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한번 말한대로~~ 용기를 내서 제 소설의 일부를 올려봅니다.
그리고 아직 맞춤법 등 수정을 거치지 않은 글입니다. (전 수정을 한번에 몰아서 하는 스타일이라)
사실 제가 소설 쓰는건, 제 글을 읽는 분들과 노닥노닥 거리기 위함이라 [....]
잘부탁드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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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나의 시작이 어떠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나는 시키는 데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이 끝나면 주어지는 기름범벅의 죽과 회색의 물. 그것을 먹고, 어두컴컴한 세평남짓의 창고에 들어가 누우면 피곤에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잠든다.
일어나면 아침 조회. 동료들의 인원을 파악한 후. 다시 일을 한다. 그렇게 다람쥐 책바퀴돌듯 돌아가는 하루하루. 딱히 나의 삶에 수긍한 적도 반항한 적도 없다. 그저 적응해서 살아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느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나는 내가 일하는 공간이 커다란 검은 건물의 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흔들리는 백열등 아래, 어두침침한 공간속에서 처음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잠시 일손을 놓고 고개를 돌렸다.
창밖으론 똑같이 생긴 검은 건물들이 일렬로 줄지어 세워져 있는 풍경이었다. 굴뚝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 구름을 만들고 있는 건물들. 이곳과 같다.
아아, 그렇네.
보이는 그것이 세상이 전부였다. 여기를 벗어나도, 똑같은 곳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짜악! 등짝에서 울려펴지는 고통, 간수는 채찍을 거두었다.
"21번! 뭘 하는 거지?"
무서운 얼굴의 간수가 노려보고 있었다. 아프다. 맞은 건 등이지만 전신이 떨릴 정도의 고통이다. 왜 이런 고통을 겪여야 할까? 아아. 생각이 났다. 급히 다시 손을 놀린다. 서둘러 하던 일을 계속 한다. 내가 멈추어선 안된다. 나는 건물을 이루는 부속품중 하나. 내가 삐끗하면 모든 부품이 삐걱거린다. 그것이 이곳에서 내가 배운 유일한 것.
잠시후 간수는 콧방귀를 뀌더니 돌아갔다.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받은 가르침을 잊으면, 이렇게 고통이 동반된다. 좀 더 일에 집중 하자.
"야, 21번, 괜찮아?"
30분 동안 주어지는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다가 왔다. 17번, 23번, 35번, 36번. 크고 작은 나의 동료들. 가장 나이가 많은 17번은, 다짜고짜 내 옷을 벗겨 등을 바라보았다.
"터졌어. 이렇게 내버려두다니, 젠장할."
17번은 하얀통에서 끈적이는 연고를 퍼, 등에 발라주었다.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등에서 전해지던 화끈거림이 잦아들었다.
"엉? 뭘 그렇게 보냐? 감사 인사는 됬어. 이것도 그냥 싸구려 약이다."
17번은 뭐든 가지고 있었다. 뭐든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공장안에서 '약'을 구한다는 것은 믿기 힘들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선뜻 내어준다는 사실에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도, 행동도 배우질 못했었다. 우리가 할 줄 아는것은 공장의 부품이 되어 돌아가는 것. 어떻게 웃고, 어떻게 화내고, 어떻게 기뻐하고, 어떻게 슬퍼해야하는 지 몰랐다.
그래서 나도 23번, 35번, 36번 처럼, 17번의 행동을 그저 멍한 얼굴로 바라만 보았을 뿐이다.
우리중 유일하게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 17번. 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웃는 방법, 자신의 생각을 표현 하는 법, 동료애, 고통을 견디는 법. 등등.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를 따르게 되었다.
때로 그는 우리를 가르치던 도중 곤혹스러워 하곤 했는데, 그의 말을 들어도, 우리는 행복과 불행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린 모두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했기에 욕심에 대해 이해 못했고, 잃은 것이 없었기에 슬픔도 알지 못했다. 그것을 17번은 말로써 표현했고 우리는 이해한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제대로 전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서로가 인지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야 병신아! 에구 이 무식한 것들같으니, 못말리겠네 진짜. 하하하하."
