 좀 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죄수가, 수감자가 되는 기분이더군요.

실제 처지도 뭐 그다지 다르진 않았습니다. 낮시간 동안 위에 둘은 교대로 밖에 놀러다니고 한명만 안에서 남아 저랑 수감자 밥을 챙겨주곤 했죠.

그마저도 밥시간 외엔 영창 안에 저랑 수감자들만 달랑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밤시간 근무는 더했습니다. 두 녀석이 밤시간 근무표에 이름을 올려놓는데 실상 저녁 먹은 후에는 간부들도 퇴근하고 무서울 게 없다 싶으니

그냥 노는 시간인 거죠. 영창에는 원래 수감자 감시와 보호 목적으로 CCTV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전 한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두 녀석은 심지어 자기네들 근무시간에 이 CCTV 전원까지 내려버리고 깽판을 쳤더군요.

전 하루동안 밀린 설거지와 그자식들 뒤치닥거리하다가 열시쯤 되면 또 자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걸 왜 1년 동안이나 참고 넘겼던지 정말 미련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암튼...

제 상황은 저랬습니다.




하루 절반을 군화 신고 수감자들 앞에 서서 있으니 날이면 날마다 밤에 끙끙 앓기 일수였습니다.

원래부터 평발이 심해서 (신체검사장에서 의사말이 엠씨몽 사건만 아니라면 공익 판정이라더군요.) 오래 서있으면 피로한데 계속 그러고 있으니

탈이 나는게 당연했죠.

의무대가서 진찰받으니 꾀병 부리지 마라고 ㅋㅋㅋ

다들 똑같이 일하는데 너만 아픈게 말이 되냐고 그러더군요.

후에 밖에서 검사하니 족저근막염 + 지간신경종 + 나머지 하나는 잘 기억은 안나는데 이것도 지간신경종 비슷한 병입니다.

이게 정말 비참한 게요, 아버지가 저랑 똑같은 증상을 앓으시는데 나이 오십이 한참 넘어 오신 병증입니다.

전 이십대 중반에 온 거죠. 족저근막염은 중증이긴해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질환은 딱히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발을 편하게 하는 것 이외에는..




일년 버틴 시점이었나, 위에 두 놈이 정말 비인간적으로 행동한 어떤 일 때문에 저도 정말 빡쳐서 간부한테 CCTV 뒤져보라 하고는

보직변경해달라고 뻗댔습니다.

후....그마저도 사랑의 벌로 끝내고 보직은 그대로 가는 걸로 이야기가 나오길래 다시 한번 빡쳐서...

법무실에 그대로 달려가서 이야기하겠다고 질렀더니 그제야 엇뜨거라 싶었던지 이야기가 통하더군요.

그 뒤는 일반 초병으로 근무하면서 무사히 전역했습니다.

부대 행정병으로 있던 동기 말로는 제가 그 후로 관심사병이었다고 ㅋㅋㅋㅋ

관심사병이지만 법무실에다 꼰지른다고 공갈포날린 거 때문에 언터쳐블 취급이었다네요.

위에 두놈 중에 한놈은 제가 교도병으로 변경되던 시점에 같이 교도병으로 바뀐 케이스인데 알고보니 제가 그 놈 딱갈이로 딸려들어간거라고 하더군요.

쉽게 말해 "빽"이 있기는 있는데 어설픈 놈이라 교도병으로 빼주고 그 김에 딱갈이 하나 보내서 군생활 피게 해주려는 용도였다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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