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로이드의 기본적인 성격과 그에 따른 2차창작의 종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 下편에서는 기업 위주의 보컬로이드 컨텐츠를 소개하며 본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11.팬 콜라보레이션
많은 작품들이 제작사간, 협력사간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추세입니다. 더군다나 2차창작이 기본적으로 두각되는 보컬로이드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콜라보레이션이 매우 활발합니다.
유명하게는 범프오브치킨, 노무라 테츠야(파이널판타지 디자이너)부터 livetune, Mitche M과 같은 프로듀서들, 그리고 피아프로에 그림을 투고하는 일반 유저까지 보컬로이드의 콜라보레이션의 영역은 굉장히 넓습니다.
하츠네미쿠가 피쳐링한 BUMP OF CHICKEN "ray" 단지 캐릭터 뿐 아니라, 하나의 엄연한 "목소리 악기"로써 노래에 녹아들었습니다.
(BUMP OF CHICKEN과의 콜라보레이션은 팬 콜라보레이션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지만, 기업 콜라보레이션에서 보기 드문 형태이기에 팬 콜라보레이션 항목에 기재했습니다.)
매년 캘린더 제작시에는 피아프로에서 일러스트 응모를 받아 보컬로이드 팬들의 일러스트로 캘린더가 만들어집니다. 캘린더 뿐 아니라, 하츠네미쿠를 모델로 한 모바일 게임의 일러스트도 팬들의 일러스트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신 치토세 공항에도 팬들의 일러스트가 전시되고, 음악이 재생됩니다.
팬들이 정성들여 그린 일러스트나 심혈을 기울여 만든 노래가 곧 모든 보컬로이드 팬에게 전달 되는 겁니다. 그것도 "굿즈"나 "앨범"의 형태로 말이죠.
12.기업 콜라보레이션
보컬로이드(특히 크립톤미디어퓨처 소속 하츠네미쿠)는 기업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한 편입니다.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를 넘어 캐릭터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죠.
패밀리마트 CM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패밀리마트는 보컬로이드와 자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편입니다.
헬로키티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마비노기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했습니다.(엘소드에선 국내 보컬로이드 시유와 콜라보레이션 등등)
일각에서는 너무나 캐릭터를 소비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독보적인 캐릭터성(정확히는 보컬로이드 캐릭터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급한 걱정이지요.
13.외국어 보컬로이드
(※보컬로이드가 일본에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일본어 외의 언어를 외국어로 표현했습니다.)보컬로이드는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컬로이드가 일본어 중심이었고 가끔씩 영어가 추가되어있기도 했습니다. 영어 전용 보컬로이드도 있었으나 보컬로이드를 제작함에 있어 언어를 추가한다는 것은 곧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하나 더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었기에 외국어 보컬로이드의 수는 적었습니다.
게다가 비교적 발음이 간단한데 반해서, 한국어나 영어와 같은 언어들은 더욱 복잡했기에 일본어 보컬로이드에 비해 퀄리티도 떨어지고 제작도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보컬로이드2에서 일본어, 영어 라이브러리만 있던 것이 보컬로이드의 성공과 더불어 보컬로이드3에 이르러서는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 보컬로이드 라이브러리까지 출시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언어는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자국 언어 보컬로이드의 출시는 일본어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보컬로이드 P들에는 굉장히 좋은 소식이었죠. 이 항목에서는 한국어 보컬로이드 시유(SeeU)만 소개합니다.
한국어 보컬로이드 시유(SeeU)를 이용해 만든 노래.
작사/작곡 : 나츠
비록 한국어 보컬로이드 시유는 한국에서의 보컬로이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성우가 불순한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는 등 여러 고초를 겪었으나, 한국어 보컬로이드로서의 정체성은 아직까지도 공고합니다. 벙어리 네타로 인해 이리저리 불쌍하게 묘사되기는 하나 여전히 한국어로 노래해주는 유일한 보컬로이드, 최초의 한국어 보컬로이드로써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시유는 차기 한국어 보컬로이드로 발표예정인 유니와 함께 지금도 한국어 보컬로이드의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14.게임
내세울 수 있는 캐릭터, 나날이 만들어지는 수 많은 곡과 PV들 그리고 일러스트, 이들은 모두 게임 소스에 이용하기 용이했습니다. SEGA가 하츠네 미쿠를 이용한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SEGA는 하츠네미쿠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를 출시하게 됩니다.