17번은 웃을 때는 크게 웃고, 욕설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한편으로 자신의 삶을 저주하면서도, 그는 끝내는 크게 웃는 것이다. 그런 그가 멋있었다. 나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하루는 35번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먼지가 많은 곳에서 일하다보면 흔히 있는 증상이라고 17번은 말했지만, 그의 기침은 되려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다. 한달 후 그가 기침을 하다 피를 토했을 때, 우리는 그가 병을 이기지 못했음을 알았다.
35번의 증상은 그 날로부터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토하는 피의 양은 점점 늘어가고, 일하는 도중 기절해 쓰러지는 일도 잦았다. 우리는 곧 그가 '다른 나라'로 가게 될 것임을 알았다. 물론 17번도 짐작은 했겠지만, 17번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35번을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취했다. '기관지' 라는 기관에 좋은 음식을, 어떻게 구해와서 먹이는 가 하면, 갈색의 쓰디쓴 약을 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달째 되던 날 35번은 '다른 나라'로 갔다.
우리는 침묵했다.
항상 있어 왔던 일이다. 다른 나라로 간 이들은 푸른색 쓰레기봉지에 쌓여 소각로로 배출된다. 며칠 지나지 않으면 35번을 대신할 부품이 도착할 것이다. 그것이 당연했던 수순이다.
하지만 그순간 갑작스럽게 이변이 발생했다.
17번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날 뛰기 시작한 것이다. 왜 그러는 걸까? 그가 해주었던 약이 아까워서, 억울해서 일까? 그래서 그렇게 화를 내는 걸까? 진정해 17번. 그렇게 화를 내면 간수들이 채찍질을 할거야. 채찍은 아파.
"아니야!"
정말인데. 나도 이렇게 맞았잖아. 상처가 나을때까지도 계속 아파. 아프지마 17번.
"아니라고! 난 화내는게 아니야! 슬퍼하는 거야! 알겠냐 이 개자식아! 35번은 죽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아! 다신 볼수 없단 말이다!"
돌아오지 않아?
"그래! 우리의 동료가! 마치 쓰레기처럼 소각로에 던져졌어! 알겠어? 알아듣겠냐고 이자식아! 야! 너 이 간수 개자식아! 인간이야! 우리는 인간이라고! 어떻게 인간을 그따위로 모욕할 수가 있는거냐! 우리가 평생 빛을 볼 수 없는 노예일지언정, 적어도 사자에 대한 예를 갖춰라! 이 구역질나는 버러지들아!"
깡!
17번이 땅바닥을 나뒹군다. 간수의 손에는 쇠파이프가 들려있었다. 뒤따라 달려온 두 명의 간수들. 그들이 17번을 구타하기 시작한다. 두들기고 밟고 침을 뱉는다.
하지마. 그러면 17번도 다른나라로 가버릴거야. 안돼!
나는 나 자신도 알수 없는 이유로 17번의 위로 뛰어 들었다. 쇠파이프는 이제 내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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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은, 의료실에서 자게 되었고, 옆의 침상에는 17번이 누워 있었다.
"야. 21. 자냐?"
아니, 몸이 아파서 잠이 안와.
"크크, 병신. 그러니까 누가 나대래냐. 뭔 생각으로 뛰어든거야 도대체."
몰라.
"뭐?"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17번은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창밖을 향한다.
"이리 와 앉아봐."
침대 한켠에 자리를 내주는 그. 기분이 안좋은 걸까? 내가 자리에 앉았지만, 그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넌... 알고 있냐? 저 구름뒤에는 별이 반짝인다는거?
별? 그게 뭐야?
"사실은, 사람은 80살 이상도 살 수 있어. 물은 정말로 깨끗해서 투명하기까지 해. 유리처럼.
풀은 산만이 아닌 보통의 땅에서도 자라나."
나는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을 한 17번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몸은 아팠지만, 그렇게 긴 시간 그와 대화할 기회를 가진 것이 기분 좋았다.
