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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을 때의 일입니다.
알바중에 자주 오던 단골 남자 손님이 있었는데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어 눈여겨보다가
용기 내어 고백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메모지에 전화번호를 적고,
제가 맘에 드신다면 이 번호로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퇴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로 그분도 제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고,
그렇게 저희는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귄 지 2일도 안 돼서
그 남성분의 친구들을 소개받게 되었고
동네 호프집에 가서 술을 마시며 놀게 되었습니다.
알바생이라 돈이 없었던 저는 술값을 쏘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당연하게 술을 다 먹은 후 저와 사귀게 된 남성분은 밖에 나가버리고
친구분이 카드를 내어 계산을 해주시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저와 남자친구는 찜질방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공부하는 학생이고 부모님도 엄하셔서
용돈을 받지 못한다고 돈이 없는걸 어필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제가 그래도 알바를 하니까 돈을 내겠다고 하며,
샴푸비 500원까지 전부 다 계산을 했습니다
그렇게 5일 내내 만났는데 돈을 십 원도 안 쓰더군요.. 못쓰는 건지;;
연애 초반인데 이렇게 만나다가 빈털터리가 될 것 같아서
더 정이 쌓이기 전에 정리해야겠다 마음먹고
짧은 기간이지만 헤어지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헤어진 이후로 밤 12시마다 그 남성분은 제게 전화를 하셨고
울면서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뱉은 후
미친 듯이 깔깔깔 거리면서 웃어댔습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알바 갈 시간에 어떤 신호등을 건너려고 대기하고 있으면
반대편 신호등에 자주 그 남성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더군요..
낮에는 그렇게 스쳐가고.. 밤에는 울다 웃으며 전화를 하고..
일주일간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전화도.. 마주치는 일도 갑자기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호기심이라는 게.. 계속 그렇게 정신적으로 피해 받고 눈에 보이다가
안 보이면.. 그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때는 싸이월드라는 게 있었습니다
저는 그 싸이월드에 남자친구였던 그분의 이름을 적어 찾아보게 되었고..
그러고 나서 엄청난 충격을 받아버렸습니다...
그분 프로필 사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메인에 글을 쓸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그 남성분이 돌아가셨고.. 장례식장에 와주신 모든 분들 감사하다는 글귀가 쓰여있었습니다...
그 남성분과 초반에 술을 마시고 놀았던 언니 번호를 제가 받아놨기 때문에
그 여성분에게 전화를 걸어.. 죄송하지만.. 돌아가신 거냐고 묻게 되었는데
돌아가신 사유는 알려주지 않으시고 그렇게 됐다고만 하셨습니다..
저도 차마 물어볼 수 없었지만.. 더 충격적인 건
제가.. 전화를 한창 받고.. 횡단보도에서 마주쳤을 때..
그분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셨다는 거였습니다...
그 남성분이 돌아가신 걸 알고 어떤 사람이 저에게 복수를 하려고 전화를 했던 걸까요..?
횡단보도에서 마주친 그 남성분은.. 그냥 닮은 사람이었을까요..?
왜... 어쩌다... 돌아가시게 된 걸까요..
이미 10년 이상 지나간 일이지만..
아직도 마음 한편이 불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