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펼쳐든 책들이 방구석에 쌓이기 시작할 때쯤에

문득 둘러보니

마지막장을 읽은 책들이 몇 개나 되었더라?

 

졸던 머리를 들어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입주위에는 침자국이 주욱하고 남아있다.

 

머리에 쌓인 그 사상이 가난해서

꾸는 꿈조차 달게 자는 꿈이다.

네평이나 됨직한 내 방안의 풍경을 그리워하다보니

퇴근시간까지의 서너시간이 되려 우습다.

 

그간 펼쳐놓은 서류들이 책상 한구석에 쌓이기 시작할 때 즈음에

문득 모니터를 보니

결재를 올린 서류가 몇 개나 되었더라?

 

부랴부랴 주위를 살피고 타이핑을 시작한다.

부끄러운 고단함을 감추기 위한

필사적인 위장

 

펼쳐본지 오래된 성경

 

솔로몬도 전도서에서 그리 말하더라

 

전도자가 가로되 고되고 고되며 고되고 고되니 모든 것이 고되도다

직원이 사무실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