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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하루입니다...
게시물ID : mers_49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kanai
추천 : 15
조회수 : 53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6/05 04:27:13
좀 규모 되는 병원 응급실에 근무합니다.
MERS 의심환자 오면 응급실 들어오지 않도록 바깥에서 진료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환자 보고 의심되면 보건소 연락해서 국립보건원에 MERS 검사 의뢰합니다.
 
 
근무 직전에 보건소에서 "XX병원 가면 MERS 검사 가능하고 MERS 진료 지정병원이다."고 공지 올렸댑니다.
그런 말 전혀 들은 적 없습니다.
하루종일 확인해봤는데 우리 병원 MERS 검사는 여전히 불가합니다. 그리고 국가지정 격리병상 그런 거 없습니다 울병원은.
그 공지라는 거 다운받아봤는데, 주변에 큰 대학병원 이름 다 빠져있고 우리 병원 이름 들어가 있습니다. 이거 뭥미...
윗선에서 빡쳐서 보건소에 항의 전화했답니다 글 내리라고.
 
덕분에 MERS 의심구역에는 평상시 환자의 3배가 오시고(아주 줄을 서시네요 환자분들이...)
타병원에서 MERS 검사해달라고 계속 보내고 문의전화 오고 난리입니다.
동네 작은 의원들은 열 나는 환자 소견서에 전부 'MERS' 적어서 보냅니다. 한두 명이 아닙니다.
 
보건소에서 저 공지글은 내려줬는데 아니라는 글은 안 올려줍니다.
자꾸 와서 딴 병원에 물어봤더니, 다들 공지 내리기 전에 프린트해서 자기네 병원에 붙여놨답니다. 아놔.
보건소에서 공지했는데, 그쪽 병원 직원분이 제대로 모르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보건소에 민원 넣은 참이니까 그쪽 말 제발 좀 무시해달라고 계속 전화 답합니다.
 
 
하필 지금 감기도 같이 도는 바람에 증상으로는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여
방문력, 거주지역 등 따져서 역학적으로 확인하는데
환자중에는 역학적으로는 맞진 않는데 강력하게 검사 원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면 국립보건원에 의뢰해야 하는데, 합당사유(뚜렷한 접촉력) 없으면 의뢰서 쓰기 쉽지 않습니다. 첫 감염자가 이랬겠지요.
며칠 있으면 그래도 딴 데서도 검사할 수 있게 어떻게 뭐 좀 한다는데, 그러면 좀 수월해지겠지요.
 
체온 재는 간호사님들이나 청소하시는 분들은 무섭다고 요 근처로 안 오시려고 합니다.
저는 계속 가야 되네요.
 
 
마스크는 우리 버틸 만큼 있냐고 간호사한테 물어봅니다.
"일단은 아껴 쓰면 버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고 말끝을 흐립니다.
방문하는 환자나 보호자한테는 아예 제공할 물량도 없다고 합니다. 간호사들도 다 덴탈 낍니다.
돌아가는 상황은, 다 떨어지면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잠시 N95 박스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덴탈 마스크 꺼냅니다.
 
 
MERS 검사 내기도 저렇게 까다로운데, 또 검사 안 했는데 확진 나오면 처벌한답니다. 뭥미...
근무 끝나고 뉴스 보니까 병원 밖 지역사회 감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답니다.
최근 병원 방문력 가지고 역학적으로 찾아보는 상황인데, 이러면 힘 쭉 빠집니다.
그렇다고 보복부에서 딱히 내려오는 공문이나 설명은 없습니다.
 
큰 병원이 이 정도 골치아픈데 동네 의원은 하다못해 환자 f/u도 하기 어려우니 얼마나 갑갑할까 하고 잠시 딴 생각합니다.
 
 
그냥 우울한 요즘입니다.
집에 가면 부모님 연세가 좀 되셔서, 그냥 당직실에서 먹고 자고 하고 있습니다...
 
 
ps>
전염성에 대한 의료계 반응은, 사회적으로 도는 소문만큼 전염성이 '높은' 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단 현재까지는, 병원 방문력(병문안이든 진료든)이 없고 같이 거주하는 사람 중 의심환자가 없으면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는 옮을 가능성이 적고, 닫힌 공간에서 접촉하는지를 주로 확인합니다. 참고하시구요.
 
국립보건원에 검사가 너무 많이 의뢰되어서 밀린댑니다. 얼른 각 병원에 검사가 도입되기만 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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