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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다리를 건너가는 내 귀여운 막내야...
게시물ID : animal_1028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쉥별거음씀
추천 : 10
조회수 : 715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4/09/14 17:38:20
너 고등학교때 처음만났을 때 내 손바닥위에 딱, 
너무 작아서 쓰다듬다가 다칠것만 같아 
잘 쓰다듬지도 못하고 급식 우유팩에 넣어서 
교복앞섶에 싸왔었지. 

없는 용돈 쪼개서 초유성분이 들어있다던 
강아지 전용 우유를 사서
그렇게 품에는 너, 한손에는 강아지 전용 우유캔 
들고 집에 들어갔을때 전날까지 반대하던 부모님도 
너를 보고 한눈에 반해
새벽에 돌아가며 우유먹이고 키웠었지.

친구의 사정으로 제일 약하게 태어난게 젖도
못떼고 나에게 와야했던게 미안해서 어미 못지 않게
정성을 다했는데.. 처음에 데리고간 병원에서
네가 눈을 뜨더라도 앞을 못 볼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
가족 모두 심장이 철렁했었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한 거였는지.. 
너 정말 늦게 눈떴을때 모든 식구들이 신났었는데..

처음 이가 조그마하게 나고,
그게 신기해서 계속 들여다보고..
게다가 얼마나 똑똑하고 눈치도 빠른지 배변도 금방
가리던 너는 우리 가족의 보물이었어.

어느날이던가...
새벽에 전기 누전으로 집에 연기가 가득차고
불꽃이 튀는데도 식구들 살리겠다고 방문을 
박박 긁어 온 집안 식구들을 다 깨워주고
너도 불 많이 무서워하는데 어떻게 콘센트 바로 옆에
있던 내 방문을 긁으면서 날 깨워 준 거였니..
너 아니었으면 우리 식구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건강하게 있지 못했을거야..

산책가면 모두가 너 예쁘다고 했을 때마다
내 기분도 날아갈 듯 기뻤어.
매일 너 보고 싶어서 대학도 집 주변으로 선택해서
갔었지.. 
막상 취직하고도 너랑 함께 있고 싶어서 직장도 
집근처로 잡고.. 내가 처음 직장인이 되어 받은 첫
 월급으로   너 간식 사줬을 때,
넌 그 간식이 평상시 좋아하던 간식이라 
좋아한 거였겠지만  그 모습까지 정말 사랑스러웠어.
 
그리고 세월이 흘러 네 입 주변이 하얗게 변하고..
나이들어 생긴다는 병이 하나 둘씩 생기고...
너랑 웃기는 추억을 너무 많이 쌓아서 미안한 
지금 신랑도 만나고... 그렇게 결혼하는 것도 보고..
결혼할때까지만해도 흰 털은 많았지만 건강했던 네가 
어느새 나보다 훨씬 빨리 나이먹고는 갑자기 쓰러졌지

의사선생님이 길어야 삼개월이고 빠르면 그날 저녁,
이라고 통보하신 날,
평상시 좋아하던거 실컷 먹이고 보내라고 하시길래
네가 평상시에 좋아하는데 많이 못먹던 한우고기,
미역국. 
사실 그 고기 구워서 한 그릇 담아왔을 때
고갤번쩍 들고 달려들던 모습이 너무 웃겨서
아, 얘 일년은 더 버티겠어!! 하면서 웃었는데..

사실 직감은 하고 있었어.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도 안먹고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해서 누워서 배변하고.
눈에 탁한 눈곱이 끼기 시작했을 때.
아.. 더 아프지 말고 차라리 무지개다리를 건너는게
편할거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어제 계속 뭐가 불편한건지 
계속 엉덩이를 들썩거리길래 
씻겨줬더니 세상 편한 표정으로 목욕대야에 누워서
따뜻한 물을 즐기던게 마지막 네 모습일 줄이야..

오늘 다시 만나기로 했잖아..
뭐가 급해서 새벽에 무지개다릴 건너가니..
무지개도 잘 안보였을텐데..
내가 좋아하는 은하수를 길삼아 달빛을 조명삼아
그렇게 가버린거니..

사실 아직도 믿기진 않아.
이 글을 쓰는 지금에야 네가 없는게 실감난다.
사랑하는 나의 막내 혜순아,
너 무지개다리 건너가면 너희 엄마도, 너희 형제도
있을테니 그곳에서 편안하길 바란다..
네가 제일 나이 많이 먹고 떠나서 너희 형제들이
너 못알아보면 어쩌나.. 싶기도 하지만.
똑똑한 해달이라면 안잊었을거야.
사랑한다.. 내 막내 동생 ..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 너무 불퉁하게 나왔네..
좀 웃지 그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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