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은 중국의 급부상이라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임금 수준을 낮췄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업 임금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고, 은행원 경우도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낮지 않습니다. 자동차 업체 임금도 비슷한 수준이고요. 그런 상황에서도 파업이 그치질 않습니다. 일본 독일의 사례를 감안하면 우리 임금 수준도 지금보다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거 누가 한 말일까요?
무식한 깡패나 조폭이 한 말이 아닙니다.
조순 전 부총리가 2005년 1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214~229쪽)
저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한국 노동자들은 유럽이나 미국과 비슷한 높은 임금을 받는데도 (고마워 할 줄 모르고 건방지게!) 파업이나 일삼는다, 지금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너무 높으니까 낮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생각해 본다면 저 기사에 담긴 뜻이 바로 한국의 권력자들이 노동자와 경제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인식입니다.
이 나라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어떻게 고도 성장을 이룩했습니까? 지금 극우 세력인 뉴라이트들이 찬양하는 이승만이나 박정희, 전두환 등이 결코 잘해서가 아닙니다. 비결은 단 한 가지, 고급 인력들을 싼 값에 마구 부려먹어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의 고도 경제 성장으로 엄청난 이득을 챙긴 이 나라의 기득권층은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한국의 경제 정책이 고급 인력들을 저임금으로 부려먹는 옛날 방식으로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죠.
그러니까 앞으로도 한국의 최저임금이 대폭 오를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럴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요.
이건 개인적인 경험담이지만, 몇년 전 제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곁에 있던 노인 분들이 서로 "IMF가 200년은 더 계속되었어야 한다! 그래야 임금이 더 낮아져서 경제가 좋아진다. 건방지게 노조나 만들고 파업이나 하는 놈들은 전부 때려 죽여야 한다!"라고 말했던 적도 있었죠. 노동자의 임금은 낮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좋아지고 경제가 좋아진다, 이건 상류층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제와 임금에 대한 기본적인 관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