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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4개 도시 여행기_프롤로그
게시물ID : travel_125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틀즈포세일
추천 : 5
조회수 : 60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07 21:50:11
블로그에 있는 것 그냥 한번 옮겨 봅니다..
차례대로 시간 날 때마다 올려볼께요..ㄷㄷㄷ

떠나기 전 – 여행 준비


DSC_5437-1.JPG

여행을 갈 때마다 무엇인가 글을 썼다처음 가는 이탈리아 여행이니 당연히 이번에도 무엇인가 글을 쓰고 싶었고무언가 다르게 쓰고 싶었다그래서 연필과 종이를 택했다연필은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필기도구였고그 연필로 나의 첫 유럽 여행(아테네를 하루 들린 것과 아직 유럽 연합에 들어오지 않은 터키는 빼도록하자)을 기억하고 싶었다거기에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종이에 써 내려 간다는 것만큼 아날로그적인 행위도 없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대단히 설레는 일이지만직장인들에게 설레는 마음만 갖고 떠나는 여행을 불가능에 가깝다특히 긴 여행은 더욱 그렇다지금까지 하던 일들을 잠시나마 인수인계해야하고돌아와서 해야 할 일도 미리 걱정해야 한다미처 마치지 못한 일은 마음 속 한 구석에 담고 가야한다난 최소한 미처 마치지 못한 일에 대한 걱정과 함께 여행가는 일은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여행 준비는 간단했다비행기 표는 점심시간에 서핑을 하다 예약했다이미 3월에 휴가는 확정한 후였지만구체적 일정까지는 합의하지 않았는데비행기 표를 구하고 통보함으로 해서(휴가 약 45일 전휴가 날짜가 확정되었다비행기 표를 예매했다는 곳은 행선지가 정해져 있다는 것 의미였다이탈리아였다.

 

보통 이탈리아 하면 베를루스코니무솔리니와 같은 유명한(!?) 정치인과 피자파스타와 같은 음식과축구리그인 세리에정도가 떠오른다특히 베를루스코니는 요새 TV등장이 뜸해져서 아쉽기까지 하다구속소식이라도 들릴 만한데 말이다하지만 나에게 이탈리아는 로마’ 그 자체였다비록 전혀 무관한 지역과 시대를 공부하지만 로마제국은 나를 역사학의 길로 안내한 원흉이었고아련한 첫사랑이었다.

 

12일 내내 로마에만 머무르는 계획도 세워봤지만, ‘가기 힘든 이탈리아를 가는데로마에만 있기는 아깝다는 평범한 생각이 날 유혹했다이런 생각이 여행을 쉽게 망치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난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결국 몇 개 도시를 더 가기로 했는데그래도 로마를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인가 합리화가 필요했다일단 너무 재밌게 봤던 영화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와 대부(The Godfather)’의 무대였던 시칠리아를 가보고 싶었지만동선의 문제로 제외했다너무 멀었다대신 선택한 남부는 폼페이와소렌토아말피카프리피자의 고장 나폴리였다베네치아도 꼭 가보고 싶었다. ‘물의 도시로 알려진 베네치아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생존을 위해 물위에 도시를 만들어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광을 만들어 내는 도시였기 때문이다나폴리에서 베네치아를 가는 동선 중간에 있는 도시는 피렌체였다피렌체는 미켈란젤로라파엘로를 낳은 도시로명실공히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도시였다로마(3)-나폴리(3)-피렌체(3)-베네치아(3정도면 로마를 버리고 다른 도시를 보는 명분은 마련 된 듯했다.

 

숙소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한인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그리고 5성급 호텔까지 다양한 숙소를 쉽게 잡았다도시 사이를 이동할 기차는 불면증의 도움을 받았다잠이 오지 않는 어느 밤 인터넷을 하며 기차표를 예약했다잘 찾아보면 수수료를 내지 않고 예약하는 방법이 있었는데그냥 귀찮아 수수료 내고 편하게 예약하는 길을 택했다여행 책자도 한 권 샀다이것저것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느니 그 편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준비를 다 마쳤지만가장 큰 어려움이 남았다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나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같이 사는 고양이 마리였다평소에도 늘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아무리 좋은 기회라고해도 12박 14일을 혼자 둘 수는 없었다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니 다른 곳에 맡기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결국 수소문 끝에 대학원 후배 한 명이 내 방에서 지내며 마리를 봐주기로 했다이렇게 보니 내 여행의 가장 큰 은인은 마리를 봐준 후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짐을 다 싼 캐리어 위에 자기도 데려가라는 듯 앉아 마음을 무겁게 했다.

 

짐은 간소했다하지만 곧 체크카드를 분실했다는 사실을 알았다해외 사용에 문제가 없게 몇 번이고 이것저것 알아본 신용카드가 아닌 것에 그나마 안도했지만얼마 전 분실하고새로 만든 신용카드를 또 잃어 버렸다는 것이 뭔가 불길했다워낙에 소매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가 아니던가뭐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찌 되겠지 싶었고이것이 액땜이다 싶기도 했다.


01. 마리.jpg
캐리어 위에서 나도 데려가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 마리..ㅠㅠ


캐리어에 앉았던 마리가 사각소리와 연필 움직이는 것이 신기한지 내려와 글 쓰는 것을 물끄러미 처다 본다다시 미안한 마음도 들고혼자 낮선 곳을 간다는 두려움도 슬며시 밀려온다. 20,000원 주고 산 여행안내서가 갑자기 고마워지기 시작했다마지막으로 선물을 줘야할 사람들의 리스트를 짜 보았는데은근히 많다연필을 예쁘게 깎는 방법도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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