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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코비치 감독님께, 유병수가 보내는 편지..
게시물ID : sports_227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늘품★
추천 : 10
조회수 : 105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06/09 23:54:28

아오늘 이기사보고 또 한번 눈물을흘리네요...

유병수선수 꼭 훌륭한선수가 되서 감독님 다시만나길!

 

 

글이 좀 기네요...

그래도 한문장한문장

읽어보시면 감동적입니다ㅜㅜㅜㅜㅜ

 

 

출처 - 인유구단홈피

 


 


감독님 안녕하세요. 저 병수에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감독님께서 저희 곁을 떠나신다고 해서 지금 많이 혼란스러워요. 이 사진 기억나세요? 올 시즌 시작전에 좋은 기운을 받자고 올라갔던 마니산 정상에서 우리 함께 찍었던 사진이잖아요. 저 이 사진 인화해서 항상 가지고 다니고 있어요. 이 사진을 보면서 느낀 것인데 감독님과 함께 울고, 웃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서툰 한국말로 "병~수" "안녕하세요~" "감솨합니다~" 하셨던 감독님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요.

감독님! 2009년 12월말에 있었던 선수단과의 첫 상견례 자리 기억나세요? 그때 저는 프로에 첫 발을 내딛은 신인이었고, 감독님 역시도 K-리그에 첫 발을 내딛으신 상태이셨잖아요. 감독님을 처음 봤을 그 당시의 상황이 저는 아직도 생생해요. 감독님은 늘 항상 웃고 계셨죠. 감독님께서는 “그동안 수많은 지도자 생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 모든 역량을 쏟아서 너희들에게 전부 다 가르쳐주겠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감독님께서 2006년 월드컵 세르비아 대표팀 감독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정말 큰 기대를 안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감독님과의 첫 공식 훈련이 이루어졌던 동계 1차 속초 전지훈련에서 저는 하루하루 감독님께 지도를 받으면서 정말 확실히 감독님께서는 축구에 관해 많은 걸 알고 계시다는 것을 몸소 느꼈고, 다른 감독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확 느꼈었어요. 그리고 이어진 동계 2차 쿤밍 전지훈련에서 감독님께서는 제 이름을 처음으로 불러주셨었어요. 세계 최고의 명장이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순간의 기분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감독님께서는 항상 팀 훈련이 끝나면 따로 저에게 슈팅 훈련을 시켜주시며 저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셨었죠.

2009시즌 개막전 전날. 경기 엔트리에 포함되었을 때 경기에 뛸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진짜로 투입될 줄은 몰랐어요. 감독님! 감독님께서 경기 전에 저에게 해주셨던 말씀 기억하세요? “병수야. 너도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지만 나 역시도 K-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다. 절대 긴장하지 마라. 네가 연습하던 대로만 한다면 팬들에게 네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기죽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해보아라.”



감독님의 그 말씀이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실제로 감독님께서는 저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켜 주셨고, 저는 떨리는 프로 데뷔전에 나서게 되었지요. 저는 경기에 나서기 전에 꼭 골을 넣고 감독님께 달려가겠다고 다짐을 했었고, 실제로 데뷔 골을 성공시키고 감독님께 달려가서 안겼을 때에는 간절히 열망했던 바가 실제로 이루어져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2009시즌 초반에 한창 제가 좋은 활약을 보일 때 감독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죠. “병수야. 지금 네가 잘하고 있다기보다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라. 항상 더 노력하고 훈련할 때 더 집중하고 노력하면 더 큰 활약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에 만족하지 마라.”

감독님의 말씀이 또 큰 힘이 되어서 저는 데뷔 반년도 안 되어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에 선발되었었죠. 대표팀에 차출되기 전 제가 감독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을 때 감독님께서는 경기 못나가도 절대 기죽지 말고 항상 말했듯이 자신감을 잃지 말고 후회 없이 열심히 하고 오면 큰 경험이 될 거라고 말씀해주셨죠. 하지만 대표팀은 정말 만만치 않았어요. 말 그대로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신인인 저로서는 너무나도 벅찬 자리였었죠.

제가 UAE 원정을 다녀와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두 경기 (사우디전, 이란전) 모두 엔트리에 들지 못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볼 때 경기를 보러 오신 감독님을 관중석에서 마주쳤을 때 사실 저 너무 창피했어요. 그때도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힘을 주셨죠. 제가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감독님께서는 “뭐가 죄송하냐. 대표팀에 발탁될 것 자체로도 넌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찾아 올 것이다. 더 열심히 해라. 다음번에는 이곳에서 뛰는 너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하겠다,”라고 말씀하시며 도리어 제게 힘을 불어 넣어 주셨죠.



제가 대표팀에 다녀와서 자신감도 잃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감독님께서는 괜히 저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 줄까 싶으셔서 일부러 제게 다가오셔서 웃으면서 장난도 쳐주시고 아직 넌 젊으니까 기회는 많다면서 다시 대표팀에 뽑히면 지금 다녀온 게 꼭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죽지 말라고 힘을 넣어주셨죠. 제가 한창 부진할 때 감독님께서는 “병수 네가 부진하다고 해서 내가 여기서 너를 경기에 안 내보내고 계속 질책을 하면 넌 여기서 끝나는 선수밖에 안 된다. 안 된다고 해서 감독이 그렇게 해버리면 그 선수도 똑같이 안 되는 것이다. 계속해서 기회를 주다보면 언젠가는 해주리라 난 널 믿고 있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을때 저는 이때 감독님으로부터 인내와 믿음의 힘을 몸소 느낀 기억이 나요.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신인인 저에게 그런 큰 대회는 너무 떨렸던 무대였던 것 같아요, 결국 우리 팀은 패배를 했죠. 그 날 경기 끝나고 울면서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는 여느 때와 같이 도대체 뭐가 죄송하냐고 저에게 되물으셨어요. 결과가 나빠서 아쉽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 않느냐.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면 된다. 오늘의 아쉬움은 네가 더 훌륭한 선수로 커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2010년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러 떠난 터키 전지훈련에서 감독님께서는 작년보다는 좀 더 나은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얘기도 많이 해주고 매 상황 상황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찬스를 만들 수 있는지 훈련장에서 직접 몸소 가르쳐주셨죠.

