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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꿈의 형태
게시물ID : panic_1024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필라멘트
추천 : 4
조회수 : 79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8/23 20:45:04

나는 구름을 밟고 있었고 하늘 위에서는 새파란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꿈 속이란 것을 직감했지만 나는 깨어나지 못했다. 목적 없이 계속 걸었다. 갑자기 새하얀 빛이 나를 감쌌다. 잠시 정신을 잃었지만 깨어나지는 못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무형의 흐릿한 형태가 보였다. 마치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 형태를 따라갔다.

 

 

계속 길을 걸었다. 시계가 없으니 몇 시간을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흐릿한 형체가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기다렸다. 뒤늦게 도착한 곳에는 5M가 넘어 보이는 큰 문이 보였다. 흐릿한 물체는 그 틈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을 들어가기 위해서 있는 힘껏 문을 밀었다. 하지만 일체의 움직임도 보이지를 않았다. 그저 문 앞만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만큼 기다렸을까 문은 계속 같은 상태다. 나는 계속 불만을 토로했다. 지루한 이곳에서 나는 꿈을 깨고 싶었다.

할 것이 없어서 그냥저냥 한 생각들을 했다.

[지금 몇 시지?, 내일 출근 전에 그 문건 수정해야 하는데, 오늘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꿈속에서도 일 생각이라니 참 웃음이 나온다.

 

 

옛날에는 좀 더 멋진 꿈을 꾼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모든 사람의 꿈을 이뤄 줄만큼 관용이 있지는 않았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나 자신에 치였다. 흔들리면 흔드는 대로 살았다. 이제 내 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주정도만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나는 신비로운 공간에 있지만 하고 싶은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남은 시간을 미련하게 추억 회상에만 쓰고 있었다. 휴식이 주어지니 무엇을 해야 할지부터 고민됐다. 학교에서 배운 적은 없었다. 취미 생활을 고민해 본 적이 있었을까?, 아니 취미생활도 일의 연장선이었다. 상급자가 골프를 좋아하면 골프를 좋아해야 했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이 내가 좋아하는 음식 되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좋아해서 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아니 없었다.

 

 

[인생 참 뭐처럼 살았구만]

자조였다. 그냥 푸념이었다. 누구도 내게 이렇게 살라고 말한 적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더 짜증 났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 자리에서 누웠다. 내 위에 떠있는 수많은 나무들이 나에게 떨어질 것만 같았다. 꿈은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한다. 내 무의식은 어찌 돼먹었기에 이런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이런 말과 함께 나는 낮잠을 잤다.

 

 

한숨 자고 난 뒤에도 나는 꿈속을 깨지 못했다. 이제는 내 눈앞에 아까 봤던 흐릿한 물체가 다가와 있었다. 그런데 아까보다는 조금 더 또렷하게 보였다. 이제는 작은 모습으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여기는 꿈이 아니야. 너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현재는 응급실에 있어.]

기억났다. 나는 어제 퇴근길에 차에 치였다. 그 후에 기억은 없었다.

물체는 계속 말했다.

[이 문 뒤에는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심판실인데. 아무도 너를 심판하지 못했어. 내 모습이 그들에게 보이지 않았거든]

나는 말했다

[그럼 내가 들어가서 말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영혼은 답했다.

[저승에서는 영혼의 형태로만 들어갈 수 있어. 영혼이 심판을 받을 때까지 몸은 여기에서 대기하는 장소거든]

나는 다시 물었다.

[나는 어ᄄᅠᇂ게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영혼은 나의 질문에 답을 했다.

[너는 아직 다 죽지 않았거든. 그래서 완전히 분리되지는 못한 거야.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살아나기는 힘들 것 같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내 영혼이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다른 영혼들은 모습이 보이는데 내 모습은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아. 너는 이유를 알아? 그래야 저기에서 판정을 받을 수 있는데..]

나는 다시 물었다.

[다른 영혼들은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데 너는 아무도 못 본다는 거야??]

영혼은 답했다.

[다른 영혼들은 멋져 보였어. 테니스를 들고 있는 어린이도 있었고, 엄청나게 큰 거인도 있었지, 또 어린 왕자도 만났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들도 보였어. 악수라도 해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

나는 다시 말했다.

[다들 행복해 보였어? 응 다들 행복해 보였어. 웃음소리가 멈춘 적이 없었거든.]

나는 들릴 수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미안해... 정말...]

그리고는 생각했다.

영혼은 몸의 모습이 아니라 생각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는 당연히 흐릿한 형태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영혼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에는 꼭 멋진 사람으로 보여질거야.]

이 말을 끝으로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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