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스물여섯되는 대학생입니다.
맨날 베오베 눈팅하다가 ㅋㅋㅋㅋㅋ 이렇게 가입해서 글을 쓰게 되네요.
저는 겨울방학을 맞아 제주에 내려와 홀로 올레길을 걷고 있습니다.
올레길은 제주도 한 바퀴를 도보로 삥둘러서 걷는 425km 트레킹코스에요.
처음에 452km라는 거리는 너무 막연하게 다가왔어요. 길 위에 서면 막막하기만 했고
내가 과연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했어요.
그런데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한라산을 따라서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저도 모르게 4주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리고 이제 약 50km 밖에 남지 않았네요.
얼마안되는 돈으로 한달을 여행하다보니 식당에 가본건 정말 한 손에 꼽을 거 같아요.
하지만 푸른 바다 앞에서 먹는 샌드위치와 커피 한잔은 그 어떤 맛집보다 맛있었어요.
천천히 걷다보니까 없던 여유가 생겼어요. 평소에는 손이 잘 가지않던 소설책도 술술 읽히기 시작하고
정말 지난 4주동안 평생 마음에 남을 여행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잘했다는 확신이 들지않아요.
취업준비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면 괜한 사치인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뭔가 가슴이 짠하고 기분이 좋네요. 남은 50km도 무사히 완주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지난 4주간을 홀로 정리해봤어요. 다들 오늘 하루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