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원룸촌에서 요즘 자주 보이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바싹 마른 페르시안 종으로 보이는 고양이에요. 페르시안은 풍성한 털 때문에 늘 통통해 보이는데, 이 아이는 어찌나 굶었는지 바싹 마른게 보입니다. 버려진지 꽤 되었는지 눈병도 생겨있고, 다른 고양이들에게 당했는지 뒷다리에 큰 상처가 있어요. 꼬리는 괴사해서 썩어들어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폐지줍는 할아버지가 그 고양이를 볼때마다 불쌍해 하세요. 버려진지 꽤 된것 같다고, 고양이 버린 인간들 천벌 받으라고 욕하십니다.
오늘 밤에도 그 아이를 마주쳤어요.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아요. 제가 야옹~하고 부르니까, 아주 자연스럽게 야옹~하고 대답해줍니다. 그 전에는 그래도 이쁨받으면서 야옹야옹 귀여운 수다쟁이였겠지요.
그런데 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으니 밥 한번 주기 쉽지 않습니다. 몇년 전 어줍잖은 동정심으로 캣맘노릇 했다가, 어떤 사이코패스가 고양이밥에 독약을 풀어 서 고양이를 잃어본 경험이 있어요. 그 이후로는 내가 데려와 키울것 아니면 절대 밥주지말자란 생각을 가졌습니다.
다친 상처를 볼때마다 데려와서 치료해주고 싶어요. 그렇지만 저와 사는 고양이가 힘들어하면 어쩌지? 내 빠듯한 생활비는 어쩌지? 좁아터진 집에서 저 아이를 거두는게 가당키나 해?
그냥 저 아이를 버린 사람이 너무너무 미워요. 그리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제 자신도 미워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