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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저주.
고등학교때 겪었던 일입니다.
저는 당시 신도시에 있던 신설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학교는 개교한지 3년째가 되던 학교였는데, 그래서인지, 처음 1,2회때는 전학생도 많았고, 그 중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도 참 많았습니다.
제 기수도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지역에서 명문축에 드는 학교로 성장했다고는 하는데 그때 생각만 하면 참 ‘격세지감’ 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제가 2학년말이 되었을 때 학교에 이상한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이중생활이라는 주제의 소문들 이었습니다.
첫 번째, 교장선생님이 우리가 내는 보충수업비의 일부를 약 2년간 횡령하였다.
두 번째, 그 횡령한 돈으로 고급 승용차등을 타고 다니는데, 학교에는 타고 오지 않고 학교 근처 모 동네에서 갈아타고 다닌다.
세 번째, 집도 서울 모처의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고 있다.
등의 소문이었습니다.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학생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결국 대다수의 학생들이 알게 되었으며, 학교측에서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학생회 학생들과 교장선생님의 해명 면담이 이뤄졌고, 일단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결론은 났지만, 학생들의 불신은 잠재우기 힘들었습니다. 반면, 교장선생님도 이 일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평생 쌓아온 교육자로써의 권위와 명예가 실추되는 사건 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저의 고교2학년 생활이 마무리 되고 3학년에 진급한…제 기억엔 학교 주변 담장에 장미꽃 꽃 봉우리가 한창 부풀어 오르던 4월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교장선생님께서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사망하신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을 비롯한 교직원들과 미우나 고우나 그래도 약 3년간 얼굴을 봐왔던 당시 3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도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3일간의 장례가 끝나고 영결식을 학교에서 하기로 하던 날.
학교입구부터 선생님들부터 3학년 학생들이 도열하여 영결차량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운동장에 서 있는 1~2학년 후배들이 너무나 신나게 떠들고 웃고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선생님들이 대부분 그 학교 개교 때부터 교장선생님과 동고동락하던 사이였기에 모두를 슬퍼하는 사이에 미쳐 1,2학년 후배들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교장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이나 추억이 없어서 그렇다고 이해하기엔 너무 심각할 정도로 상황은 엉망이었습니다.
영결 차량이 학교를 한 바퀴 돌고 운동장을 통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영결차량에 있는 유족들이 매우 불쾌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통제가 되지 않던 그때…갑자기, 영결차량의 창문이 열리고…교장선생님의 사모님으로 추정되시는 분이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운동장에 서 있는 학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갑자기 운동장에 돌풍이 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돌풍에 당황해서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옆에 있는 친구는 똑똑히 들었다며 저에게 이야기 해줬습니다.
“이 죽일 놈들!! 내 남편 죽인 나쁜 놈들!! 삼년상 치르는 동안 너희들을 저주하겠다!”
라고 하는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자신의 귀로 똑똑히 들었다는 겁니다…전 아무리 그래도 그런 소리를 했 겠냐며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평소 허튼 소리를 하는 친구가 아니었기에 일단은 반신반의 했습니다.
그렇게…시간은 흘렀습니다.
한창 수능 준비를 하던 그 해 가을…학교에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2학년생 중 한 명이 성적하락을 비관하여, 수업시간에 몰래 나가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을 하는 사건이 일어 났습니다. 당시에 엄청난 충격이었고, 실제 그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그때부터 학교 주변 아파트는 모두 옥상문을 잠그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옥상에서 술,담배도 몰래 하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장소가 없어졌다며 투덜투덜대는 친구들도 있었네요.
시간은 또 무심히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 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재수생활 막바지였으니까 아마도 한 9월쯤 이었던 것 같은데. 같이 공부하던 같은 동네 살던 친구가 저에게 OO고등학교 출신 아니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맞다 고하니…어제 OO역에서 OO고등학교 여학생 한 명이 투신 자살을 했다는 겁니다.
저는 그때는 별 생각 없이
‘아 그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수험 준비로 바쁘기도 했고… 그냥 안타까운 죽음이구나 정도의 감정만 느꼈었네요.
그렇게 재수 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해 2학기 MT를 준비하던 가을쯤. 뉴스에 수학여행을 가던 버스가 추락하여 학생 한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참 안됐다는 생각을 하고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 그 수학여행 버스가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수학여행 버스였다는 겁니다.
그때 문득….갑자기 한가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교장선생님 영결식 날 친구가 들려준 그 이야기…
“이 죽일 놈들!! 내 남편 죽인 나쁜 놈들!! 삼년상 치르는 동안 너희들을 저주하겠다!”
라고 사모님이 말했다던 믿기 힘든 그 이야기…
돌이켜 보니 딱 3년 동안 학생이 한 명씩 죽어나갔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남몰래 그 뒤로도 혹시 OO고등학교에 사망사고가 없었는지 주시했습니다 .대학을 졸업 하고 취직도 하고 또 결혼을 한뒤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동안 다행히도 저는 그 동네에 죽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뉴스들은 간단한 탐문을 통해서도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졸업한지 20년이 된 오늘까지도 그 학교에는 추후 사망사고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생각을 해 봅니다. 3년간 한 명씩 학생이 사망한 그 일이 과연 우연일까…아니면, 친구가 이야기한 것. 즉. 정말 저주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인가…하고 말입니다.