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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봄
게시물ID : humorstory_4375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를쓴다
추천 : 0
조회수 : 4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11 00: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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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whsks.jpg

"현지시간으로 6월 7일 실종된 대학생 산악모임의 두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오늘로써 15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네팔당국은 실종자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실종자수색작업에서 시체발굴작업으로 전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수색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2.jpg

김무사(24) / 동작구
"꿈을 이루려고 올라갔는데... 제 또래라서 더욱 마음이..."

삑-

눈물을 글썽이며 TV를 끈 시선이는 노인병원 밖으로 나가서 담배한개비를 입에 물었다. 실종자 두명과 동아리에서 알게된 사이인 조시선은 등정 3일전 제주도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준비해온 히말라야 정복을 포기하고야 말았다.
그 사이 친구들은 네팔로 떠났다. 제주도에 내려온지 며칠 뒤, 시선이는 뉴스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것이다.

- [특보]학생등반 구이두(24), 박형남(24) 군 히말라야 정상부근에서 실종

그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채 눈물을 흘렸다.

 
 

3.jpg

별볼일 없던 이두에게서 남들보다 잘난점이 하나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의 쫒고자 하는 꿈이 있다는 것이였다.
초등학교때부터 히말라야를 동경하며 새벽마다 산을 오르던 한 소년이 어느새 대학교에 입학해서 등산동아리 회장이 되었다.
신입생때부터 입버릇처럼 말하는 히말라야등정에 동아리원들은 비웃었다.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찾아서 다른학교와 교류도 열심히 했지만
매번 헛고생이였다. 그러던 대학교 3학년, 드디어 그와 같은 꿈을 가진 한 녀석을 만날수 있었다.
"안녕 난 이두! 구이두야, 언젠간 꼭 히말라야에 올라갈꺼야"
"어? 다시말해봐 히말라야? 반갑다! 난 박형남이다. 너 번호가 뭐야"
그렇게 알게된 이두와 형남은 히말라야에 관한 정보와 자신이 이 꿈을 꾸게된 계기 등을 말하며 그날 밤새 술을 마셨다.
 
 
4.JPG

차갑다는 말로도 형용할수 없는 엄청난 추위의 눈보라가 얼굴을 찢을듯이 세차게 불어온다.
이미 손과 발의 감각은 없어진지 오래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발을 잘라서 나오는 피로 발을 녹이고 싶다고 할정도에 감각은 있었는데
오늘 해발 7300m를 지나면서 감각이 사라져버렸다.
"야! 형남아! 조금만 더가서 숙영준비하자!!"
"알!겠어!!"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탓에 둘의 의사소통은 큰소리로 해야했다. 하지만 큰소리를 내면 열량을 많이 소비해야 했기 때문에 둘은 말수를 아꼈다.
바람을 조금이나마 막을수있는 벽을 등지고 둘은 텐트를 치기위해 준비를했다.
-쾅쾅쾅
해머로 텐트 귀퉁이의 철주핀을 박고있을때 일은 순식간에 벌어져버렸다.

-콰가가가가가가

6.png

"으아아아아----악"
"씨---발---!"

크레바스였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다. 
 
 

5.jpg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를만큼 그곳은 어두웠다. 하늘엔 쥐구멍만한 구멍에서 햇빛이 들어왔다.
형남은 누워있는 이두를 흔들어 깨웠다.
"이두야...이두야 괜찮아??"
이두는 아픈 허리를 매만지며 멍한 눈을 바로 떠보았다. 그리고 둘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둘이 얼굴을 마주본지 10분이 흘렀을때쯤 이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씨발... 우리... 죽는건가?"
"이상한 소리하지마 위에 구멍도 있고, 여기는 다른 대원들도 많이 숙박하는 곳이야... 어떻게든 살수있어. 버텨보자 우리"
둘은 살아남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가방의 남은 음식들을 세어보니 하루에 한끼씩만 먹는다고해도 8일치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살아보자... 이두야"
 
 
 
7.jpg

음식이 떨어진지 7일째, 크레바스안에서는 15일째 머물고있는 둘은 이제 마음껏 잠을 잘수도 없다.
음식이 있을때는 둘이 조금씩 돌아가며 새우잠을 잤지만 음식이 없는 지금, 잠들면 죽을수 있다는것을 둘 모두 알고있다.
대변과 소변으로 조금씩 연명해왔지만 이제 용변도 나오질 않는다. 눈을 파먹으면 어떻게든 소변이 나올것 같아 눈을 먹은게 화근인지
둘다 몸살에 걸려 이제 조금씩 머릿속에서 죽음을 생각하고있었다.
"이대로... 잠들다 죽으면 좋겠다. 편안할것같아"
"약한소리하지마... 이두야... 눕지마.. 앉아있어..."
형남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고있지만 애써 침착한척 말을했다. 하지만 그도 알고있었다. 이 처참한 생활이 언제쯤 끝날것이라는것은...
누워있던 형남이 앉으려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주머니에서 바스락 소리가났다.
बार(빠라)였다. 히말라야 등정할때 꼭 가지고 간다는 이 전통음식은 네팔에서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산악인들에게는 필수품인 과자로써
산을 올라가기전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주머니에 챙겨놨던것이였다. 특히나 이 음식은 열량이 아주 높은것으로 호평을 받는 과자였다.
형남은 조금이라도 살 시간을 늘릴수 있다는 기쁨에 이두에게 말을 건냈다.
"빠라... 줄까?"
"......"
이두는 대답이 없었다.
"구이두! 빠라...줄까?"
"......응"
-챱챱챱...챱챱...
높은 열량덕에 끈적끈적한 소리를 내는 이 과자덕분에 이두의 얼굴빛이 붉어졌다.
빠라를 다 먹었는지 형남이가 말을 뱉었다.

"존맛!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는데 너무 맛있다..."
"......"

몇일만에 들어온 열량에 신체가 반응했는지 졸음이 오기시작한 이두는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져버렸다.
"이두야... 누우면 안돼 앉아!"
"......"
"야! 구이두!"
두번씩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자 형남은 무서운 마음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가슴속에 있는 절망과 슬픔이 튀어나오며 흐느끼며 말했다.
"자지마,앉아줘...."
입이 얼어붙은 형남은 발음도 제대로 되지않았고 고산지대에서의 호흡때문인지 띄어쓰기 없는채로 말을 계속하기시작했다.
"자지마,앉아줘.... 자지마안자줘"
"......"
"자지마앉아줘!!! 안그러면 죽는단 말이야!!!"
큰소리로 죽으면 안됀다는 말을 들은 이두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알겠어...."
조물조물 일어나는 이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형남은 패기만으로 히말라야를 정복하겠단 자신의 어린생각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그리고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얼어붙은 입술을 떼었다.
"구이두...."
"박형남?"
"응..."

꽃.jpg

소변도 대변도 나오지 않는 극한의 상황에서 그들을 구한건 무었이였을까?
현장에 있던 구조대원의 말로는 그날은 100년만에 최고기온으로 히말라야에서 가장 따뜻한 날이였다고 한다.
마치 여름이라도 온듯 에베레스트에선 밤꽃향기가 진동을 했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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