SEGA에서 발매한 PSP/PS용 게임 "하츠네미쿠 프로젝트 디바 F 2nd"
SEGA에서 발매한 닌텐도3ds용 게임 "하츠네미쿠 프로젝트 미라이 2"
캐릭터만 내세워 쿠소게(막장게임)이 되리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기존 리듬게임에 비해 비교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기도 하였고 높은 퀄리티의 캐릭터 모델과 모션, 곡 선정으로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의 경우엔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에서 가장 잘 나가는 리듬게임이기도 합니다. 프로젝트 미라이도 호평을 받고 있으며 해당 게임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서 게임을 통해 보컬로이드를 처음 접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15.홀로그램 콘서트
많은 사람들이 가수의 목소리를, 배우의 연기, 밴드의 연주를 직접 보기 위해서 콘서트를 찾습니다. 러브라이브 라이브의 경우에도 컨텐츠가 애니메이션일 뿐, 공연을 통해 성우들과 직접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 현장에 모여드는 것이죠.
보컬로이드가 얼만큼 사람의 목소리에 근접하든 실체는 결국 소프트웨어에 지나지 않습니다. 누가 세팅된 기계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위하여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줄 알았을까요. 당장 한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오타쿠 사이에서도 보컬로이드 콘서트는 생소했고 뭐하러 가냐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09년, 하츠네미쿠는 홀로그램으로 무대에 처음 등장하게 됩니다.
▲2009년 하츠네미쿠 탄생 2주년 MIKU FES09, 홀로그램의 퀄리티도 낮고 규모도 크지 않았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2009년 11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니메 페스티벌에도 스크린으로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3월 9일 "하츠네미쿠의 날"을 맞아서 콘서트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이후 2011년에도 3월 9일 "미쿠파"라는 이름으로 하츠네미쿠의 날에 미니 콘서트가 열립니다.
▲그 후, 2011년 7월 미국 애니메 엑스포와 함께 열린 미쿠노폴리스 in 로스엔젤러스, 예상 밖의 조기매진 등으로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2011년 하츠네미쿠 라이브파티 2011 in 삿포로의 한국 라이브 뷰잉, 5분도 채 되지않아 매진될 정도였습니다.
아쉽게도 그 후, 한국에서의 콘서트 극장 중계는 없네요.
▲2012년 3월 9일 미쿠 대감사제, 2일간 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2013년부터 미쿠의 생일(8월 31일, 발매일) 근처에 열리는 콘서트, 매지컬 미라이라는 이름으로 개최중입니다. 2014년 매지컬 미라이는 도쿄와 오사카, 2회에 걸쳐 개최되었습니다.
▲삿포로 눈 축제에서 열린 2015년 유키미쿠 라이브, 하츠네미쿠가 탄생한 기업인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삿포로에 위치하고 있어서 하츠네미쿠가 매년 겨울마다 유키미쿠로 컨셉을 잡고 삿포로 눈 축제에 등장합니다.
첫 콘서트가 열린지 6년의 세월이 흘렀고, 도중에는 기대 이하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던 콘서트, 팬무비로 스크린 상영한 니코니코 초회의 콘서트 등 많은 콘서트가 개최 되었습니다. 수 많은 팬들이 사람이 아닌 보컬로이드가 노래하는 것을 듣기 위해 현장을 찾은 겁니다. 이 후로 5년, 10년, 20년이 지나서는 일반적인 콘서트에서 가상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진 않을까요?
16.글을 마무리하며
여기저기서 오와콘이니, 침체기니 말이 많은 보컬로이드입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가 되기도, 걱정이 되기도 하는 팬으로서 두서없이 보컬로이드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써 봤습니다. 무엇보다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고 단순히 "보컬로이드 최고에요"라는 메세지를 느끼기보다 "무엇이 보컬로이드의 매력이고 정체성인가"에 대해 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