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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기계는 바보
게시물ID : panic_1028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상다람쥐
추천 : 1
조회수 : 11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7/20 00: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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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정말 좋은 날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심지어 꽃이 피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것이 진짜 음악이다. 내가 치는 피아노 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소리다.


 “벌써 32일 5시간 52분 13초나 지났구나.”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평생 기계랑 같이 살 줄 알았는데 기계의 몸을 가진 사람들은 이제 죽어 멈춰버렸다. 한 달여 전, 기계 인간들이 의식이 단번에 끊겼을 때 나는 울었다. 

 미칠 듯이 터져 나는 기쁨에 나는 눈물 없이 울었다.


 “자연의 소리와 어우러져서 정말로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네요!”


 그런데 처음 보는 어떤 남자가 박수를 치며 걸어왔다. 겉모습을 보니 그다지 나이가 많은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구세요?”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네요. 고향에 왔더니,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지금 여기는 내가 생활하고 있는 이전에 피아노 연주회가 열리던 곳이다. 한 달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어떤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나는 남자를 보자마자 이곳이 시끄러워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 치는 거 좋아하세요?”


 남자가 물었다.


 “예, 제 어릴 적 꿈이 피아니스트여서. 아버지께서 피아노를 잘 치셨거든요.”

 “역시 그러셨군요. 이런 자연의 소리와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 너무나도 아름답네요!”


 의외로 남자는 나와 정말 잘 맞았다.


 “그쪽도 몸을 기계로 안 바꾸었나 보네요.”


 그에게 물었다.


 “네, 이곳에는 부자가 많긴 했지만, 저는 그쪽이 아니었거든요.”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멍하게 하늘을 쳐다봤다.


 “당신도 돈이 부족했나 보네요. 인간의 몸이니까요.” 


 그는 확신하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아뇨, 저는 할 수 있었어요. 그것도 최고급 몸으로 살 수 있었죠.”


 내가 이렇게 말하니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 무슨 뜻인 줄 알아요. 하지만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잠시만요, 돈이 있는데도. 제가 제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그러면 생각이 바뀔 거에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젊은 나이의 그는 돌아가실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기계로 만들기 위해 기계를 만드는 회사의 사장에게 빌러 일하게 되었다.


 사장은 “여기서 일하면 힘들 거에요. 그래도 하겠다면 곧 당신 아버지의 몸은 물론 당신까지 기계로 바꾸어 주겠어요.”라고 말하며 손을 잡아주었다고 한다.


 그가 느끼기에는 사장은 손이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것 봐. 나는 이제 새로운 몸을 얻었어. 이제 내 동생만... 내 동생에겐 더 좋은 몸을 줄 거야. 다시 걸을 수 있도록.”


 그와 함께 일하던 사람 중 김씨는 자기 몸을 바꾸고도 동생을 위해서 계속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일을 시작한지 2개월 정도가 지나자 그의 손을 잡아줬던 사장의 손은 차가워졌다고 했다.

 

 “자네한테도 이제 기계 몸을 선물하겠네.”


 그리고 얼마 안 가, 사장은 그에게 기계 몸을 선물하려고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기계 몸으로 바꾸기 직전, 그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러자 사장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내가 장례 치르는 걸 도와주겠네. 마지막 가실 때 자네 좋아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 내가 자네에게 좋은 몸을 주겠네.”


 라고.


 내가 “그래서 어떻게 된 거에요?”라고 묻자, 그는 다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김씨의 딸이 걸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어요.”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군요,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걸 포기하다니 어떤 면으론 바보 같네요.”

 “사람은 정말 멍청하죠, 바보같이.”


 “그러고보니 사장님이 피아노를 잘 치셨어요. 처음 2개월 동안은 말이지요. 그 아들도 있었는데 정말이지 못 쳤어요.”

 “그렇군요.”


 그의 마지막 말로 나는 그 사장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결국, 제 생각은 못 바꾸셨네요.”

 “네? 왜죠?”


 “당신을 보세요, 신뢰가 안 가네요. 그리고 저는 아버지가 제가 기계가 되기를 강요하셨거든요.”

 “아이고, 강요는 나쁘죠.”

 “기계가 되면 피아노를 더 잘 칠 수도 있다고 꼬시기도 하셨지만, 무엇보다 아버지는 자신은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셨어요. 일종의 기계화 부작용이었죠.”

 “부작용도 있었군요.”


 한 번 공방이 오고 간 우리 사이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여기 올 때까지 많은 일이 있으셨죠?”


 내가 물었다.


 “뭐, 아버지 장례식도 마치고, 기계가 되지 못한 친구의 장례식도 하고, 김씨 딸 장례식도 하고. 사람 죽은 일이 많았네요.”


 그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기계들은 왜 갑자기 멈췄을까요?”


 그가 물었다.


 “그거야, 기계를 만든 사장이나 그 사장 아들이 뭔 수를 쓰든 했겠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콧방귀까지 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저는 기계가 움직일 때 들리는 기계음이 너무 싫어요.”


 나는 내 오른쪽 기계팔에 튀어나와있는 버튼을 눌렀다.


 “기계음이 너무 시끄러웠어요. 당신에게서 기계음이 들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는 나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칼을 겨누었다.


 “사장이나 그 직원이나 똑같네.”


 나는 그를 그저 차갑게 쳐다봤다.

 

 그는 칼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아버지나 아들이나 기계 몸이 저런 건 똑같네.”


 아 이제야 조용해졌다, 이제 기계음은 들리지 않는다. 이제 다시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나는 멈춘 기계들 위에서 기계음 하나 없이 전자 피아노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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