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도 이 미1친1놈1들이랑 실제로 만나는건 위험하다. 열심히 먹고있는 내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공포라는 감각이 아직 남아있었다.
나는 안전하게 고기를 구매해서 먹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 나는 일단 거절하려고 했다.
"아...제가 직장도 있고, 주말에도 예정이 있어서 좀...
" -지금까지 B등급만 구매하셨는데, 오프모임에서는 A등급 고기도 구매가 가능해요. 또 다른 카페에 재가입하는 방법도 거기서 설명드릴거구요. 비밀유지가 중요하다보니까...
A등급.
이 한단어가 내 이성을 마비시켰다.
지금 먹고있는 이것보다 더 맛있는 고기가 있다고?
-참. 오프 참여하시려면 지금 가지고 계신 고기는 좀 아까우실거에요. 왜냐면 A등급을 한번 맛보면 냉동배송되는 B등급은 맛없어서 못먹을 정도거든요.
버리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이야기만 들었는데 침이 고인다.
꿀꺽
"그....언제죠?"
나는 이성과 식욕 사이에서 결국 식욕을 선택했다.
5) 오프모임은 나흘 후였다.
10kg는 의외로 양이 많아서 나흘안에 다 먹는것은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kg당 20만원짜린데 버릴수야 있겠는가.
고기로만 떼우는것은 아무리 그래도 무리였는지 그 맛있는데 살짝 물리는 감도 있긴 했지만 A급 이상의 고기라는것은 그런 느낌을 전부 날려버리고도 남을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농부라는 아이디대로 장소는 경기도의 한 농촌이였다.
버스 간격이 30분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 걸어가야했다.
날씨가 꽤나 더웠던지라 땀이 주르륵 흘렀다. 농가라고 하니 좀 낡고 허름한 건물을 상상했는데, 주소를 찾아가보니 으리으리한 저택하나가 등장했다.
나는 살짝 긴장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마중나온건 진짜 농부같은 인상의 사내였다.
그을려서 까무잡잡하고, 키는 조금 작지만 근육으로 다부진 몸매였다.
"강성준씨 맞으시죠?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화 건너편에서 듣던 그 목소리다.
나는 꾸벅 목례를 했다.
나는 거실의 소파로 안내받았다. 아내로 보이는 사람이 커피를 내왔다.
하지만 나는 쉬이 커피를 입에 대지 못했다.
아무리 식욕에 이끌려서 여기까지 왔다지만 저 커피에 뭐가 들어있을지 어떻게 아는가. 경계를 풀지 않는 나는 '커피는 싫어해서요'라고 거절했다.
농부는 쓴 웃음을 지었다.
"보통 그러시더라구요. 커피에 뭐가 섞여있는지 의심이 가시나봐요."
정곡이다.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게, 고기로 쓰는건 동남아인이나 중국인이거든요. 여긴 중간 유통경로일 뿐이고 보통 그쪽에서 생산해서 들여와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래도 쉽게 경계를 풀 수 있겠는가.
하지만 계절은 여름이었고, 여기까지 와서 힘든건 사실이었다.
앞의 커피가 김이 모락모락 나지만 않았어도 들이켰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 많은 고기를 나흘동안 다 드신거에요?"
"아 예. 먹다보니까 그래도 들어가더라고요."
"그럼 고기만 드신건가요? 이야...이거 대단하신데요?"
"그런가요? 그래도 맛있어서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이거이거... 오늘 오시길 잘하셨네요. 방금 막 A++짜리 고기가 들어왔거든요."
"아 그런가요?"
"예예, 일단 여기서 먹는 모든 고기는 무료에요. 홍보차원이랄까요. 많이 드시고, 많이 사가주세요. A급은 가격이 쌔다보니까 사길 주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단 드셔보시면 없어서 못드실겁니다. 하하하!"
"하하, 그거 진짜 기대되는데요."
말을 하다보니까 목이 마르다. 천만 다행으로 정수기가 눈에 들어왔다. 저거라면 안심할 수 있겠지.
나는 정수기 위의 컵을 꺼내서 물을 담았다. 마침 정수기에는 얼음기능까지 있었다. 얼음이 둥둥 뜬 시원한 물을 그대로 들이킨 나는 약한 씁슬한 맛과 함께 정신을 잃고 말았다.
