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어린시절의 개구리와 달팽이.. 그리고 지금의 나
게시물ID : animal_1297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미온
추천 : 3
조회수 : 3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05 14:22:31
옵션
  • 창작글
난 평생 이사를 한번도 간적이 없는 아재다.
집이 한강고수부지(당시엔 한강 시민공원을 고수부지라 불렀다)와 매우 가까이 있어 여름 장마철이 되면 항상 긴장을 해야 하는 시기였다. 언제 둑이 터져 홍수가 날지 모른다는 위기감때문이었다.

물론 지금껏 단 한번도 우리동네쪽 둑이 터져 홍수가 난 적은 없었지만 딱 한번 피난(?)까지 갈 정도로 위험수위에 도달하기도 했었다.

집 근처에 한강이 있었고 잔디밭으로 된 넓은 공터가 있던지라 항상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그 잔디밭을 놀이터 삼아 놀았는데,
오늘같이 비가 살풋이 내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잔디밭에 가서 달팽이를 잡던지 경사면에 올라 젖은 잔디위에 박스때기 혹은 푸댓자루를 놓고 미끄럼을 타기 일쑤였다.
그래선지 어린시절 내가 입던 바지에는 항상 허리춤에 녹색 풀물이 들어있었다 박스는 언덕 언저리에 걸터있고 맨몸으로 풀밭을 미끄러져 내려오니 그럴수밖에...

장마철 비가 많이 온 한강은 수위가 쉽게 상승했고, 강둑 근처에 가 보면 가까스로 둑이 막아주고 있는 찰랑찰랑한 강물 주변에 개구리들이 꽤 많았다.
지금은 누가 가서 잡아오라고 해도 만지기 꺼려지는 동물이지만 어릴때 나는 그걸 잡고 노는걸 좋아했다
잡아서 먹지도, 죽인적도 없고 그냥 잡아서 도망가면 또 잡고 또 잡고 하는 그 자체를 즐겼다.

가끔 새끼손톱만한 청개구리를 보는 날은 괜히 더 기분이 좋았다. 얜 작아서 잘 도망도 못쳤지만 큰 개구리들처럼 징그럽지도 않았고, 왠지 집에있는 엄마 화장품 샘플을 떠올리게 만들었달까...?

 하루는 비가 또 부슬부슬 오길래 달팽이잡으러, 개구리 잡으러 잔디밭을 향했는데...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히 날아나는 일이 생겼다
생전 본적 없는 괴이한 외계생명체가 눈앞에서 기어다니고 있었던것이다

민달팽이.

항상 집을 등에 지고다니는 귀여운 더듬이를 가진 달팽이만 보아오던 중 만나게 된 흐물흐물한 녀석은 가히 충격적인 모습이었고 나중에 가서야 그 녀석의 정제가 민달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친구들도, 나도, 달팽이잡는 놀이따위, 넘칠지 모르는 강둑에서 잡는 개구리따위 신경쓰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추억으로 남겨졌다 여겼는데...

생각해보니 아직 아주 가까이에 어린 시절의 흔적을 이어오고 있었다.

달팽이 잡던 친구들과 골뱅이 안주에 쏘주를 마시고, 내가 직접 골뱅이가 되어 달팽이처럼 등에 가방하나 메고 터덜터덜 집에들어와 무거운 가방과 답답한 옷가지를 훌훌 털어내고
마치 민달팽이와 같은 허연 몸을 드러내고 기절하듯 잠자리에 드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추적추적 비가내리는 오늘같은 날씨에 골뱅이에 쏘주 한잔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어본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