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내리던 소나기 였습니다.
폭우처럼, 시원한 소리를 내며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분명히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두컴컴했어야 하는 날이였는데,
그 날 세상을 밝았고, 나는 동네 형들과
비를 맞으며 뛰어 다녔습니다.
시골의 길이 아니라,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도로에
잘잘한 돌멩이들과, 모래 부스러기들이 빗물을 따라 흘러갔습니다.
하수구 앞에서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빨려들어가는 빗물도 보았습니다.
그 날은 비가 오는 날이였는데도
호랑이 장가가는 날처럼 해가 떠있었습니다.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 였음에도 말이죠.
비가 그치고 뚝뚝 전깃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자동차 본넷 위로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고
흠벅 젖은 전신주는 조금 말라 얼룩져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였음에도
그 날은 너무도 눈부신 날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