6) 눈을 떴을 때는 머리에 두건같은게 씌워져있었다.
몸은 어디인가에 묶여있었는데 팔다리를 옴짝달싹 할 수가 없다. 아니, 전신의 관절을 뭔가로 묶어 놓은 것 같다.
너무 저려서 팔다리에 감각이 거의 안느껴진다. 소리치려고 했지만 입에 재갈이 물려있어서 읍읍거리는 것 밖에 불가능했다.
"강성준씨.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뭔지 아시나요?"
농부다. 가까히서 농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묘하게 아랫쪽에서 들린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떠올렸다.
'인육'이다. 그 맛에 심취해서 이지경까지 오지 않았는가.
"하하. 인육이라고 생각하셨죠? 압니다.
그럼 인육이 왜 맛있는지 생각해보셨나요?
사람의 몸은 자기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함유한 음식일수록 맛있게 느껴요. 그런점에서 필요한 구성성분이 다 들어가있는 인육은 엄청나게 맛있죠. 그렇지 않나요?"
고개를 끄덕이자니 지금 저 미1친1놈이 할 말이 너무 쉽게 예상된다. 내 몸을 해체해서 맛있게 먹어주겠다고 할테지.
나는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극복할지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몸과 비슷한 구성성분을 가진 고기일수록 맛있게 느껴져요. 그런데 우리가 보통 먹는 B급은 동남아인이나 중국인이죠. 잘 먹지 못해서 육질도 별론데 거기다가 냉동까지해와요. 맛이 없어요. 그렇다면 A급이나 A+, A++급은 뭘까요?"
지금 내가 저 세 등급중에 하나란건 쉽게 추리가 가능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때문에 눈물이 흐른다.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버둥거리지만 불가능하다.
"아, 움직이셔도 소용 없어요. 온몸을 테이프로 감아놨거든요. 하던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A급은 신선한 고기를 그 자리에서 바로 먹었을때에요. 역시 신선한 고기가 맛있죠. 냉동하면 아무래도 맛이 떨어지니까요. 그리고 A+급은 사람고기를 먹은 사람이에요. 맛있는걸 많이 먹을수록 더 맛있어지지 않겠어요? 그럼 A++급은 뭘까요?"
부르릉! 하면서 저편에서 기계같은게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한번 맞춰보실래요?"
두건이 벗겨졌다. 주위를 둘러보자 나는 커다란 테이블 위에 의자같은 것에 묶여있었다.
소리가 아래쪽에서 들린건 이것때문이었나. 기계소리의 정체인듯 저쪽에서 정육점에서나 볼법한 정육기가 보였다.
그리고 10명정도의, 눈만 가리는 형태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테이블 주위에 앉아있었다.
군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농부도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목소리로 그가 농부라는 것이 분간 가능했다.
농부가 손을 뻗어 내 재갈을 벗겼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뭘 원하는거에요? 돈? 다 드릴테니까!!"
"하하. 사실 성준씨는 여기 테이블위가 아니라 아래에 앉아도 됐었는데요... 원래는 그 자리에 다른 중국인이 앉아있을거였거든요. 근데 그 10kg를 다 드셨다고 하니까요.
하하. 설마 그걸 다 드셨을줄은. A+급중에서도 특급인데 놓칠수야 없죠."
"사실 다 버렸어요! 고기만 먹으니까 물려서 다 버렸다고요! 제발....제발...."
"왜요? 먹는건 좋아도 먹히는건 싫으신가요?"
"흐으흐으으윽..."
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애초에 인육같은거 손대는게 아니었는데!
"그건 그렇고 A++급이 뭘까요? 이왕 이렇게 된거 한번 맞춰보시겠어요?"
알것같다. 근데 대답할 수가 없다. 아까부터 저놈이 방금 말했지 않았는가.
자기 몸이랑 비슷한 구성성분일수록 맛있다고!
"눈치 채셨나보네요. A++급은 바로 자기 자신의 고기에요." 극상의 맛이죠.
사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A+밖에 맛보지 못할거에요. 성준씨만 특별히 A++급을 맛보게 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