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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 춤추는 모래언덕
게시물ID : readers_200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르륵의눈물
추천 : 0
조회수 : 4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03 15:12:22

"진, 들어! 내가 원하는 것은 들어준다고 했잖아. 칼을 들어서 나를 향해 달리란 말이야"


샤아는 몸을 뒤로 젖혀 반달을 가슴으로 밀어내듯 서 있었다.

무엇이 그를 지치게 한 것일까?

왜 이렇게 고요한 사막을 미친듯이 달려 나에게 소리치는 것일까?

나와 그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있었다.

그가 던진 아라비아 반도는 꿇어앉은 나의 무릎앞에 있었고, 밤의 사막을 그리워하는 모래 전갈이 있었고,

그의 달빛 그림자가 흐리게 흐트러져 있었다.

그는 지친 한숨을 하늘에 뿜어내고는 나를 보며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사막을 사랑하자고 했잖아. 사막을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래서 나도 널 믿었는데, 그래서 믿었는데"


평상시와 같이 지나가는 우울증의 파편이라고 생각하던 나는 그의 빛나는 눈을 바라보았을 때 반사적으로 외칠 수 밖에 없었다.


"무슨말이야? 도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건데. 또 글록 그 놈이 쓸데없는 말을 한거야? 왜! 왜! 왜!"


나 역시 소리침에 익숙해 졌다. 나의 외침에 그에게서 뿝어져 나오던 감정은 약해졌다.

그러나 그는 이제 한 템포의 나즈막한 목쉰 목소리로 나를 베었다.


"너를 믿지 못하겠어"


그 한마디가 나를 침몰시켰다.

이 사막의 바다에 빠지게 된것처럼 그는 바람에 지나가는 모래언덕으로 시선에서 사라졌다.

그를 몰랐다. 아니 그는 누구인가?

팽팽히 당겨지던 동아줄의 마지막 한 올이 풀리듯 그렇게 힘없이 그의 한마디에 무너졌다.

너무나 명확한 결론을 먼저 찔러버리는 그의 대화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지쳤음을 알아야하는 나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그래, 널 베어버리겠어"

나는 손을 뻗어 아라비아 반도를 집었다. 돌아서 가는 그를 향해 뛰었다.

자신을 향해 칼을 들고 달려오는 나를 본 순간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도 알고 있고 그도 알고 있는 결말이다.

어느 한 사람이 몰랐다면 영원히 몰랐을 결말을 이제 둘다 알고 있다.

모래를 박차며 그를 향해 칼날을 세웠다.

그에게 시간을 주기 싫었다. 아니 나에게 시간을 주기 싫었다.

이 지치는 일상을 끝내고 싶었다.

칼 끝은 내가 기대어 잠들던 그의 어깨를 향했다.

그의 칼날이 휘어감듯 나의 칼날을 튕겼다.

정직한 곡선을 그리며 안아오늣 나의 허리를 향해 들어오는 그의 칼날을 바라보며 슬픔이 밀려왔다.

두발을 뒤로 뛰어 물러났다. 내가 물러난 만큼 그는 다가왔다.

우린 애초에 그렇게 거리를 지켜야 했었다.

내가 찌르는 그의 품만큼 그는 물러났으며 그의 다가섬 만큼 나는 멀어져야 했다.


달이 기우는 밤에 우린 그렇게 내일을 모르는 춤을 추고 있었다.

출처 오래된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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