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 남은 20경기, 김성근 감독은 한화의 5위 사수를 위해 어떤 승부수를 던질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마운드 보직을 파괴하는 투수 총력전은 오래 전부터 김성근 감독이 시즌 막판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였다. 지난 5~6일 대전 두산전에서 한화는 파격적인 마운드 운용으로 2연승하며 5위를 지켰다. 첫 날 구원 송창식이 7이닝을 던지고, 선발 안영명이 마지막 2이닝을 책임지며 승리를 합작했다. 이튿날에도 구원으로 나오던 김민우가 선발로 6⅓이닝 깜짝 호투를 한 뒤 마지막 2이닝은 선발 송은범이 책임졌다. 김성근 감독은 "이제는 마운드 앞뒤가 없다. 팀이 마지노선에 와 있다"고 말했다. 선발과 구원 보직 구분이 무의미하다. 안영명은 다음날 선발등판 차례에도 불펜에서 대기하다 실제 구원등판했고, 김민우는 불펜에서 대기를 하다 이튿날 선발등판 결정이 났다. 상대팀에서는 한화의 출장선수명단을 확인할 때마다 "누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 이러다 박정진이나 윤규진이 선발로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이것은 김성근 감독의 오래된 스타일. 마운드 분업화가 정착된 2000년대 중반 이후에도 김 감독의 스타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SK 시절에는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다툼에서 '마운드 총력전'으로 실적을 냈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투수 운용에도 항상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2007년에는 8월28일 수원 현대전에서 외인 선발 마이클 로마노를 구원으로 돌렸고, 로마노가 2이닝 무실점 역투로 막아 2연패를 끊었다. 2위 두산과 격차를 6.5경기로 벌리며 1위를 굳혔다. 로마노는 SK의 마지막 20경기 중에서 9경기(6선발·3구원)를 나와 4승2패 평균자책점 3.34로 좋은 활약을 했다. 시즌 마지막 20경기에서 무승부 1경기 포함 19연승을 질주한 2009년이 하이라이트. 대체 외인 글로버는 SK의 마지막 20경기 중 9경기에 나와 5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087로 활약했는데 6번의 선발등판과 3번의 구원등판이 있었다. 그해 9월5일 문학 롯데전에서 선발 8⅔이닝 98구를 던진 뒤 3일을 쉬고 9월9일 광주 KIA전 마무리로 1이닝 23구 세이브를 올렸다. 이어 이틀 휴식을 가지고 9월12일 문학 LG전 선발 7이닝 95구로 집중 투입됐다. SK는 KIA에 1승 차이로 뒤지며 아쉽게 1위 자리를 놓쳤지만 승률은 1위(.630)로 역대급 추격자였다. 2010년에는 마지막 20경기를 남겨놓고 2위 삼성에 2경기차로 쫓겼지만 전병두를 필두로 두 명의 이승호와 고효준까지 좌완 투수들을 스윙맨으로 폭넓게 활용하며 1위를 지켰다. 전병두가 선발 2경기 포함 8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1.52로 활약했고, 후반기 구원으로 바뀐 송은범이 마무리로 고정돼 마지막 20경기 중 10경기를 5세이브 18이닝 무자책으로 호투했다. 김성근 감독은 "내가 갖고 있는 지론은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된다. 내일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SK 때는 다음날 선발도 불펜에서 대기하고 썼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 5위 싸움이 가열되자 막판 승부수를 본격적으로 띄운다. SK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의 '벼랑 끝 마운드' 전략이 한화에서도 통할지 남은 20경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