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시골 이야기 4.
저희 큰 고모는 금산의 산골짜기에 아직도 사십니다. 지금은 그나마 개발이
되어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는데 예전에는 하루에 버스 몇 번 다니는 정말
촌구석이였죠. 초딩 여름방학때 자주 놀러 갔었습니다.
반딧불이 이야기
지금은 정말 공기좋은 골짜기에서나 볼 수 있는 반딧불을
어렸을 적 시골에서는 밤에 불만 꺼지면 군락을 이뤄 불을
밝히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새카만 밤 하늘을 느린 속도로
하늘하늘 날아가는 모습은 그것도 떼로 날아다니는 모습은
가히 은하수가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어린 마음에 그런 반딧불이를 잡으려 야밤에 잠자리채를
들고 많이 다녔습니다. 이 이야기는 야밤에 반딧불이를
잡다가 죽을 뻔 한 이야기입니다.
그날도 저녁을 먹고 반딧불이를 잡기 위하여 동네 아이들과
둥구나무로 모였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은 반딧불이 없기에
달빛에 의지하여 밝게 빛나는 곳들을 쑤셔대기 시작했죠.
저도 잠자리채 하나 들고 반딧불이 군락을 찾아서 더듬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논두렁을 지나서 개울가 밑의 큰 나무에
엄청난 반딧불이들이 몰려 있더군요. 살금살금 접근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잠자리채를 휘둘려 몇 마리 잡아서
비닐봉지에 넣고 그런식으로 반딧불이를 잡다가 개울 건너에서
마치 불처럼 타오르는 커다란 빛을 봤습니다. 야구공 크기만하게
퍼런 불빛이 이글거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본 순간, 어린 마음에
저건, 여왕반딧불일거야! 하고 생각하고 천천히 그 녀석을
잡으러 개울을 건너서 그녀석을 쫒아갔습니다.
저를 본 듯 그녀석은 천천히 산 위로 올라가더군요.
저는 그녀석에 완전히 홀려서 신나게 녀석을 쫒아갔습니다.
이글이글한 불꽃이 이는 것 같은 황홀한 모습을 한 녀석은
일정 거리를 두고 저를 약올리듯 산으로 저를 안내하더군요.
일이십분정도 쫒아 올라갔을까? 그녀석이 어느 한 곳에 딱
멈추더군요. 가까이 가도 더이상 도망가지 않더군요.
저는 잠자리채를 준비해서, 살금 살금 다가가 옆의 소나무를 잡고
잠자리채를 휙 휘두르는데, 아뿔싸, 발이 미끄러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잠자리채를 놓치고 소나무를 감싸고 보니
그녀석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더군요.
그리고, 그제서야 제가 어디에 있는지 달빛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약 20미터 이상 되는 절벽 꼭데기의 소나무를 잡고 버티고
있더군요. 잠자리채는 절벽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화들짝 놀란 저는 허둥지둥 산 아래로 내려와
다시, 개울을 건너, 논두렁을 건너, 둥구나무로 갔습니다.
그 와중에 바닥에 앉아 있는 반딧불이를 잡겠다고 깝치다가
그만 시골 수로에 빠져서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서 집으로 왔죠.
집에 가서 그 얘기를 고모에게 하니, 그건 반딧불이 아니고
아마, 혼불일거다 하고 이야기 하시더군요.
시골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이야기 해주시더군요.
제가 살면서 그런 불꽃을 본 적이 딱 두 번 있습니다.
한번은 위의 이야기의 불꽃이며,
다른 한번은 고등학교시절 친구놈과 동네 유치원의 놀이터에서
밤에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느 집 지붕 위에서 정말 커다란
훨훨 타오르는 퍼런 불꽃이 한참(약10초정도)일더니 공중으로
휙 하고 사라지더군요. 저하고 친구는 둘이 같이 보고 나서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 집을 찾아갔는데, 사람 돌아가시면 거는
등이 걸려 있더군요. 그때는 무서운 것보다는 경외로움? 이런
감정이 들더군요. 신기한 체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