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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유머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by 신동엽
게시물ID : lovestory_195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착한피리
추천 : 15
조회수 : 73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5/12/26 15:42:34
[발언대] 유머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신동엽 개그맨
입력 : 2005.12.25 21:18 23

방송 녹화를 마친 후의 분장실에서 간혹 당황할 때가 있다. 녹화가 만족스럽지 않아 시무룩한 내게 그날의 게스트가 다가와 “오늘 녹화 아주 재밌었죠?”라며 동의를 구할 때다. 돈 받고 일을 하는 동원방청객의 과장된 반응에 흥분한 신인 게스트들이다. 이럴 땐 참 미안하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기계적으로 가해진 방청객들의 가짜 폭소가 불러일으킨 착각의 결과를 잘 알기 때문이다. 녹화장의 가짜 웃음이 사라진 조용한 편집실에서 그의 발언은 난도질 당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는 자신이 뱉은 기라성 같은 고급(?) 유머를 이해 못하는 제작진을 원망할지 모른다. 
방송만이 아니다. 기업의 CEO가 주관하는 행사를 간혹 진행할 때가 있다. 이런 자리에 참석한 최고경영자들은 대개 직원들을 향해 의무적으로 한두 마디의 조크를 던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정작 나를 웃기는 건 CEO의 시시한 유머가 아니라 그에 반응하는 부하 직원들의 과장된 반응이다. 어찌 보면 방송국 녹화장의 방청객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기업의 총수나 정치인처럼 이른바 성공했다는 사람이 던지는 조크는 세련됨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폭소를 유발한다. CEO나 정치인이 단지 조크뿐만 아니라, 중요한 정책 결정에서도 이런 동원방청객 수준의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올바른 업무 수행을 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웃음과 성공의 문제에 있어 서구와 우리는 좀 다른 듯하다. 서구 문화에서 남을 웃긴다는 것은 이미 성공한 자의 여유가 아니라, 앞으로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술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따로 조크를 교육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나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 속에서 뭔가 웃겨보려는 상대의 노력을 매우 존중해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 있을 뿐이다. 공식석상에서 책임자가 농담을 던지면 품위 운운하는 우리네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남을 웃기는 기술은 선천적인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이 모두 중요하지만, 나는 노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 노력은 어떻게 개발될까? 끊임없는 시도다. 썰렁하든 잘 먹히든 우리는 계속해서 조크를 던지고, 농담을 말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우리들이 직장동료나 친구들에게는 이런 노력을 많이 하지만, 정작 가족에겐 잘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자식·형제끼리 농담은커녕 대화조차 단절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가정은 유머를 훈련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설사 좀 썰렁하더라도, 그래서 창피하더라도 어떤가. 내 아버지, 내 딸의 유머인데 말이다. 오락프로그램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란 게 있다. 이 포맷이 재밌을지 어떨지 시청자 반응을 미리 맛보는 제작 형식이다. 가정은 사회적으로 써먹을 유머를 파일럿 형식으로 시험해볼 훌륭한 무대다. 내 경험을 비추어봐도 가족만큼 너그러운 반응을 보여주는 집단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농담을 즐기는 아이, 그 농담을 또 다른 농담으로 받아넘길 줄 아는 부모는 내가 꿈꾸는 가정의 원형이다. 그런 부드러운 대화는 가정의 분위기를 바꾸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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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씨 글 정말 잘쓰시네요~
그냥 티비에서 볼때는 몰랐지만 이런글하나때문에 사람이 달라져 보이네요 ^^;
앞으로도 좋은활동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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