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강원도입니다.
1박X일에나 나오는 촌동네죠. 제가 태어나서부터 이동네에 살았던건 아닙니다.
출산을 하면서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이사를 왔어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보니 이사와서 적응하기도 힘들고, 서울에 살다와서 없는물건도 많고 없는상가도 많아 불편했지만
정말 공기도 너무 맑고 자연이 너무 예쁘고, 봄이 오면 정말 싹이돋고 꽃이 피는것이 눈에 하루하루 보이는것이 너무 좋습니다.
헌데, 동네 주민들이 몹시 불친절합니다.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불친절이 이동네에서는 일상입니다.
가게에 드나들면서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거나, 택배기사님이 물건을 집어던져놓고 가고 대문이나 주차장 셔터를 고장내고가도 나몰라라 한다거나, 음식점이 배달을 3시간만에 해준다거나.. 도시에 살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시골. 하면 흔히 정이 넘치고 길가며 마주치면 서로 인사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왔는데, 시골사람들이 도시에 잘못된 환상을 품듯 저도 잘못된 환상을 품고 왔다봅니다.
오늘 우체국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김메로' 가 누구냐는 아저씨의 질문에 '아.. 지인이 고양이 이름으로 택배를 보내줬구나.' 물론, 받는사람은 제가 되겠지만, 내용물을 쓰는놈(?)이 고양이니 고양이 이름으로 장난을 쳤나보다... 싶었는데 이어지는 아저씨의 말이.
사람이름으로 택배를 보내야지 재수없게 고양이 이름 같은거를 써서 사람을 햇갈리게 하냐고.. 다시는 이렇게 택배 보내지 말랍니다.
아니, 택배에 주소가 써있으면 그냥 주소로 배달해주면 되는거지, 해당 주소에 해당 사람이 살고 이름을 바꿔서 주문하면 그게 저렇게 재수없다는 소리를 들을 일인가요?
그리고 잠시 후,
집배원 아저씨가 오셨습니다. 물론, 아까 전화걸은 분과는 다른분이지만 집에 초인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경적을 울려 본인이 오셨음을 알립니다.
(이동네 어디 무슨 배달을 시켜도 초인종 눌러주는데가 흔히 없는듯 합니다. 저희집 초인종은 그저 초딩들 벨튀용입니다.)
택배를 시켰으니 받으러 방에서 나가는데 경보음이 울립니다. '삐용삐용삐용삐용!!'
아.. 또 현관문을 그냥 당겼나봅니다.
아무렇지 않게 남의집에 와서 현관문을 벌컥벌컥 당기는 동네사람들. 덕분에 택배가 많이 오는날엔 수시로 울립니다. 마당이 없는집도 아니고.. 벨 누르면 사람이 안나가는것도 아닌데 수시로 문을 잡아당깁니다.
정말..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동네에 오만정이 떨어집니다. 주변사람들은 동네가 그런거에 적응을 해서 살면 안된다 니가 얘기를 해서 고쳐라. 하는데,
온 동네가 이런데 저혼자 떠든다고 고쳐질 문제가 아닙니다. 게다가 이미 수없이 초인종을 눌러달라고 얘기를 해봤지만 매번 소용이 없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속상해서 저도 고게에 글 한번 써봤어요.
아이가 어느정도 자랄 때 까지 시골에 살고싶은데 자꾸자꾸 속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