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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10살 딸아이 응급실 후기와 다른 사항
게시물ID : mers_42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드르와
추천 : 17
조회수 : 1806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5/06/04 17:56:30
스르륵에서나 오유에서나 듣보잡 눈팅족이던 제가 그다지 좋지 않은 일로 올린 글이 베오베에 갔더랬죠. 

http://todayhumor.com/?mers_3401

후기 입니다. 

1. 새벽 01:30쯤에 집에 도착해서 해열제 먹고 잠들었는데 옆에 누워 열 재보니 거의 정상 체온까지 내려간거 확인하고 3시쯤 저도 잠들었죠. 열이 내리면서 식은땀 계속 나더라구요. 

2. 해열제가 보통 4시간 정도 지속되는데, 약기운 떨어진 06:30쯤 열 재보니까 다시 38도 넘어서서 해열제 다시 먹이고.

3. 어제 다녀온 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오늘 외래 진료 11:30 예약해놔서 병원 가기 전 10:30에 다시 해열제 복용. 

4. 병원 도착하자마자 열 쟀을때도 38도 언저리. 

5. 의사 왈, 지난밤 응급실에서 검사한 모든 결과 이상 없다. 인풀루엔자, 엑스레이, 소변, 혈액 등등. 다만, 백혈구 수치가 정상치 보다 낮은데 이건 바이러스 감염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뭔가 감염되어 걔랑 싸우고 있다는 증거이다.

6. 어젯밤엔 안 보였는데 목 안쪽이 빨갛다고 하네요. 아이는 열나는거 빼곤 전혀 아무 통증이나 다른 증상이 없습니다. 

7. 약 받아들고 집에 데려다 놓고 전 출근했습니다. 아이 엄마 얘기론 4시간마다 해열제 먹이고 있는데 38도 아래로는 안 내려가고 있다네요. 

8. 지어온 약 먹고 목 안쪽이 빨갛게 됐다는거 가라앉고 열 내리면 다 마무리 되었음 하는 마음뿐입니다. 

여기까지가 후기이고.

잡설 1. 

제가 공항에서 일하는데 ...
SARS때는 모든 도착/출발하는 항공편 모든 승객 체온 검사했죠. (저는 다른 쪽에 근무하느라 제가 직접 해본적은 없지만요).
일정 체온 이상이면 바로 격리되거나 탑승을 안 시켜주니까 공항 근무자들이 승객과 실랑이하고 싸우느라 난리였습니다. 항공기 한대 띄우는데도 시간 평소보다 많이 걸렸구요. 그래도 그런 노력이 SARS를 성공적으로 막아내는데 일조 했다고 생각합니다.

MERS? 현재 공항에서 하는거 아무것도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다른 노선이야 그렇다 치고 중동으로 오고 가는 항공편도 아무것도 안해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안해도 되는게 맞나요? 이런 전염병은 국경 검역이 최우선 아닌가 싶은데 말이죠.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각 항공사로 "인천을 출발한 승객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MERS 증세를 보여 격리가 된 경우 그 승객이 누군지 신상정보와 해당 항공편 정보 등을 검역소로 알려주세요" 라는 취지의 공문을 배포했더군요. 
출발한 승객이 딴 나라가서 전염병 퍼뜨릴까봐 그러는건가;;;
딴 나라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가지고 오는건 안 막아도 되나;; 


잡설 2. 

어제/오늘 아이를 데리고 갔던 병원에서는 MERS 검사가 불가능하고, 의사의 소견으로는 MERS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이지만 마음이 안 놓이면 보건소에 문의하라고 합디다.

MERS가 아니라고 믿고 있고,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혹시 어떻게 나오는가 궁금해서 보건소에 전화해봤습니다. 
통화 내용 요약 (나: 본인, 보: 보건소 직원)

첫 전화 
보: 네? 열이 38도 이상 이틀동안 지속된다구요? 큰일이네요. MERS 검사를 받고 싶으시다구요? 혹시 최근 중동을 여행하거나 감염 경로가 겹치는 동선으로 다닌적이 있나요? 
나: 없습니다. (감염 경로 동선이 어딘지 니들이 알려주질 않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 
보: 열나는거 외에는 다른 호흡기 관련 증상이나 기침 증상 없나요?
나: 업습니다. 
보: 현재 제가 답변 드릴수 있는 정보를 많이 아는게 없어서 다른 담당 부서 돌려드릴께요. 

두 번째 부서
위 상황 반복 

세번째 부서
위 상황 반복 (그 놈의 중동 안 가봤다고!!!!!!!) 
나: 아니, 내가 궁금한거만 대답 좀 해줘라. 아이가 이틀간 열이 나서 큰 병원갔는데 거기선 MERS 검사 안된다더라. 니들은 되니?
보: 되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하는건 아니고 지정 검사 병원에서 한다.
나: 거기가 어디냐?
보: XXXXXXX이다.
나: 일단 알겠다. 
보: 아, 아니 잠깐만. 어케 할거냐? 검사 받길 원하냐?
나: MERS가 아닐거 같지만 혹시나 해서 정보를 구하고 있는거다.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거나 찾아가겠다.
보: 개인이 그 병원간다고 검사해주는거 아니다. 반드시 보건소 직원 대동해서 보건소 앰블란스 타고 가야한다. 
나: 알겠다. 필요하면 연락하마. 
보: 필요하면 여기로 오지말고 우리를 불러라. 우리가 당신 집에 가서 데리고 와야 한다. 개인이 직접 움직이면 어떤 경로로 병원까지 왔는지 파악이 안되므로 반드시 보건소 앰블란스가 의심 환자 집에서부터 해당 병원까지 데리고 가야 한다. 
나: 알겠다. 필요하면 연락하마.
보: 한가지 염두에 둬야 할것은 1차 검사 받고 48시간 후에 2차 검사를 받는데, 일단 검사를 받으면 양성이든 음성이든 잠복기인 14일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매우 불편하고 힘든 기간일 것이다. 
나: 알겠다. 

마치 제 귀에는 겁나 귀찮고 번거로울테니 어지간하면 검사 받지말라는 듯 들리네요. 
그럴리가 있을까요. 제 기분탓이었겠지요. 

두서없이 썼지만, 오타없이 잘 썼나 다시 읽어보고 정리하고픈 의욕도 시간도 지금은 없네요.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데도 아직 최일선에 있는 분들조차 개념 못 잡고 있는거 같아요. 
정부 욕, 나랏일 하시는 벼슬아치들 욕 하고픈거 많지만 안할랍니다.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내 몸, 내가족의 건강과 안전 내가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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