난 구름은,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밟는, 폐수가 섞여 완전히 썩어버린 적갈색 땅이 당연한 것이리라 믿었다.
그런 내게 17번은 말했다. 눈앞에 펼처진, 태양의 빛이 닿지 않는 불모의 공간이 전부가 아님을. 생명력이 가득한 대지가 있음을.
"그리고 푸른 물로 넘실거리는 바다라는 곳도 있어."
그게 뭐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물로 이뤄진 곳. 비릿하면서도 상쾌한 바닷내음과 하늘에선 갈매기가 날아다니며 하얗게 일렁이는 파도. 그 소리가 울리는 광활한 곳."
세상이 전부 물이라고?
"그래. 네녀석에게도 보여주고 싶구나. 아니, 볼수 있을거야. 내가 반드시 네게 보여줄께."
응. 나도 볼래. 보고싶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저 바다라는 곳을 상상으로 펼쳐보며 신기해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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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번을 대신할 부품으로써 온 사람은, 여자애였다. 여자가 오는 것은 흔치 않다. 여자는 약해서 다른나라로 가는 일이 많았기에,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의 이름은 41번이었다.
예상대로 랄까. 그녀는 약했다. 쉽게 지치고 모든 것에 두려워 했다.
41번의 특징은, 그 미소에 있었다. 그녀는 일을 감당치 못해 비틀거리면서도 바보같이 헤헤 웃곤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그것만은 17번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17번이 자신을 비웃는 자조적인 웃음이라면, 41번은 희망의 웃음이었다.
처음에 난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지만, 이내 느끼게 되었다. 진짜 미소는 17번만이 지었다. 물론 그 미소짓는 횟수 이상으로 눈물흘리는 횟수가 많았지만 말이다.
"이상한 녀석이야. 넌."
17번은 그렇게 말했다.
"고마워."
내가 그녀에게 한 행동은, 17번이 내게 해주었던 행동을 따라했을뿐이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나 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41번은 눈에 띄게 우리를 의지했다. 그것은 힘이드는 일이었지만, 그녀의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한 것은, 비단 나혼자뿐이 아니었을거다.
그녀는 41번이라는 호칭대신 '희망'이라고 불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희망이란 이름은 꼭 좋은 의미로만 지어진 것은 아니다.
36번은 진심으로 그녀를 희망의 아이라 여기는 모양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은 비아냥의 의미도 섞여 있었다는 소리. 그 원인은 그녀가 말하는 허무맹랑한 말이었다.
"나 이번에도 꿈에 마녀님이 오셨어. 우리를 데리러 올 날이 멀지 않았으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래."
또 그 소리다.
마녀가 나타나 구원해준다는 근거 없는 믿음의 꿈. 왜 하필 마녀일까? 보통 구하러 와준다면 영웅이나, 천사나 뭐 그런 존재일텐데.
17번은 그녀가 미소 지을 수 있는 이유를 드디어 알았다고 말했다.
헛것? 환상? 그게 뭐야?
"희망이에겐 말하지 마. 그녀석의 미소를 잃고 싶지 않으면. 알았냐?"
응.
"인간이란 말이다. 빌어먹을 절망에 빠지면, 현실에서 도피하곤 해. 녀석은, 어딘가에 자신을 구해줄 백마탄 기사님이 있다고 상상하고, 그 미친 상상을 스스로 믿어버린 거다."
기사님이 아니라 마녀라고 하던데.
"병신아 그게 중요하냐. 쩝. 뭐, 그냥 놔둬. 그렇게라도 웃을수 있기에 그녀석은 미치지 않을 수 있는거니까."
미친다니?
"녀석은, 너희와는 다르게 절망을 알고 있으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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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설은 엄청 밝은 분위기인데, 이 부분은 외전격으로 우울한 인물의 과거를 다루고 있거든요
여기까지 읽어줘서 일단 고맙고, 읽은 김에 덧글 하나 부탁합니다~
재미있으면 재밌다. 없으면 재미없다. 이부분이 표현이 이상하다. 몰입도가 있다. 등등 제 글을 읽는 독자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