2010시즌이 개막 후 초반에 스트라이커인 제가 부진해서 팀 역시도 5연패 늪에 빠지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져서 감독님께 정말 너무 죄송했어요. 여느 때와 다르게 감독님께서 장난도 없으셔서 큰일은 큰일이구나 하면서 혼자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제가 특별히 얘기할 수 있는 부분도 없었고 늘 감독님 얼굴만 보면 죄송한 마음뿐이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올 시즌 첫 골이 터지는 순간. 정말 지칠 대로 지쳐있던 그 힘들었던 순간에서 골이 터져서 너무 기뻤었어요. 저는 정말 골 넣는 순간 감독님 생각밖에 안 나서 감독님께 달려가 안아드리면서 겉으로는 얘기를 못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죄송했다는 마음을 가슴으로 전했는데 감독님도 느끼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마음속으로 감독님도 제 마음을 받아드리셨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 날 저는 4골을 몰아쳤고, 한 순간에 다시 자신감을 찾게 된 계기가 되었었죠. 감독님께 다음 날 올 시즌 첫 골을 이렇게 늦게 넣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절대 늦지 않았다. 앞으로 경기는 많이 남았고 그 수많은 경기 중에 너는 한 경기에서 4골 넣고 잘했을 뿐이다. 잘 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라.”면서 감독님께서는 또 다시 저에게 큰 힘을 주셨어요.

감독님 사실 지난 6일 포항과의 경기에서 후반전 들어갈 때 재호형이 선수들에게 “오늘이 감독님의 고별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줬어요. 그 당시 저는 “에이, 설마 아니겠지.” 싶었지만 진짜로 감독님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나중에 시간이 지나 감독님께서 고국에 돌아가셔서 ‘인천에서의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 모두 병수의 골로 이겼었지’하고 회상하실 수 있도록 제가 그 경기에서 꼭 골을 넣으려고 더 열심히 뛰었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서 저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어요.

다음 날 저는 준선이형(구단 통역)한테 감독님이 진짜 가시냐고 물어봤는데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감독님이 ‘대체 왜 시즌 도중에 가실까?’라는 생각만 간략하게 했을 뿐 큰 생각은 안했어요. 하지만 그 다음날 감독님께 작별 인사를 고하고자 공항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감독님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그동안 이야기하고 장난쳤던 것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지나갔어요.

공항에서 감독님의 얼굴을 보고 감독님 떠나시기 전에 많은 말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괜히 감독님 눈을 바라보면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감독님이 수속을 위해 들어가시는 순간 더 이상 참았다가는 평생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에 감독님 에이전트를 통해서 감독님 가시는 길 아무것도 못해드려서 죄송하다고 한 마디 했는데 제 말을 들으시고 감독님은 해맑게 웃으시면서 “병수야, 너는 더 잘할 수 있고 충분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가 여태껏 말했던 것만 같이 열심히 하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또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날 것이다. 울지 마라.”라고 말씀해 주셨죠.



감독님과 마지막으로 포옹했을 때에는 마치 중심 기둥이 빠져서 처참하게 무너진 집속에서 혼자 갇혀있는 느낌이 들면서 눈물이 쏟아졌어요. 이제 정말 감독님이 가는구나 싶었고, 출국장으로 빠져나가시는 감독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는 어린 아이처럼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어요.

감독님과 인천이라는 팀에 함께 들어와서 같이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냈는데, 감독님이 옆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저희와 끝까지 함께 있다가 가셨으면 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셔서 정말 속상해요. 감독님께 배운 모든 것들을 평생 간직하고 항상 생각해서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선수가 되어서 떳떳하게 감독님께 찾아 갈게요.

세르비아로 돌아가셔도 인터넷을 통해서 인천 경기결과 꼬박꼬박 확인하실 것이라고 하셨죠? 후반기 꼭 좋은 성적으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어서 감독님을 흐뭇하게 해드리도록 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뛸 거예요. 후반기 개막하고 골을 넣으면 감독님을 위한 골 세레머니를 펼칠 테니까 동영상도 꼭 찾아 보셔야 해요!



감독님! 그동안 많은걸 가르쳐주시고 감독과 선수 이전에 할아버지와 손자로서 축구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 있어서 큰 교훈과 가르침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항상 몸 건강하시고,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수 있도록 또 사모님 건강도 하루빨리 쾌차될 수 있도록 저 정말 기도 많이 할게요. 내 생애 최고의 감독님 아니 자상한 우리 할아버지 일리야 페트코비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정말로 사랑합니다.


글-사진 = 이상민 UTD기자 ([email protected])
 
그냥 축구일뿐, 단순한 공놀이.. 그깟 축구가 뭐라고..
 
라고 생각하고 넘어갈려고 하는데,
 
그래도 마음 한켠이 쑥 빠져나간듯한 기분은 없어지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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